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등하굣길, 모든 엄마의 바람입니다"
"안전한 등하굣길, 모든 엄마의 바람입니다"
  • 배윤정
  • 승인 2021.06.20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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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정 칼럼] 등하교 안전… 학부모부터 관심 갖고 위험 요소 제거해야
'배윤정 신호등', 민원인으로 여러 번 품 팔아 이뤄낸 결과… 지금도 뿌듯

“초품아”라는 말을 아세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말인데, 많은 엄마들이 선호하고, 저도 역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초품아 아파트는 아파트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지요. 초품아가 인기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한 등하굣길에 대한 엄마들이 바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등하굣길이 너무 멀거나, 혹은 위험해서 아이의 등하교를 걱정하고 싶은 엄마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마침, 작년에 세종으로 이사온 후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우리 집에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가려면 왕복 2차선 도로를 하나 건너야 합니다. 그 도로에는 빨강불과 초록불이 켜지는 신호등이 아닌, ‘차량이 오는 것을 알려주는 용도의 전광판’이 있습니다.

전광판 앞에는 날씬한 가로수가 한 그루 있었는데,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잎이 무성해져 전광판을 가리더군요. 코로나19로 학교는 쉬고 있었지만, 길을 건너는 아이들이 많았고, 전광판이 보이지 않아 위험해 보였습니다. 나무를 옮겨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 힘으로 하기는 어려운 일이지요.

마침 ‘안전신문고’ 앱이 생각났습니다.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을 신고할 수 있는데, 앱 안의 지도에서 위치를 설정하기도 쉽고, 사진도 바로 찍어서 올릴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로수와 전광판의 사진을 찍어서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를 했습니다.

결과는? 바로 다음날 가로수가 깨끗이 베어졌고, 전광판이 시원하게 보이는 것 아닙니까. 너무 빠른 처리에 놀라고 또, 고마운 마음이 들더군요. 싹둑 잘려나간 가로수에게 살짝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신고해서, 이제 전광판이 잘 보인다고 자랑도 했습니다.

등굣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몇 년 전 제가 초등학교 등굣길에 보행신호등을 설치하려고 노력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신호등 설치? 황당하신가요? 절대 황당한 일이 아닙니다. 꼭 필요한 곳이라면 신호등도 민원으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과정이 약간 복잡할 뿐입니다.

세종시로 이사오기 전 큰아이가 다니던 학교는 등굣길에 신호등이 없는 2차선 도로를 건너야 했는데, 차량의 통행이 꽤 많은 곳이었지요. 저는 ‘보행신호등을 설치하면 안될까?’라는 생각에 도로교통법상 보행신호등 설치기준을 먼저 찾아봤습니다.

혼잡한 시간에 길을 건너는 사람의 수와 차량 통행량, 주변 환경 등 보행신호등을 설치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더군요. 해당 내용을 학교에 문의하고, 주위 상황을 확인하여 지방경찰청에 ‘보행신호등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넣었습니다.

한두 달 후 잊어버릴 때쯤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보행신호등을 설치하려면, 민원인이 직접 지방경찰청 심의위원회에 참석하여 해당 민원의 필요성을 발표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좀 황당하다는 생각과 함께, ‘민원을 들어주기 싫어서 일부러 어렵게 만드는 건가?’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필요하다면 못할 것도 없지요. 저는 지방경찰청에서 주최하는 심의위원회에 참석해서 보행신호등의 필요성에 대하여 설명을 했고, 몇 달 후 신호등이 설치되었습니다.

남편은 신기해하며 ‘배윤정 신호등’이라고 써 붙이라고 농담을 하더군요. 몇 달 걸려서 어렵게 설치한 신호등인데, 그때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그랬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기억만 남아 있네요. 그래도 신호등은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으면서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겠지요.

제가 세종시의 장점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은 안전한 등하굣길입니다. 세종시는 신호등을 어렵게 설치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학교 앞에는 신호등, 과속방지턱과 어린이 보호구역 안내표지 등이 잘 설치되어 있고, 세종시 차원에서 등하굣길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달에는 세종시교육청이 학교 주변 교통안전시설과 통학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안전한 등하굣길을 만들려는 세종시의 노력이 느껴져 반가운 마음이 들더군요.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세종시를 칭찬합니다.

배윤정, 주부, 세종시 거주, 대구 가톨릭 의대 졸업, 울산대 석, 박사, 알레르기 내과 전문의, 서울 아산병원 임상 강사, 임상 조교수 근무,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asanallergy, 이메일 : hohoje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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