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이건희 미술관’ 행정수도 세종의 '화룡점정'
‘세종 이건희 미술관’ 행정수도 세종의 '화룡점정'
  • 김선미
  • 승인 2021.06.0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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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 세종시 상징성, 대표성, 관람 편의, 접근성 등 최적 조건
지역간 우열 가리는 ‘공모’는 안 돼, 명분 당위성 따져 정책적 결정해야

부동산 뉴스가 휩쓴 세종, 세종국회의사당 통과‧이건희 미술관 유치 관건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5분쯤 걸어, 길 하나 건너에 위치한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Museo Thyssen-Bornemisza‧이하 티센). 프라도는 물론 레이나 소피아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소장품의 수준은 상상 이상이었다.

13~14세기 이탈리아 회화 작품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인상주의,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입이 벌어지는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티센을 유럽 미술교과서라 부르는 이유이다.

카미유 피사로의 <오후의 생토노레 거리-비의 효과>와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은 특별한 미술관, 티센이 준 깜짝 선물이었다.

이후 엘리베이터 안에서 제작사 ‘티센크루프’를 보면 벌써 수년이 흘렀음에도 티센에서 보았던 선물 같았던 작품들이 떠오른다. 단순한 관광자원 차원이 아닌 문화예술이 갖는 힘이다.

유럽 미술교과서 티센미술관에서 만난 작품들. 그리고 티센엘리베이터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은 명칭에서 짐작하듯 티센그룹 가문의 컬렉션으로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티센 가문이 수집과 소장을 넘어 대중에 공개하기로 했을 때 미국, 영국, 독일, 스페인 등에서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센 보르네미사 남작은 미술관 건립의 조건으로 세가지를 내세웠다고 한다. 첫째 티센보르네미사 컬렉션 이름을 유지할 것, 둘째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을 것, 셋째 늘 대중들이 가까이 오게 할 것 이었다. 스페인 정부가 이를 수용해 티센은 스페인 미술관으로 남게 됐다.

아파트값 폭등, ‘특공’ 등 국민적 공분을 산 부동산 관련 뉴스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지금, 세종시의 최대 관심사는 두 가지다. 국회 세종의사당 관련 국회법 통과와 세계적인 컬렉션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다. 두 현안 모두 6월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세종의사당 국회 통과 여부, 이건희 미술관 입지 결정 6월에 윤곽

과연 이건희 컬렉션은 ‘세종 이건희 미술관’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제발 우리 지역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2만3천여 점에 이르는 이건희 미술품 컬렉션이 전국을 흔들고 있다.

스페인의 쇠락한 공업도시가 세계적인 명성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도시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 ‘빌바오 효과’를 기대한 지자체간 유치 경쟁이 전례 없는 과열 현상을 낳고 있다. 평소 지역의 문화콘텐츠에 별 관심이 없었던 지자체들이 언제부터 이토록 미술품에 관심을 가졌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유치전에 성공했을 때 당연히 단체장의 업적이 되겠지만 말이다. 수도권부터 지도 끝 남쪽 도시들까지 ‘이건희 미술관’ 유치 도전장을 낸 지자체만 해도 부산, 수원, 창원, 대구 등 전국 지자체 20여 곳에 이른다.

그 어느 국책 사업도 이처럼 경쟁이 치열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당연히 충청권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대전과 청주, 세종시가 도전장을 냈다.

빌바오 효과 기대한 전국 지자체들, 세종 대전 청주도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자체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술관 건립과 관련 지난 5월 “많은 사람이 작품을 감상하고 향유하기를 바란 기증자의 정신과 국민의 접근성 등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이건희 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이 됐든 단독으로 이건희 미술관이 됐든 지역간 우열을 가리는 공모는 안 된다. 부산시가 공모를 건의했으나 이 경우 명분과 당위성을 제고한 정책적 결정을 통해 입지를 결정하는 게 보다 바람직 하다.

그런 점에서 세종시이야 말로 이건희 미술관 건립의 최적지가 아닐 수 없다. 황희 장관이 밝힌 두 가지 원칙에도 부합한다. 세종시는 국무총리실과 16개 정부부처에 이어 조만간 국회세종의사당이 들어서게 될 명실상부한 한국의 행정수도다.

행정수도로서 국내외적으로 도시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고 전국 어디에서도 2시간 내 도달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장욱진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고향인 세종시 연동면에 설치된 '타일벽화'.
장욱진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고향인 세종시 연동면에 설치된 '타일벽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길 바란 기증자 정신과 국민의 접근성”에도 부합

세계적인 도시는 미술관, 공연장 등 수준 높은 문화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컬렉션은 도시의 품격을 높여 준다. 수도 서울에는 이미 기라성 같은 미술관들이 집중되어 있다. 세종은 박물관단지가 조성되어 부지도 이미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도권 유력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어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서울 송현동이라는 구체적인 입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쟁을 유발하는 공모도 안 되지만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작품 분산도 안 된다. 컬렉션은 수집자의 삶과 역사관, 안목, 취향까지 담아낸다. 한 사람, 한 가문이 자신들만의 안목과 원칙으로 모은 컬렉션은 한자리에 모으는 게 맞다.

뒷감당 우려되는 문체부, 수도권 유력설 솔솔 서울 송현동 구체적 장소까지

오랜 시간 공들여 수집한 티센 가문의 컬렉션이 이리저리 흩어졌으면 스페인 문화의 상징으로 지금과 같은 명성과 위상을 누릴 수 있었을까.

새로 만들어지는 이건희 미술관은 행정수도의 상징성과 위상에 걸맞게 세종시로 와야 한다. 기증자도 이 같은 명분이라면 세종시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상징성, 대표성, 명분, 관람 편의, 접근성 등 이보다 더 적합할 수가 없다. 행정수도 세종에 화룡점정이 될 ‘세종 이건희 미술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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