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과학 시너지 정책, 그리고 세종시
사라진 과학 시너지 정책, 그리고 세종시
  • 최순희
  • 승인 2012.03.02 13: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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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희의 뾰족한 글]세종시와 대덕, 첨단으로 만나 미래로...

세종시에 첫마을이 들어서고 첫 학교가 문을 열어 세상에 공개되는 ‘시작’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새롭게 첫 마음으로 시작하는 현장은 늘 새롭다. 게다가 새롭게 국가의 천년 대계를 세워 마련하는 세종시에서 미래의 주인들이 자라날 교육기관의 개교행사가 일반에 공개되니, 더욱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더욱 세상 사람들에게 이목을 끄는 건 세종시에서 배우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실현되고, 교실과 가정에서 스마트 디바이스를 교재교구로 사용하는 교육이 이뤄진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설레이던 미래교육이 성큼 다가선 기분이다.

전자화된 환경은 개방되어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언제나 연결 가능한 유비쿼터스 인프라를 가동하여 학부모가 안심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였다는 설명에선 IT강국의 자부심까지 우러난다. 또 교실에선 어떤가? 스마트 전자기기 패드가 종이 교과서를 대신하고, 선생님은 칠판대신 화이트보드위에 아이들이 갖고 있는 전자패드와 직접 연결되어 상호작용이 뛰어난 수업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새롭게 공부할 것이라는 것을 시연을 통해 확인한 아이들과 학부모는 탄성을 지르며 개학을 기다린다.실제로 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하는 어린이는 개학이 기다려진다는 설레는 표정이 가득하다.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만이 아닌 사람과 사물 간의 소통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는 시대에 이러한 IT를 통한 교육환경에서 자란 세대들이 만들어 갈 세상이 새삼 궁금해진다. 사실 미래학자들은 "미래에는 사물과의 통신도 많아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의 문제점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으며, 자동차 산업의 경우 그런 변화가 특히 빠를 것이라고 말한다.

전통 산업과 IT 산업 간의 만남도 이뤄져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는 우리로선 앞으로 농업, 제조업 등의 전통 산업도 첨단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변화해야 하는데 이러한 교육의 산물로서 우리의 아이들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아이디어의 힘'을 길러 나가기를 바래본다.

겉모습은 내용을 포괄한다. 그러나 겉모습이 내용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그 겉모습까지 걷어내는 혁신을 담보하지 않으면 겉치례요, 허상일 수밖에 없다. 첨단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첨단이 그 본질을 가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제 곧 문을 열게 되는 학교에서는 지금껏 우리가 걱정하고 고민하는 아이들의 왕따 문제가, 과열된 입시 경쟁이, 학생과 교사의 불신의 벽이 허물어지고, 아이들은 사교육으로 달려가는 일이 없는 이상적인 교육환경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쉽게 답을 할 수 없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세종시에서 이런 일들이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일사천리로 어려움 없이 제 시간에 찾아 온 궤도 위의 열차는 더더욱 아니다. 세종시의 첫 마을에 주민이 제자리를 찾아 둥지를 틀고, 새롭게 자라날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새로운 세상에 대한 준비를 하게 되기 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아집과 오만이 난무하였다.

대다수 국민의 땀과 노력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 국가의 부와 사회·문화적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가운데 이와는 반대로 지역은 고사하는 환경을 나몰라라하고 몽매를 부린 지도자의 아집을 딛고 틔우는 싹이다. 국민적인 합의가 지연되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싹이어서 더더욱 제대로 틔우길 바라는 심정은 간절하다.

세상은 열리고 개방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유와 참여의 정신을 실현하려는 웹상의 이상과 가치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과 통치자가 보여주고 있는 불통과 폐쇄적 결단이 아직도 이 나라를 가득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그 한 가지 예가 현 정권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과학비지니스 밸트의 중심, 대덕밸리를 둘러싸고 불거지고 있는 연구소 통폐합 논란이다.

난항이었지만 가야하는 방향으로 돛을 올린 세종시와는 다르게 현직 대통령이 공약했던 사안이면서도 과학비지니스 밸트에 대한 시너지 정책은 사라지고 난데없는 연구소 통폐합 문제가 이지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필요 없는 가지를 잘라내는 심정이 아닌 이 정부의 만병통치 처방인 '몸집 불리기를 통한 경쟁력 키우기'라는 한 가지 처방만으로 그것도 정권말기에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은 더더욱 우려를 갖게 한다.

새로운 수도건설을 통한 국가의 천년대계를 혁신적인 교육환경과 함께 동력을 얻길 원한다면, 당연히 이 나라의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해 낼 동력자원으로서의 연구기관들의 위상에 대해서 정권차원의 이해득실이 개입되어선 안 될 일이다. 따라서 이제 몇 달 남지 않은 현 정부에서 졸속으로 만들어낸 연구소 통폐합안은 다음 정권에서 차분히 다뤄져야 함이 당연지사라 할 것이다.

   
 

최순희, 대전출생, 충남대, 목원대(석사), 충남대 언론정보대학원(박사수료), 대전MBC R·TV 프로듀서, 편성·보도제작부 부장, 미디어 포럼 대표(현), 홍익대, 목원대 출강(현), 이메일 : luxcia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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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 2012-03-02 14:13:00
어쩜이리 콕콕 찝어서 바른말씀만 해주셨는지
최위원말씀대로 연구소통폐합안은 다음정권에서차분히 다뤄줬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