"그림, 그걸로 예쁜 아이들과 소통했어요"
"그림, 그걸로 예쁜 아이들과 소통했어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1.07.18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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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직 7년차에 만난 그림책, 학급 아이들 소통 통로
아이들 직접 쓴 작품 묶어 ‘3반, 무슨 생각하니?’ 책으로 엮어내
노연경 아름초 교사
노연경 아름초 교사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아이는 이전의 그가 아니다. 그 아이는 눈이 소복이 쌓이듯, 온몸이 방금 읽은 것으로 덮여 있다.” (발터 벤야민)

교직 7년차, 학교 밖으로 자꾸 눈이 향하던 중 그림책을 만났다.

왜 그림책인가?에 대한 답을 구구절절히 길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발터 벤야민의 이 말이 가장 한 번에 와닿는다.

그렇게 그림책에 빠졌고, 그림책을 공부하다 보니 그림책이 시와 노래에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노래와 시에도 발을 담그게 되었다.

혼자서 그림책을 한두 권씩 사 모으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다가 좋은 것을 같이 하자는 생각에 결국 연구회 선생님들까지도 끌어들이게 되었다.

우리 연구회에서는 한 주는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고, 한 주는 주제를 선정해 그림책을 모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 교실에 가서 직접 해보고 있다.

함께 공부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우리 반에서만 작게 활동하고 조용히 혼자서 모으고 있던 것이 힘이 세져서 다른 학교에서도 함께 하고 여러 번의 연수에서도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3월에는 로랑 모로의 ‘무슨 생각하니?’라는 그림책을 읽고 우리 반 아이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너 요즘 무슨 생각해?’하고 말로 물어봤다면 알려주지 않았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할아버지와의 이별이 슬퍼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아이,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학원과 공부에 몸도 마음도 지친 아이. 아이들의 작품을 묶어 ‘3반, 무슨 생각하니?’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냈다.

우리가 만든 그림책을 반에서 함께 읽어보고 3월 학부모 상담에도 활용하니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의 속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한 학부모님께서는 아이가 지쳐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담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셨다. 담임 선생님이 ‘요즘 아이가 힘들어해요.’ 말로 전하는 것보다 아이의 그림과 글이 훨씬 힘이 셌던 것이다.

4월에는 무미건조한 6학년 복도를 벚꽃 포토존으로 꾸미며, 아이유의 노래 ‘셀러브리티(celebrity)’ 가사를 아이들과 나누고 가사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첫 뮤직비디오를 완성했다. 노랫말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 한가득이었다. 아이들의 모습과 작품을 담아 열심히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저조했다.

‘교실에서 몇 번 듣고 지나가겠다’ 하던 중, 학부모님들의 연락을 받았다. 아이들 작품이 감동적이라 함께 보고 눈물 흘렸다는 학부모님,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는 학부모님, 아이가 집에서 그 뮤직비디오를 계속 보여준다는 학부모님의 연락으로 아이들의 내숭(?)을 알게 되어 기분이 참 좋았다.

5월에는 헨리 블랙 쇼의 ‘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라는 책을 읽고 어린이 시절이 얼마나 아름답고 중요한 시기인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었다.

어린이는 경이롭고(Wonder) 낙천적이고(Optimism) 순진하고(Naive)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Dependent) 감정이 풍부하고(Emotion) 회복적이며(Resilience) 자유롭고(Free play) 독특하고(Uniqueness) 사랑이 많은(Love) 존재라고 말해주었다. 아이가 죽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살아남은 아이가 어른이 된다.

로랑 모로의 ‘무슨 생각하니?’라는 그림책을 읽고 우리 반 아이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3반, 무슨 생각하니?’라는 제목의 책을 만들었다. 사진은 아름초 홈 페이지. 책을 여는 디자인이 이채롭다. <br>
로랑 모로의 ‘무슨 생각하니?’라는 그림책을 읽고 우리 반 아이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3반, 무슨 생각하니?’라는 제목의 책을 만들었다. 사진은 아름초 홈 페이지. 책을 여는 디자인이 이채롭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남아 있다. 그래서 어린이 시절을 행복한 경험으로 채우는 것,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내가 지키고 싶은 나의 아이성은 무엇인지 표현해보고 그 아이성을 지켜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글로 써보도록 하였다.

‘나는 언제든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다음날이 되면 다시 괜찮아지는 긍정적인 나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다.’ (아름초 이*은)

그리고 이렇게 소중한 나의 어린이 시절을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기 위해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야기 나누며 나태주 시인의 ‘행복’ 뒷부분을 나의 이야기로 새롭게 완성해 보았다.

그 후, 뮤직비디오 ‘happy things’(해피 씽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5월 행복 찾기 프로젝트’로 이름 붙이고 학교 종이에도 공유하여 아이가 행복한 5월을 보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시기를 부탁드렸고 학부모님도 공감하시며 많이 도와주셨다.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발야구에 푹 빠져 있다. 열성적인 야구팬인 담임 선생님을 닮은 것 같다. 결승전이 끝나면 또 어떤 그림책과 시와 노래를 나누게 될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아이들과 나눌 다음 작품을 고민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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