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으로 배운 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경험으로 배운 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 이재환 교사
  • 승인 2021.02.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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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이재환 도담초 교사...'경험해 본 걸로 배운 수업'
코로나19로 경험 중심 수업 제대로 못해 아쉬운 현장 교육
이재환 도담초 교사
이재환 도담초 교사

사람들은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봤을 때 어떤 장면을 기억할까. 잠시 떠올려보면, 보통은 선생님께 혼난 기억이나 친구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겠지만 수업시간에 무엇을 배웠나 생각해보자.

나는 어릴 적 배운 수업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수업들이 몇 가지 있다. 쌀을 가지고 입체도형의 부피를 비교해본 수업, 동네 문구점에 찾아가 주인아주머니를 인터뷰 해본 수업, 달걀 낙하실험과 같이 내가 직접 경험해본 것을 토대로 배운 수업들이 기억에 남는다.

5학년을 가르치며 사회 교육과정 속에 있는 많은 내용들을 학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재구성해보았다. 직접 화석을 만들어 땅속에 묻어보는 수업, 삼국사기를 보며 이야기 만들어보기, 대동여지도를 실제 크기로 만들어 보기 등 많은 교과 내용들을 직접 교과서 밖에서 다루어 보았다.

교과서 속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작은 지도였던 대동여지도는 실제로 세로길이가 7미터 정도 되는 굉장히 큰 지도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아이들은 놀라움을 느낀다.

실과수업은 다양한 것들을 아이들과 경험할 수 있다. 나는 동식물 기르기 단원에서는 교실에서 나팔꽃을 기르고(마치 숲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교실의 한쪽 면을 덩굴로 천장까지 덮어버린다.), 어항에 열대어를 키워 식물과 동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나팔꽃을 끝까지 길러서 마지막 씨앗까지 얻는 과정, 그리고 열대어와 같은 작은 생명이라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수고로움이 따른다는 것을 배운다.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동식물이 생겼으니 아이들에게 내가 가르치려 애쓰지 않아도 동식물에 관심을 더욱 많이 가지고 잘 키우기 위해 스스로 자료 조사까지 하게 된다.

경험을 통한 수업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아이들이 직접 계획해서 만들어보고 움직여보는 수업은 단순한 교과서 속 지식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을 가르쳐준다. 그 과정 속에서 문제해결능력, 적응력, 자기주도능력 등 많은 능력이 향상된다. 또한 직접해보는 것들에 아이들은 언제나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아무래도 나는 지식적인 측면 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어떤 일을 계획해서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더 가르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속에서 내가 추구하는 경험중심 활동수업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모둠활동으로 진행해야 되는 수업이나 반 아이들 전체가 함께 해야 하는 수업 등을 개인수업으로 바꾸어 진행했다.

도담초 학생들이 ‘꼬마 CEO 활동’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체험 수업을 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도 ZOOM으로 수업 내용을 공유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ZOOM이라는 새로운 수업방식에 흥미를 느끼며 수업에 참여하였지만, 항상 아이들과 다양한 경험 위주의 활동을 하던 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1년을 마무리 하는 종업식. 뒤돌아보며 무엇이 기억에 남는지 우리 반 아이들한테 물어보았다. 다양한 대답 속에서 나는 “활동하고 열심히 움직였던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라고 하는 아이들의 대답에 힘을 얻게 된다. 내년에는 부디 코로나 상황이 해결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여러 가지 경험중심 수업을 더 제대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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