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존엄한 죽음, 세종시 정책의제되어야 한다"
"시민의 존엄한 죽음, 세종시 정책의제되어야 한다"
  • 김준식
  • 승인 2021.05.17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식 칼럼] 세종시 3만5천명 노인인구 감안하면 '웰다잉' 잘하는 방법 필요

오늘날의 의술 발전, 기적 같은 제약 기술, 첨단 의료 장비들은 역설적으로 죽음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존엄한 죽음이 고통 없는 평안한 죽음이라면 현대에 죽어가는 사람들은 의술이 신통찮았던 시절에 가난했던 농부들보다도 더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첨단 의술을 총동원하다 보니 더욱더 고통스럽게 죽는다.

현대 의학은 환자를 살리려고 하지만 비싸고 고통스러운 처치를 하고 의료진들은 보상을 받는다. 미국의 경우 매년 총 의료비의 30% 정도가 사망하는 환자들의 5%에게 들어가며, 그중 3분의 1은 죽기 마지막 한 달 동안에 집중적으로 쓰인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인인구 3만5천명에 달하는 세종시에 존엄한 죽음, 즉 웰다잉(Well Dying)이 중요 정책 의제가 되어야 한다. 사진은 웰다잉 세종시부 출범식 장면
노인인구 3만5천명에 달하는 세종시에 존엄한 죽음, 즉 웰다잉(Well Dying)이 중요 정책 의제가 되어야 한다. 사진은 웰다잉 세종시부 출범식 장면

「국립 연명의료 관리기관」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우리나라 총 사망자 28만 명 중 75%인 21만 명은 의학적으로 소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도 억지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시술과 처치를 받으며 남은 시간 대부분을 고통스럽게 보냈다.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연구소가 낸 ‘건강보험 적용 이후 말기 암 환자의 입원형 호스피스 이용과 효과 분석(소화기내과 박병규 교수)’에 의하면 일반 병동을 이용한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이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한 환자들보다 약 27%가 더 많았다. ​ 본인부담금이 27% 더 많았다면 건강보험관공단의 진료비 지원금은 거의 2배가 넘었을 것이다. 이렇게 죽음의 질도, 진료비의 효율성도 형편없는 현재의 의료체계는 하루빨리 개선되어 죽음에 이른 환자들 모두가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도 국민의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해 2017년 8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 중이다. 이 법에 근거하여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전국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는 방문자를 대상으로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받고 있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는 죽음에 이른 환자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하여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법률에 근거한 당사자의 ‘서약서’이다. 2021년 1월 기준 지난 3년간 누적 등록자는 총 80만 5,794명이다. 약 850만 노인의 9%, 전 국민대비 0.16 %에 불과하다.

2021년 5월 현재 전국의 88개 지방자치단체가 웰다잉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실행하고 있다. 우리 세종시도 2018년 12월 10일 「세종특별자치시 웰다잉 문화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극히 일부 노인을 대상으로 웰다잉 교육은 시행하고 있으나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상담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 특별히 세종시는 2020년 산하 사회서비스원이 「세종시민의 웰다잉을 위한 제도마련 연구」를 하게 하고 보고서를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 세종시민은 이런 제도와 사업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이제 세종시는 관련 법률과 조례 그리고 연구보고서에 따라 먼저 약 3만 5천여 명의 세종시 노인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한 교육과 돌봄 서비스체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 현재 세종시에는 「대한웰다잉협회세종지부」도 설립되어 있고 여기에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인준받은 약 30여 명의 노인전문 상담사들도 있다. 타 시도의 사례를 보면 웰다잉 사업은 민과 관이 협력한다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김준식 전)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대표, 세종 매니페스토 네트워크 자문위원, 다문화사회 이해 강사, 아시안 프렌즈 이사, 한국외국어대학 경제학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졸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