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자락, 돈·명예·권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삶의 끝자락, 돈·명예·권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 김준식
  • 승인 2021.06.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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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칼럼] 죽음,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생, 잘 살아야..."
죽음에 도달하는 순간, 모든 게 '제로'...호스 피스 시스템 완비 필요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이웃으로부터, 나라로부터 축하받으며 태어난다. 마찬가지로 죽음도 축복 속에서 맞이해야 한다. 입학식이 축복이라면 졸업식도 축복이다. 입사가 축하받을 일이라면 정년 퇴임도 축하받으면서 맞아야 한다. 그렇듯 죽음도 인생이란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통과의례이므로 당연히 축복 속에서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탄생은 축복이고 죽음은 슬픔이 되어 있다. 물론 졸업이나 퇴직 등 모든 마무리는 함께 한 이들과 헤어지는 것이고 헤어짐에는 약간의 아쉬움과 슬픔이 있다. 죽음도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영원히 헤어지는 일 - 궁극적 상실 - 이므로 슬픔이 동반되긴 하나 한세상 잘 살았다면 누구나 받아드려 할 마지막 의례이다.

죽음을 축복 속에서 맞이하려면 삶을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죽음을 잘 준비해야 한다. 잘못된 삶, 준비되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이하면 당황스럽고 괴롭다.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프다. 때론 다른 사람을 원망까지 하면서 죽게 된다. 보내는 사람들도 마음과 몸이 아프고 원망스럽다. 이는 사회적 신분, 빈부, 지위의 차이가 없다.

20세기 최고의 정신의학자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그의 책 ⟨인생 수업⟩에서 '죽음에 도달하는 순간 모두가 제로가 된다. 삶의 끝에서 아무도 당신에게 당신이 얼마나 많은 학위를 가졌으며, 얼마나 큰집을 가졌는지, 얼마나 좋은 고급 차를 굴리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죽음에 이르러서는 그동안 사는 동안 쌓아왔던 부와 명예, 권세등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만큼 죽음을 잘 맞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죽기 전 지금을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정리하는 방법을 이야기해야 한다. 죽기 전에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고 그 기억을 남겨야 한다. 바로 「웰다잉」 이야기이다.

2021년 4월 현재 세종시에서 하루 동안 죽는 사람은 3.6 명이다. 하루 3.6 명이 죽는다고 생각하면 소수인 것 같지만 1년간 죽는 사람이 1,314명이라고 하면 적은 수가 아니다. 세종시 평균 가구원 수가 2.5명이니까 세종시민 3,285명이 한해에 가족 중 누군가의 죽음을 세종시에서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65세 노인들 31,949명에게는 죽음은 아주 가까이 다가오는 통과의례이다.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세종시 정책이 절실한 이유이다.

우선 세종시는 세종시 노인들을 상대로 웰다잉 교육과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작성을 위한 상담을 해야 한다. 절대다수의 세종시 노인들은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고 싶어 한다. 세종시는 상설 상담소(현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세종지사에서 하고 있다)를 개설해서 내방 상담을 하고 몸이 불편한 고령자 노인들을 대상으로 동네 경로당을 방문하는 방문 상담도 해야 한다. 이는 노인들이 죽기 전 마지막 고통을 줄이는 일인 동시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환자 가족의 엄청난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세종시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 세종시에서 완화의료 및 호스피스 서비스를 시행해야 한다. 세종시민 누구나 죽음을 아프지 않고, 평안하고, 의료진과 가족, 이웃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맞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하루빨리 세종시는 호스피스 병동도 만들고,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도 해야 한다. 호스피스 서비스에 들어가는 진료비가 일반 병동 진료비보다 오히려 적다고 하니 추가 비용의 문제는 없다.

국가는 이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2조에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사회적·문화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하여 호스피스 이용의 기반 조성에 필요한 시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하여야 한다.’라고 정해 놓았다.

웰다잉 교육,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 상담, 완화의료 및 호스피스 서비스가 당장은 세종시 노인들을 위한 노인복지 사업처럼 보이지만 결국 36만 세종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사업이다. 왜냐하면 36만 세종시민 중에 노인이 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죽지 않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김준식 전)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대표, 세종 매니페스토 네트워크 자문위원, 다문화사회 이해 강사, 아시안 프렌즈 이사, 한국외국어대학 경제학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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