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딸, 아들, 그리고 어머니까지..."일가족이 이발해요"
아버지, 딸, 아들, 그리고 어머니까지..."일가족이 이발해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1.05.20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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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세종시 금남면 용포리 '중앙이용원'... 40년간 손님들과 함께 한 사랑방
세종 동지역에선 사라져 가는 이발소, 인터넷 검색으로 멀리서도 발길 이어져
이해찬 전 총리도 전동면서 일부러 찾는 곳… 50년 외길인생 홍권수씨와 가족
세종시 금남면 용포리에 있는 중앙이용원은 50년 경력의 홍권수 사장을 비롯해 부인과 딸, 아들등 일가족이 운영하는 유명한 이발소다.

요즘은 남자도 미장원에서 머리를 손질해 동 지역에서 이발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 등 일가족 4명이 이발소를 운영하면서 어머니를 제외한 3명이 자격증을 따내 인근에는 널리 알려진 이발소가 있어 찾아갔다. 

세종시 금남면 용포리 대평시장 맞은편에 있는 '중앙이용원'.

지난 18일 이발소에 들어서니 거울 앞 네 개의 자리엔 모두 손님이 앉아 이발, 면도, 염색을 하고 있었고 기다리는 손님도 여럿 있어 북적거렸다. 거울 정면엔 대한민국 이용장 회장배 전국 헤어기능대회에서 딴 금상 상장이 자랑스럽게 두 개가 나란히 걸려있다. 2012년에 아버지인 홍권수씨가, 2017년엔 딸인 홍성미씨가 받은 것이다.

12명밖에 뽑지 않았다는 이발병으로 선발돼 군복무를 마친 막내아들 정현씨(26)는 지난 해 12월 이용사 자격증을 얻어 아버지와 딸, 아들이 매일 가위질을 하면서 고객들을 맞고 있다. 어머니  곽춘자씨(64)는 머리감기기, 염색약 바르기 등 허드렛일로 일가족의 모두 이발소를 운영하게 됐다. 

홍권수 대표가 이곳에서 이발소 문을 연 건 50년 전. 한 자리에서 반세기동안 지역민들의 머리를 만졌고 대(代)를 이어가고 있어 금남지역에서는 일찌감치 유명인사에다 소문이 자자하게 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 곳에서 오래동안 문을 열다보니 이곳은 남자들의 사랑방이 된지 오래다. 2,7일 닷새장이 열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야 했고 오는 손님마다 안부를 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하게 된다.

한달만에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이발소를 찾은 임모씨(65, 금남면 거주)는 " 30년 째 단골이다보니 이발을 하려면 당연히 중앙이용원을 찾게 된다" 며 "머리 손질이 깔끔하게 되고 얼굴에 맞게 머리형을 잡아주는 게 특징"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세종시 고운동에서 왔다는 김 모씨도 주말에 큰 아들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홍 사장과 안부를 주고 받으면서 활짝 웃었다. 깔끔하게 이발과 면도를 하고 염색까지 마친 그는 새신랑인가 착각할 정도로 젊고 말끔해져서 이발소를 나선다.

오랜 단골인 한 손님은 중앙이용원 자랑을 늘어놓다가는 "바쁜 약속만 없다면 중앙이용원 자랑을 좀 더 해 주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나갔다. 이발소 주인과 손님이 구분되지 않고 자랑을 하고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늘 대기 손님이 있는 모양이었다. 발 마사지 기계가 다섯 대나 있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맛사지를 하면서 피곤을 달래보라는 주인장의 뜻이 담겨져 있는 배려였다. 

50년 경력의 홍권수씨는 손님의 머리만 보면 가위가 저절로 나갈 정도로 자신 있게 손님의 머리를 손질한다.
50년 경력의 홍권수씨는 손님의 머리만 보면 가위가 저절로 나갈 정도로 자신 있게 손님의 머리를 손질한다.

대기실을 둘러보니 벽을 둘러싸면서 각종 봉사단체와 경찰서 지역사회에서 받은 표창장과 감사패들이 걸려 있었다. 로타리클럽과 바르게살기운동 등 봉사단체와 경찰서, 학교, 청소년 선도등에 앞장 선 봉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놓여 있다.

거울 맞은 편 벽엔 근처에서 자동차정비소를 한다는 큰아들 정비소에 찾아달라는 광고가 벽면을 모두 차지한다. ‘정훈 카 전문정비’라는 업체를 운영한다는 큰아들은 이발소 30m쯤 옆에 정비소를 차려 아버지의 응원에 성업 중이라고 한다.

