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우월적 지위, 그렇다면 을은?
갑-우월적 지위, 그렇다면 을은?
  • 심은석
  • 승인 2013.05.20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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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갑을문화 탈피하고 감정노동자 배려해야

 
   심은석 세종경찰서장
석가탄신일을 포함하여 3일 연휴가 지났다. 차량이 부쩍 늘었다.
엊그제는 세종정부청사 우회 1번국도, 주추 지하차도에서 화물차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차도만 2km로 국내 국도 중에 가장 긴 터널이다. 신속하게 멀리 교차로부터 차량진입을 차단, 우회하고 이미 진입한 차량들은 후진으로 대피시켰다.

차량 화재는 소방서에서 신속히 진압하고 40여분 여 만에 인명피해 없이 정상 소통 되었다. 대형 터널에서의 교통사고나 화재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 매캐한 유독성 연기가 가득한 터널에 갇혔다면 위험 하고 두렵지 않겠는가? 터널이나 교량을 운행 할 때는 과속이나 추월을 자제하고 특별히 주의하는 안전운행을 해야 한다.

산과 들에는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이 가득하다. 사찰마다 부처님 오신날을 축원하는 봉축 법요식이 열렸다. 각 사찰마다 교통경찰과 순찰차를 배치하여 교통관리와 질서, 범죄예방에 주력했다. 2,557년 전 부처님이 오신 뜻은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모든 생명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고 모든 만물을 사랑하시려는 것 아닌가? 그 뜻은 국민의 어려움과 갈등, 범죄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위한 경찰의 사명과 같은 것이 아닌가?

연일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갑을(甲乙)문화에 대한 비판이 보도되고 있다.
갑의 횡포, 단가 후려치기, 대한항공 승무원폭행, 남양유업 대리점주에 밀어내기 관행 등에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윤모씨의 국격을 훼손한 성추행사건도 왜곡된 갑(甲)의 횡포가 잠재해 있다는 보도다. 사람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무시당하는 것은 못 참는다고 한다. 누구든지 무시당하면 분노하고 끔찍한 범행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타인을 무시하고 폭언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된다. 나는 갑(甲)으로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는 잠재 심리가 을(乙)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이 없는 인간은 돌과 나무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감정이 있어 사랑과 인간의 존엄을 알고 선을 알고 정의로움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감정을 숨기고 절제하면서 살아가지만 그 근원적인 속성은 언제든지 폭발 할 수 있다.

국내에는 실제 본인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틀에 박힌 행위나 감정으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가 600 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감정을 숨기고 자신을 삭이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에만 맞추어 주어야 하는 직업이 많다고 한다. 사실 인간사이의 모든 관계가 감정에 얽매이고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는 것처럼 누구든지 감정의 틀 속에서 살고 있다. 자기 감정은 억눌러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예속된 편파적인 계약 속에서 감정을 절제하며 일해야 한다.

국내 감정 노동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70%는 상사, 동료들에게 폭언, 무시를 당했다고 하고, 9%가 성희롱을 경험했으며, 64%가 고객으로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감정 노동자는 분노가 치밀어도 웃어야 한다.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으로부터 욕설이나 인격모독을 당했을 때 취할 수 있는 매뉴얼과 법적 안전장치가 별도로 없다. 편의점, PC방에서의 아르바이트생들이 겪는 인격모독이나 폭언은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최근 전 선관위원장의 편의점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고객들의 무시와 폭언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는 산업재해와 범죄,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더불어 사는 세상, 존중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

손님이 왕이라는 고착화된 사회인식, 내가 주인이고 너는 종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다면 바뀌어야 한다. 가끔 파출소에 난입하는 주취자들이나 민원인들은 “내가 낸 세금으로 니들 먹고 살면서 이렇게 근무하면 되느냐”며 호통치고 멱살을 잡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을 본다. 국민이 주인이고 너희들은 봉사해야 되는 종이라는 말도 한다. 최근 사회 복지사들이 살인적인 격무와 민원인들의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많다. 복지혜택을 제대로 안 준다며 협박, 폭언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가끔 흥분한 민원들이 서장실로 들어와서 장황하게 경찰관이 불친절하다면서 소리치는 사례를 접한다. 그분들의 주장에 전혀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막무가내로 자기주장만 하는 사례도 많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 인권은 최상으로 존중 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찰공무원, 사회 복지 공무원, 감정 노동자들도 모두 소중한 국민이다.

하지만 자기의 책임과 준법은 뒷전이고 법과 규정을 들먹이며 온갖 생떼를 쓰며 공무원들을 상습적으로 괴롭히는 민원인들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 트집을 잡거나 큰 소리치고 귀찮게 하고 겁을 주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한다. 흔히 공무원들은 악성민원인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하면서 자위하기도 한다.

 
친절 봉사를 최고의 덕목으로 하는 공무원들과 대다수 감정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고객을 왕으로 모시고 최상의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물론 그중에 극소수 잘못된 사람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 권익위, 고충 처리위, 인권위 등 많은 기관들이 공무원의 불친절한 사례를 적발하고 시정하기 때문에 매사에 조심하면서 최선을 다해 서비스 하려 한다.

상습 악성민원이 많을수록 평생에 한번 민원을 제기하는 선량한 민원인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발생한다. 통상적으로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거나 상급기관에 처벌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기라도 하면 몇 날, 몇 밤을 잠 못 자고 고민할 것이다. 그 스트레스와 고민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잘사는 선진국, 법과 원칙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투명한 사회다. 지금까지 고객은 왕이라는 생각으로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감정 노동자들에게 무시와 폭언이 정당화 되지는 않았을까?  경찰관이나 공무원에게는 내가 낸 세금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니 함부로 하거나 큰 소리쳐도 된다는 생각은 없었는가?

더불어 사는 세상, 배려와 존중이 가득한 사회, 양보하고 존중하는 사회,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진정한 뜻은 사람은 평등하며 누구든지 존중받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여 오신 것이 아닌가?  따뜻한 햇살과 맑은 바람이 부는 장군산자락 영평사에서 부처님 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많은 분들의 발원과 소망이 함께 한 참 좋은 하루였다.<필자 심은석은 현직 세종경찰서장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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