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관세평가분류원 공무원, 어떻게 특공받았나
대전 관세평가분류원 공무원, 어떻게 특공받았나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1.05.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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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만 매입해도 특공 대상? 건물 안 짓고 직원 특공 받기도
“이전 안한 기관, 신뢰 깬 것... 분양권 회수하라” 여론 들끓어
세종시 반곡동에 관세평가분류원 청사로 신축된 건물. 현재 빈 건물로, 국고에 반납돼 다른 공공기관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직원들에 대한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돌이켜보면 어이없는 일이지만 특별공급 제도의 허술함과 체계적인 관리 부재가 이같은 사태를 불러오는 원인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관평원 사태는 특별공급 자격 부여와 이전대상 기관으로의 분류 과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관평원 직원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7월에는 특별공급 규정 제4조에 이전 확정일을 ‘이전 계획 고시일’, 또는 ‘부지매입계약일’로 되어 있었다.

부지만 매입하고 추후 기관의 사정에 따라 이전을 하지 않아도 특별공급은 가능했다는 것으로, 관평원 사례는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관평원은 지난 2017년 2월 청사 신축 부지를 매입했으며, 당시 특별공급 제4조 규정에 따라 자격이 주어졌고 분양을 받는 건 법을 위반한 게 아니었다.

행복청이 지난 해 9월 학교 등 반복적 신설기관 종사자를 특공대상기관에서 제외하고 부지매입일에 부여하던 자격을 착공일로 변경해 허술한 법망을 손질했다.

게다가 한국부동산원에 ▲특공받은 공무원의 중복당첨 여부 ▲무주택자 또는 기존주택 매각 여부 ▲특공 대상자인지 여부 등 이전기관 특별공급에 대해서 관리의무를 부여해 법망 손질과 함께 사후관리에 철저를 기하도록 조치했다.

문제는 이전대상기관으로 어떻게 포함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행복청과 행안부의 소통 부재에서 오는 행정착오가 원인이 되고 있다. 행안부는 2005년 이미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고시’에서 관세청과 관평원 등 4개 기관을  ‘이전 제외기관’으로 명시했지만, 행복청은 관평원 직원의 특공대상 확인서를 부여할 때 행복청 규정에 따라 부지매입계약을 근거로 특공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사실 각 부처의 훈령, 고시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고시와 훈령은 해당부처 홈페이지에 게시되지만 ‘국가법령정보센터’엔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오래된 규정은 담당직원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 여기에서 허점이 드러날 수가 있다. 

관평원의 자의적인 법 해석도 문제였다. 관평원은 공공기관의 세종시 이전 규정인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만 다루고 있다. 대전 소재 관평원 등 지방 소재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기 때문에 “세종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공기관 세종시 이전 총괄부서인 행안부도 강력하게 제지를 하지 않았고 결국 청사까지 건립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세종시에 있는 행복청과 부지 공급기관인 LH 등이 긴밀하게 협조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밖에 행복도시 조성 초기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는 점도 특별공급제도 부실관리에 일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경쟁률도 높지 않았고 민간 아파트 분양은 미달사태까지 빚어 자격과 규정적용이 느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관평원이 불러온 어이없는 사태에 대해 세종시민들은 한결같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하면서 ‘분양권 박탈’ 등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민 김 모씨(48·한솔동)는 “이전기관 특별공급을 담당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땜질식 처방으로 제도를 운영해온 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며 “차제에 말그대로 공무원에 대한 특별대우를 해주는 제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평원 직원이 받은 특공 물량은 모두 49채로 2020년 입주한 새샘마을 7·8단지와 해밀마을 1·2단지, 가락마을 14단지 등에 당첨된 18가구 중 8가구만 입주하고 나머지는 전·월세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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