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줄을 쳤어요”...아기 탄생 축하 금줄 만든 공주 중학동
“금줄을 쳤어요”...아기 탄생 축하 금줄 만든 공주 중학동
  • 황우진 기자
  • 승인 2021.04.01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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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 등 지역 인사 참가한 가운데 전통 금줄 치기 재현행사로 축하
공주시 중동 상가 앞에서 주민들이 산모와 아가를 위해 금즐을 걸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옛 도심 중학동에 특별한 아기가 태어났다.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해 전홍남 동장과 동네 사람들이 중동 한 상가에 모여 지난 달 31일 오후 2시 금줄을 만들고 덕담을 나누었다.

“우리 마을에 아가가 태어났어요. 모두 와서 축하해 줘요. 금줄을 높이 달아줘요.”

코로나19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서도 새 생명의 탄생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는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산후조리를 해서 집 앞 대문에 금줄을 거는 풍습이 사라졌지만 옛날에는 아이가 출생한 집은 금줄을 쳐서 동네사람들에게 알리고 잡인의 출입을 금했다.

금줄은 신성한 지역임을 표시해 부정한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잡귀의 침범을 막기 위해 문 앞에 쳐 놓은 새끼줄을 말한다. 현대 과학적 사고로 보아도 간난아기와 산모에게 병원균을 차단하는 예방 의학으로 우리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사회의 미풍양속으로 코로나가 창궐하는 현실에서 더욱 의미 있게 보였다.

금줄은 짚으로 꼰 왼 새끼를 쓰는데 여아는 숯과 솔가지, 남아는 숯과 고추를 끼운다. 숯은 병원균과 잡귀를 방비하고, 솔가지는 바늘을 의미해 커서 바느질을 잘하라는 의미이다. 고추는 남아의 상징으로 달았다.

공주시 중학동에 아기 출생이 주민들의 특별한 관심과 환대를 받는 것은 공주시 구도심에는 신생아 출산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공주시 중학동은 1980년 대까지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활기찬 공주시의 중심이었지만, 요즈음에는 1년에 태어나는 아기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

시골 마을에는 아이가 아예 없는 마을도 많은 가운데 중학동은 2300여 가구에 주민 수가 4700여 명인 공주의 옛 중심 시가지이지만, 현재에는 노인들만 거주하고 아이들은 구경하기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민들의 말이다.

자그마한 중학동 주민행사로 치른 이날 행사장에서 윤관종 중학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을 대표해 꽃바구니를 선물했고, 지역사회보장협의회는 미역과 기저귀, 동장협의회는 케이크를 선물해 예린이의 출생을 축하해 주었다.

전홍남 동장은 “아이가 태어나면 동네 사람들이 물품을 모아 기부하고 지혜를 모아 온 동네가 아이를 키운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우리 중학동도 모든 주민이 합심해서 아이들을 키우자”고 말했다.

이 날 주인공 예린 아빠는 "이렇게 인심 좋은 동네에 산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고 감사 인사를 하며 마음의 감동을 표현했다.

또 윤관종 위원장은 “자그마한 축하 행사지만 코로나 시대 아주 의미 있고 행복한 행사였다”며 “앞으로 중학동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축하 세레머니 행사를 열어주자”고 말했다.

한편 같은 동네에 사는 언론인 특급뉴스 김광섭 대표도 참석해 쿠키 세트를 전달하고 축하의 인사를 전해, 훈훈한 옛 마을의 인심을 더 했다.

갓 태어난 예린이의 앞날을 축복하는 글을 써서 주민들이 함께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금줄로 사용할 새끼줄을 짚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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