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따라 펼쳐진 논에서 친환경 먹거리 자랍니다"
"꽃길 따라 펼쳐진 논에서 친환경 먹거리 자랍니다"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1.06.03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 세종시 1호 부강면 서원말 마을
“제초제 안 쓰고 농약 안 치니 잡초 먹는 우렁이가 농사일 돕네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에 선정된 세종시 1호 마을인 부강면 서원말마을은 농로를 따라 화단이 꾸며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 세종시 1호로 선정된 부강면 서원말 마을은 농로를 따라 화단이 꾸며져, 넓게 펼쳐진 농토와 함께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논길을 따라 화단이 펼쳐졌다. 제초제와 농약을 뿌리지 않은 논엔 미꾸라지와 올챙이가 헤엄치며 우렁이가 풀을 뜯어먹고 있다.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 세종시 1호 마을로 선정된 세종시 부강면 금호2리 서원말 마을의 전경이다.

2017년 폐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은 김춘배 이장(70)은 몸에 좋지 않은 제초제,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친환경 농사를 지은 지 벌써 4년이다.

농약이 땅을 오염시키고 농민은 물론 소비자 건강까지 위협, 전에 하던 대로 수확만 많이 나게 하는 농사는 지을 수 없었다는 김 이장은 손주들에게 먹일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친환경 농사를 선택했다.

논에 우렁을 키워 풀을 제거하게 하고 땅에 무리가 가지 않는 친환경 비료를 이용하니, 논에는 어릴 때 보던 미꾸라지와 올챙이가 돌아오고 백로와 오리까지 찾아왔다.

이웃이 농약을 뿌리면 혹시 김 이장네 논까지 날아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다가 농식품부에서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을 운영해 농업환경을 보존하고 친환경 농사를 짓는 마을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다.

전국에서 20개 마을이 선정됐고 세종시에서는 서원말 마을이 1호로 뽑혔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데 국가에서 지원까지 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이웃들과 함께 마을도 아름답게 가꾸고 친환경 농사도 함께 지을 수 있으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 이장은 손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주고 싶어 친환경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부터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니 동참하는 마을 주민이 늘어났다.

서원말 마을은 금강가 옛 나룻터 인근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로 긴 하천길을 끼고 있다. 금강변을 따라 자전거 길이 나 있어 세종시 시민들도 자전거를 타고 많이 지나는 곳이다.

공동체사업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강변에 쓰레기를 줍고 유채꽃을 심으며 마을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꿨다.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 지원금으로 공동활동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활동수당도 지급했다.

농로 주변엔 화단을 놓아 화려한 색채의 다양한 꽃을 심었고, 제초제 대신 제초기를 들고 풀을 제거했다. 논에 나는 잡초는 우렁이가 제거해 준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마을 주민들이 도와줬으니 여기까지 했지요. 친환경 농사를 지으니 우렁이까지 농사일을 돕네요.” 김 이장은 허허 웃으며 기특하다는 듯 논바닥 우렁이를 어루만진다.

마을이 아름다워지니 주변에 있는 공장 직원들도 점심시간엔 마을길을 걸으며 산책하는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졌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유채꽃밭에서 머무며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해서 한적한 마을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금강이 내려다 보이는 골드리버 카페도 덩달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꽃을 심으니 나비와 벌도 찾아왔다. 화려한 색감에 향긋한 꽃들을 보면서 일을 하면 일하는 것이 힘든 줄도 모른다.

폐암 수술을 받고 나서 농사에 친환경 유기농을 고집했던 김춘배 이장은 마을 전체를 친환경농법으로 이끌었다.
폐암 수술을 받고 나서 친환경 유기농을 고집했던 김춘배 이장의 집념이 마을 전체를 친환경 농법으로 이끌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만들었다.

가을엔 강변에 해바라기를 심을 예정이다. 자전거 타고 금강변을 달리면서 노랗게 핀 해바라기를 본다면 정말 장관일 듯했다.

농사를 짓고 나면 남은 농업 부산물을 잘라 논, 밭에 그대로 투입한다. 토양의 지력을 회복하고 토양의 유기물 함량을 끌어 올려 더 좋은 토질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활동수당까지 받을 수 있다.

제초제 없이 예취기나 손으로 잡초를 제거해 토질 오염을 줄이고 농산물에 제초제가 흡수되는 것도 방지한다.

기존 비료 대신 시비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완효성 비료를 쓴다. 모내기할 때 한번 거름을 주면 중거름과 이삭거름은 따로 주지 않아도 돼, 비료 사용량도 줄고 일손도 덜어지며 활동수당까지 받을 수 있어 일석삼조이다.

김 이장은 건강한 논에 개구리와 올챙이, 미꾸라지 등이 헤엄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체험시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을엔 메뚜기가 뛰놀고 해바라기가 피어 장관일거유. 가을에 한 번 더 와요.”

마을자랑에 여념이 없는 김 이장은 가을에 한 번 더 올 것을 청한다.

푸른 논 사이로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는 서원말 마을.

가을뿐 아니라 언제고 머리가 복잡하면 들러 논두렁을 산책하고 싶은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우렁이 살아 있는 논(사진 왼쪽).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친환경 비료를 쓴 결과 건강을 되찾아가는 것을 입증하는 토질 검사서(사진 가운데). 친환경 농법으로 벼가 자라는 논(사진 오른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