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주부, 경단녀로서 세 아이 키우는 얘기 쓰고 싶어요"
"의사, 주부, 경단녀로서 세 아이 키우는 얘기 쓰고 싶어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1.06.04 09: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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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사 엄마의 세종 사는 이야기' 시작하는 배윤정씨
"세 아이 키우면서 느낀 어려움, 주변사람들과 얘기하고 싶다"
'경단녀'인 배윤정씨는 세종시에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주부 입장에서 진솔하게 표현하고 싶다며 '세종의소리'에 칼럼 시작 동기를 밝혔다.

“‘세종의소리’죠. 저는 의사를 하다가 지금은 육아를 하고 있는 경단녀입니다. 세종에서 아이를 키우는 얘기를 연재하고 싶습니다.”

지난 5월 초 어느 날,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휴대전화를 타고 전해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내과의사로 근무하다가 남편을 따라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사직을 했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경력단절 여성으로서 세종에서 “뭔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민기자’를 떠올렸고 ‘세종의소리’에 노크를 하게 됐다고 저간의 사정도 밝혔다.

며칠이 지난 후 또랑한 목소리의 주인 배윤정씨(42)가 ‘세종의소리’를 찾아왔다. 방문하기 전 무엇을 쓰겠다는 연재의 대강을 가져오라는 부탁에, 꼼꼼하게 모범답안을 작성하듯 써왔다. 그게 5월 마지막 주였다.

“남편이 지방으로 내려가야 할 때 서울 아산병원에서 임상조교수로 근무중이었어요. 주변에서는 주말부부를 권하더군요, 남편은 지방, 큰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예정, 막내는 첫돌을 앞두고 있어 양육의 어려움을 너무 절실하게 느끼던 때였어요.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사직하게 됐어요. 속상해서 혼자 많이 울기도 했어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지만, 휴직기간에도 초음파 인증의와 박사학위를 취득, 병원으로 돌아가려는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뼛속까지 의사였다. 주부보다는 의사 쪽에 무게중심이 있었던 그에게 변화의 단초는 ‘코로나19’였다.

“아이들이 학교에 못가니 엄마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되어버리더군요, 아이들을 돌보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칼럼을 생각하게 됐어요. 새로운 일도 해보고 싶고 생각과 경험을 글로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어요.”

‘의사’, ‘엄마’, ‘세종’ 등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주제어를 가지고 ‘의사 엄마의 세종사는 이야기’를 칼럼 제목으로 정했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우리 아이의 초등생활, 우리 가족 건강지키기 등 일상과 함께 전공인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의료 상식도 전달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세종의소리’ 독자들이 어떤 점을 주목해서 글을 읽어야 할까요.

“그냥 재미있게 읽어만 주시면 됩니다. 옆집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점과 실천하기 쉬운 건강관리법을 이야기 하려고 하니까요. 다만 의사 엄마이니까 나와는 관점이 어떻게 다를까 정도는 생각해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것도 관점의 차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 그동안 사회활동에 참여한 것이 있다면 말해달라.

“솔직히 참여해본 적이 없어요, 의사가 되어서는 환자를 위해 열심히 진료했고 엄마가 되어서는 가족에게 집중하면서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면서 의사 주부 배윤정은 ‘지역사회와 관계 속의 가족’ 얘기를 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들면서 ‘사회’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어야 구성원인 ‘가족’이 행복해진다는 말을 전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역사회 커뮤니티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작은 포부도 밝혔다.

직장과 육아, 두 마리를 토끼를 잡는 건 아직까지는 힘든 일이다. 사회 시스템도 그렇고 인식도 부족하다. 아이를 낳기 주저하는 사회가 되고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나홀로 족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합계출산율 저하로 인구절벽이라는 사회의 존폐가 달린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 직장과 육아,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일하기는 정말 어려운 게 현실이지요. 이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봐요, 세종시는 젊은 도시로 출산율이 높아 아이들이 많아요. 다른 지역과는 달리 희망적인 이야기를 직접 보았어요. 교육청에서 마을과 학교가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세종마을 공동체’ 운영입니다. 최근 실시한 ‘세종형 마을 육아공동체 공간조성 지원사업’ 등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런 노력들이 계속되어야 가정과 직장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겁니다.”

서울 아산병원 근무당시 천식센터 동료의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출처 : 배윤정 개인 소장

그는 ‘의사 주부’라고 해서 육아에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 없다며 ‘마음 편한 육아’를 강조했다. 요컨대 아이들에게 학습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스스로 배우고 익히고 성장하는 능력을 눈여겨보자는 말이었다. 걱정을 가불(假拂)하지 말고 내려놓고 편하게 아이를 키워보자고 스스로 다독이는 ‘자기 체면’이 필요하다는 말로 들렸다.

대구 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울산대학교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2003년부터 서울 아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14년간 근무를 했다. 지난 해 남편이 세종충남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정착한 세종 주부 초년생이다.

그는 학부모가 원하는 아이 직업에 대해 ‘의사’, ‘교수’, ‘판사’ 등의 직업 대신 ‘현재는 없지만 앞으로 생기는 직업’이라고 적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아이들 앞에 놓인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한 세상보다 아이들 스스로 멋지게 살아낼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엄마도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의사에서 주부, 그리고 글쟁이 배윤정으로 변신과 시도가 또 나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세종의소리’ 독자들과 함께 기대해본다. 칼럼은 6월 둘째 주부터 매월 2편씩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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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균 2021-06-08 07:39:12
좋은 글 기대하며 많은 분들이 공감할수있어서 좋아요^^

만파식적 2021-06-04 11:07:06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6월 둘째주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