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야! 기죽지말고 살아봐, 화이팅!"
"소희야! 기죽지말고 살아봐, 화이팅!"
  • 강현옥 교육복지사
  • 승인 2021.05.12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단일기] 강현옥 교육복지사...사랑으로 아이 성장시키는 보람
위기 처한 학생 학교, 마을, 기관 등 다각적인 지원으로 안정
강현옥 교육복지사

새벽 1시 핸드폰이 울렸다. 잠결에 전화를 받으니 아무 말이 없다. 잘못 온 전화인가 싶어 확인하니 3학년 김소희(가명) 학생이었다. 잠시 기다리니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저...좀 도와줄 수 있어요?”

점퍼를 찾아 입고 아이가 있다는 아파트 놀이터를 찾아갔다. 잠바도 입지 못하고 양말도 신지 않은 채 슬리퍼를 신고 있는 아이에게 준비한 잠바를 챙겨 입혀 주었다. 모친에게 혼나고 쫓겨난 아이는 떨고 있었다. “선생님네 집으로 가자?”하니 한사코 거절을 한다.

아이가 초등 3학년때 이혼을 한 부모는 아버지가 아이들을 양육했다고 한다. 아이가 초등 6학년때 아버지가 재혼하고 어머니가 두 딸을 데리고 살고 있다.

어머니는 가끔 저녁에 가정에서 술을 드시다 과음을 하게 되면 아이가 부친을 닮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아이를 집 밖으로 내쫓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면 아이는 놀이터에서 밤을 새우고 어머니가 잠든 새벽에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식당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가게가 어려워지면서 문을 닫게 됐다. 어머니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두 자매를 양육했지만 그 직장마저 문을 닫으며 갑자기 실업자가 됐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더욱 잦아졌다.

처음에 어머니에게 쫓겨난 아이는 아버지에게 전화하여 데리러 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 집에 가면 새엄마의 시선이 편치 않고 자존심이 상한 아이는 놀이터에서 자신을 지키며 아침을 기다렸다.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걱정하는 나에게 아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동생은 안전하게 집에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동생이 맞는 것보다는 내가 맞고 내가 쫓겨나는 것이 더 괜찮은 거라고 이야기한다. 모친도 지금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본인이 보호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교육복지소위원회를 거쳐 아동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가정 만들어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아동 상담과 학부모 상담을 연계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와 함께 사제동행 프로그램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자존감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줬다.

어머니와 상담을 하던 중 어머니는 매우 감정이 격해져서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복지사님! 저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당장 먹고사는 게 급급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좀 알려 주세요...”

이 가정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사례협의회를 통하여 결정하고 지역의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쌀과 라면 반찬 등 생필품을 지원하고 월세와 가스, 전기료도 함께 지원했다.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고 교육복지프로그램으로는 가족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렇듯 아이에게 단점이었던 가정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매일 학교가 재미없다고 수업에 들어가기 싫어하던 아이는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학교 내 자원과 지역기관 연계를 통한 상호 협조체계 속에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며 학교가 재미있다고 말하고 있다.

가정이나 학교로부터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어야 밝은 사회가 된다. 사진 서영석 기자

가정에서 소외되고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참으로 많다. 하지만 관심과 사랑이 아이들을 성장시킨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은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학교만 학부모 교육이나 가족 활동을 한다고 해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을이 함께 움직일 때 변화는 조금씩 일어난다.

가정으로부터 또는 학교로부터 소외되어 생활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함께 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교육복지실 문턱을 밟고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포근하고 푸근한 엄마와 같은 모습으로 언제나 사랑해주고, 행복을 안겨주는 교육복지사가 되리라는 다짐을 한다.

우리 아이들이 소희(가명)와 같이 처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 안에 내재 되어있는 역량을 발견하고 발휘하여 원대하게 아름다운 꿈을 펼쳐나가기를 기대하며 힘찬 응원을 보낸다.

"소희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그리고 꽃 피워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