부모님과 하루 종일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막내아들은 “부모님과 함께 일하니 너무 좋다”고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 미용사 자격증까지 따고 현대적 감각으로 다양한 남성 머리 디자인을 맡아 하고 있는 딸 성미씨도 아버지 이발소에서 일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아버지의 일을 대를 이어 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데, 홍권수 이용장은 어떻게 살아왔기에 온 가족이 함께 일을 할 수 있는지 부러웠다.

오랜 단골이라는 또 다른 손님은 “홍 사장은 항상 손님을 왕처럼 정성껏 대해준다”며 “여기에 오면 어떻게 해 달라고 말할 것 없이 편하게 머리를 맡겨놓을 수 있어 좋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한다. 꽤 오랜 시간 이발소에 있었는데 손님이 머리를 어찌 해 달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대기하다 순서가 되 자리에 앉으면 말 없이 그냥 머리를 맡긴다.

“손님 머리를 보면 스타일을 알 수 있지요. 50년 동안 해 온 일이니 자신감 있게 가위질을 할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손님들도 거의 없고 모두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홍사장의 가위질은 거침없이 순식간에 손님 머리카락을 이발했다. 옆에서 보기에 그저 손이 몇 번 왔다 갔다 했을 뿐인데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모양을 잡아 간다.

10년 전엔 기사를 두 명이나 두고 함께 일했다던 그는 점점 이용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없어져 기사를 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자 부인이 염색을 배워 조금씩 일을 돕다가 아예 함께 일하는 동업자(?)가 됐고 딸과 아들까지 합류했다.

대기실엔 홍권수 사장이 지역사회에 봉사한 흔적이 각종 표창장과 감사패가 말해주고 있다.(왼편) 거울 중앙엔 딸 홍성미씨가 2017년에 탄 전국 헤어기능대회 금상이 자랑스럽게 진열돼 있다.(오른편)
대기실엔 홍권수 사장이 지역사회에 봉사한 흔적인 각종 표창장과 감사패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말해주고 있다.(왼편) 거울 중앙엔 딸 홍성미씨가 2017년에 탄 전국 헤어기능대회 금상이 자랑스럽게 진열돼 있다.(오른편)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가족들이 함께 시작한 일이었지만, 딸과 부인이 함께 일하니 더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게 됐다. 거기에 군대에서 이발병으로 복무한 작은아들이 함께 해 일가족이 모두 가위를 들고 손님 머리를 손질하게 됐다는 것이다.

염색에 관한 한 부인의 기술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자랑하는 홍 사장의 말에 손님들의 염색까지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염색을 할 땐 눈이 따갑거나 독한 냄새가 나는데 이 이발소에선 그런 냄새나 느낌이 전혀 없었다. 머리카락 한 가닥 한 가닥에 꼼꼼하게 염색약을 바르고 주변에 비누거품을 칠해 염색약이 피부에 묻어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10분간 염색약을 발라두었다가 머리를 감고 나니 새치나 하얗게 센 머리카락은 자취를 감추고 손님들은 10년은 젊어진 모습이 됐다.

“건강이 가능한 만큼 일해야지요. 지금 67세인데 아직은 거뜬합니다.”

신나게 가위질을 하는 홍사장을 보면서 기술을 가지고 한 곳에서 평생 같은 일을 하는 장인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해찬 전 총리님도 처음엔 인터넷으로 검색해 찾아 오셨더라구요. 바쁜 분이 너무 멀리서 오셔서 완곡하게 서울에서 이발하시라고 말씀드려도 계속해서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외부 활동이 거의 없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2주 전쯤에도 이곳에서 이발을 하고 갔다고 한다.

근처에 이발소를 찾을 수 없어 여기저기 수소문해 이곳 중앙이용원에서 이발을 시작했다는 이 모씨(70·보람동)도 “좋은 이발소를 찾아서 고맙지요. 나이 든 사람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면 영 어색하거든요. 온 가족이 함께 일하는 화목한 모습을 보면 늘 부럽습니다”라며 손질된 헤어스타일에 흡족해 했다.

남자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던 중앙 이발소. 앞으로도 많은 손님들에게 말끔한 이발과 염색으로 멋진 헤어스타일을 가꾸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 동네 사랑방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종시 금남면 용포리 대평시장 주차장 맞은 편에 위치한 제일 이용원은 동 지역 손님들도 검색해서 찾아오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이발소다.
세종시 금남면 용포리 대평시장 주차장 맞은 편에 위치한 중앙이용원은 동지역 손님들도 검색을 해서 찾아오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이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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