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스마트국가산단 예정지… 보상 노린 빈 ‘벌집’ 곳곳에
세종시 스마트국가산단 예정지… 보상 노린 빈 ‘벌집’ 곳곳에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1.03.09 18: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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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주민들 “와촌리에 30~40채, 총 100채는 될 듯… 주말에 와 주거 흔적 남겨”
조립식 주택 3채, 1필지 ‘쪼개기’ 의혹... 명의 다른 3채 채무자는 1명, 대출처도 같아
농사 짓는 원주민, 주변 땅값 시세보다 턱없이 적은 보상비 주고 쫓아낼까 걱정뿐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인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에 들어선 소규모 조립식 주택들. 외지인들이 지은 이 집들을 원주민들은 향후 보상을 노린 벌집으로 부르고 있다.

“저기 ‘벌집’(조립식 패널로 지은 소규모 주택)? 에이, 사람 안 살지…. 보상이 시작되면 ‘딱지’ 받으려고 지은 집들이지 뭐….”

9일 오후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인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농촌 마을. 수십 채의 농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적한 농촌 마을 한 켠에 조립식으로 지은 소규모 주택 여섯 채가 보였다.

지은 지 수십 년은 된 듯한 마을의 농가와 달리 하얀색 계통의 비교적 깔끔한 모습에 세워진 지 얼마 안 된 티가 역력하다.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부착돼 있고, 출입문 옆에는 조그만 우체통도 달려 있다. 내부는 들여다볼 수 없도록 유리창 안쪽은 비닐 커튼이 내려져 있다.

내부가 겨우 보이는 한 채의 내부는 바닥이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각종 물품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다른 유리창으로는 머그컵, 주방세제 등도 보인다.

이 마을에 사는 한 70대 할머니는 “주말엔 애들 데리고 와서 놀다 가고…, 가끔 자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대. 주말 밤이면 몇 집은 불이 켜져 있어. 전기료가 나와야, 살고 있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8일 오후 어두워지기 직전의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소규모 조립식 주택들. 실내등이 켜진 집이 없고, 인적도 없다.

잠을 자고 간다는 벌집은 침실까지 설비된 다른 집을 가리키는 듯했다.  

이 할머니는 이어 “벌집 주인들하고 인사하고 지낸 적은 없어. 세종 사람도 있고 대전 사람도 있다고 그러던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마을에서 복숭아밭 옆에 1톤트럭을 대놓고 농사 준비를 하던 60대 농민은 “저 벌집들은 지어진 지 3년이 넘었다. 주인들은 다 세종 사람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경기 시흥·광명 신도시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나무를 심었다지만, 나무보다는 조립식 주택의 보상가가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벌집으로 불리는 이 소규모 주택들의 등기부등본을 온라인으로 열람해 봤다.

동일한 지번인데 1동, 2동, 3동으로 구분돼 있다. 한 필지였던 땅을 세 필지로 나눠 집 세 채를 지었다는 뜻이다. 세 채 모두 소유자는 성과 이름이 다 다른 사람으로, 세종시 거주자였다.

이 3가구 모두 채권최고액 8400만원에 근저당권 설정이 돼 있는데, 채무자는 김○○씨로 동일인물이다. 대출받은 은행도 세종시 소재 모 단위농협으로 모두 같다. 이른바 지분 쪼개기 또는 차명거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등기가 난 때는 2018년 6월 하순. 세종시 스마트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최초 발표가 나온 시기는 2018년 8월이었다. 사전에 개발정보를 알고 보상을 노린 부동산투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와촌리에 이런 벌집들이 30~40채는 된다고 주장했다.

2018년 8월 세종시가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로 와촌리를 포함해 인근 4개 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설정하기 전부터 4개 리에 이같은 벌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모두 100채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전에 개발정보가 누설돼 회자됐다고밖에 달리 추정할 수 없다.

한편 오랜 동안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 온 주민들은 보상에 이어 산업단지 조성공사가 본격 시행될 경우 어디로 가서 새로 터를 잡아야 할지 걱정하고 있었다.

60대 농민은 “인근 지역 땅값이 다 크게 올라서, 가까운 곳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 가진 땅 보상비 받아봐야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새 경작 면적은)30% 정도로 쪼그라들 것으로 본다”면서 “평생 농사로 먹고살아 왔으니 농사 짓고 살아야 하는데… ‘세종시 수정안’ 나왔을 때 세종시 ‘원안 사수’ 하자며 동네 노인네들 모시고 머리띠 두르고 데모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뭐하러 그랬나 싶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원주민들은 몇 년 후 닥칠 이주 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세종시 읍·면지역에서는 부동산투기가 가장 심했을 것으로 관측되는 스마트국가산단 예정지 투기 의혹을 경찰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사다.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한 마을회관에 스마트국가산업단지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원주민들은 주변 땅값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보상비만 받고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내쫓길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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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주 2021-03-15 20:41:06
오송읍은 1,2 산단이 조성되었고 충북도와 청주시가 개발하는 컨벤션센터가 토지보상, 지장물 보상을 마치고 개발 중에 있으며 3산단 개발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송역세권개발이 진행되어 지장물 보상중에 있으나 일부 보상을 노린 겉만 조경업자들이 사업의 진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경수를 무지막지하게 심었으면 목적대로 활용하여야 하나 캐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보상을 받을 목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사실 확인을 거쳐 세무조사 등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