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지만... 코로나와 싸우는 전사로 나왔다”
“설날이지만... 코로나와 싸우는 전사로 나왔다”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1.02.12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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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어진동 선별진료소 의료진 6명, 방호복 입고 쉴새없이 150여명 검체 채취
“가족 지척에 살지만, 영상통화로 새해인사”... 검체 분석관, 밤 11시까지 분석작업
재난·소방·환경 분야 시 공무원 70여명 근무... 14일까지 같은 규모로 시민안전 살펴
설날인 12일 오후 3시 30분쯤 세종시 어진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주차장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들어가려는 차량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설날인 12일 세종시 어진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주차장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

이날 오전 10시 문을 연 선별진료소에는 오후 2시를 넘길 때까지만 해도 검체 채취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차량이 드문드문 들어왔다.

온몸을 칭칭 감은 D레벨의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뒤 얼굴을 가리는 투명 가림막인 페이스쉴드를 쓴 간호사 5명과 안재범(31) 공중보건의는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검사자의 인적사항과 연락처 등을 접수·기입하고 ▲차량에 탄 채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의 검체를 채취하고 ▲채취한 검체를 밀봉한 뒤 아이스박스에 넣는 등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손발을 척척 맞춰가며 재빨리 검사를 진행했다.

차량이 드문드문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차량 진입 간격이 불과 몇 분 되지 않아 여유롭게 진행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날 오후 3시를 넘기자 검사를 받으려는 차량들이 급증, 선별진료소 앞 도로의 한 차로를 점유하다시피 했다. 주차장 안에 들어서 대기하는 차량까지 합치면 줄잡아 20여대가 줄을 섰다.

20여대 가까운 긴 차량 행렬은 오후 4시 30분을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안재범 공보의 등 이날 6명의 검체채취팀은 내내 조금도 쉴 틈 없이 손발을 움직였다. 마감시간인 오후 5시 직전 진입하려는 차량 한 대만 돌려보내고, 마지막 검체를 담은 아이스박스를 실은 1톤 트럭이 어진동 선별진료소를 출발한 시간은 오후 5시 5분.

어진동 선별진료소 바로 맞은 편 길 건너 문을 연 아웃렛 쇼핑몰에서 스포츠웨어·캐주얼웨어 등을 사기 위해 마스크를 쓴 3~4명의 가족단위 쇼핑객들이 천천히 여유롭게 움직이며 쇼핑을 즐기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안재범 공보의와 간호사 5명이 페이스쉴드를 젖히고 방호복을 조심조심, 천천히 벗은 시간은 오후 5시 1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방호복을 천천히 조심조심 벗는 이유는 어진동 선별진료소 주차장이 외부 공기가 들어오는 개방된 곳이지만, 혹시라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방호복에 묻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

천천히 방호복을 벗고 나서야 그들은 풀어진 머리카락을 묶고 출근 때 입었던 평상복을 드러냈다.

이날 근무한 간호사 중 한 명인 맹소연(28) 주무관은 작년 설날 때까지만 해도 명절연휴이면 대전에 있는 본가에서 가족들과 함께 푸짐한 음식을 먹으며  푹 쉬었던 때를 떠올린다.

이날 내내 긴장한 전사 같은 표정이었던 맹소연 주무관은 “코로나19 퇴치에 힘을 보탤 수 있어 영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왔다. 이날 하루 나름 최선을 다했다. 올해는 코로나19를 퇴치하고 소중한 일상을 되찾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전 집에 있는 가족들과는 영상통화로 새해인사를 대신했다. 퇴근하면 전화를 다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범 공보의는 “지난 1년여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 심신이 많이 지친 건 사실이다. 시민들의 응원을 되새기며 힘을 내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 여러분들도 모두 힘을 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선별진료소에서 검체채취팀이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에게서 검체를 채취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이 채취한 검체는 150여명분. 이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는 같은 날 오후 7시 현재 2명 나왔다. 오후 5시를 넘겨 세종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 옮겨진 검체는 2명의 당직 분석관이 밤늦게까지 진단검사를 진행한다.

최종 분석결과는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이고, 밤 11시를 넘길 때도 있다. 진단검사 결과는 밤 11시를 전후해 종합·정리되고, 그날 밤 질병관리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보내지기 직전 남궁호 세종시 보건복지국장의 결재를 거친다. 때문에 남궁 국장도 밤 11시 전에는 잠들 수 없다.

한편 전날 어진동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한 검체채취팀 6명은 모두 174명의 검체 채취 작업을 벌였고, 174명 중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설날 어진동 선별진료소 검체채취팀과 당직 분석관만 일을 한 게 아니다.

36만 세종시민이 편안한 설연휴를 보내기 위해 세종시 본청 및 산하 읍·면·동, 소방본부 등에서 70여명의 공무원이 코로나19·재난안전·소방안전·환경대책 등 각각의 대책반에서 근무를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2분쯤 금남면 두만리 농막에 난 불을 끄러 달려갔고, 상·하수도 민원이 각각 들어온 조치원읍과 부강면 현장에 나가 물이 통하게 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설연휴 마지막 날인 14일까지 세종시에서는 이처럼 70여명의 공무원들이 교대로 시민 생활 각각의 일선에서 근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춘희 세종시장과 류임철 행정부시장은 11일과 12일엔 별다른 일정이 없었지만, 13일과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번갈아 출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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