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청 앞 선별진료소 첫날, “검사 받는데, 오래 걸려요”
세종시청 앞 선별진료소 첫날, “검사 받는데, 오래 걸려요”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1.07.14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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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넘는 긴 행렬… 1시간 30분 기다리기 일쑤, 탈진 여성 1명 쓰러지기도
방역당국 간부들, 보완점 찾아 현장점검… 의료진, 쉴틈 없이 검체 채취 몰두
“검사 대기 중 시청 화장실 사용은 문제, 철저한 동선 분리 필요” 지적 나와
14일 오전 세종시 보람동 시청 앞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선 긴 행렬.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 앞 광장에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기 시작한 14일 오전 100m는 족히 되는 긴 인파와 차량 행렬이 늘어섰다. 

오전 9시 평소 출근 시간이 지나면 오가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던 것과는 딴판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사람들은 양산과 우산을 든 채 몇 뼘이 안 되는 나무 그늘을 찾아 한참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검체 채취를 위한 컨테이너 박스 앞에 쳐진 천막 안에 밀집해 선 이들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무더위를 견디기 힘든 듯 ‘손풍기’를 틀거나, 얇은 종이, 심지어 운전면허증으로 부채질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부쩍 자란 초록색 풀과 잡초들만이 있던 시청 앞 잔디광장 한켠 및 소담동 쪽에서 시청으로 진입하는 2차로 도로에는 주차된 차량들이 긴 행렬을 이뤘다.

검체 채취를 위한 컨테이너 박스 근처에 서 있던 30대 남성은 더위에 지친 표정으로 “회사에서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하기에 왔다”면서 “1시간 30분은 족히 서 있었다”고 말했다.

2시간 남짓 검체 채취를 한 공중보건의 1명은 교대를 한 뒤 휴게용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방호복을 벗는 모습을 보였다.

외부와 통하는 천막 안에 서 있던 한 40대 여성은 온열 증세를 보이면서 어지러워 서 있기도 힘들다고 호소, 옆에 있던 남성이 부축해 냉방 중인 시청 안 1층으로 옮겨졌다. 이 여성은 청사 내부 나무벤치를 보자마자 길게 누워버렸다. 예방의학 전문의인 전은정 세종시보건소장이 다가가 상태가 괜찮은지 문진을 했다.

14일 오전 세종시 보람동 시청 앞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의 대기 천막 안에서 줄을 선 시민들.

진단검사용 검체 채취는 쉴새없이 진행됐다. 마스크를 쓰고 빈틈이 안 보이는 방호복에 얼굴을 투명하게 가리는 페이스 쉴드를 착용한 의료진들은 검체 채취용 컨테이너 박스 앞에 선 이들의 콧구멍에 긴 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동작을 쉬지 않고 빈틈 없이 반복했다.

검체 채취를 끝낸 한 40대 여성은 얼굴이 벌겋게 된 채 재채기를 연신 거듭했고, 열 살도 안 돼 보이는 남자어린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상호 세종시 질병관리과장과 전은정 세종시보건소장, 시 보건복지국 직원 등은 선별진료소 옆에 선 채 좀 더 효율적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기 위한 논의를 했다. 이들은 ▲주차장으로 개방한 시청 잔디광장 운영 방안 ▲대기용 천막을 더 칠 것인지 여부 ▲안내를 맡는 아르바이트생을 더 채용할 것인지 여부 등을 논의했다.

전은정 보건소장은 “취임한 지 얼마 안 되지만, 잘 운영되도록 점검하기 위해 이곳으로 나왔다”면서 “의료진들이 내내, 종일 검체 채취를 할 수가 없어 교대로 하고 쉬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 불편없이 가동되도록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세종시청 앞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50대 여성이 의료진으로부터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이상호 과장은 “폭염에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다 보니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라면서 “혹시 부족한 게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기다리는 게 매우 불편할 텐데, 조치원읍 세종시보건소 선별진료소로 가시면 대기 시간이 이곳보다는 한결 짧다”고 말했다.

세종시 한 공무원은 “시청은 민원인들도 많이 오가는데,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시청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동선 분리가 안 돼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선별진료소 전용 야외 공중화장실을 따로 제공하거나, 세종호수공원 같은 넓은 공원으로 옮기는 게 더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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