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배달앱, 시범서비스에도 갈 길은 멀어
세종시 배달앱, 시범서비스에도 갈 길은 멀어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1.02.0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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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호 부시장 주재 8일 민관협력 배달앱 시범운영 설명회
세종시청·소상공인·배달앱 업체, 과감한 투자에다 지원 필요
소비자, 참여·상생·세종사랑 공동체 가치 실현에 동참하길...
세종시는 소상공인 배달수수료를 경감하기 위해 민관협력 배달앱 사업을 추진해 '먹깨비'와 '소문난샵'의 설명회를 8일 개최했다.

세종시가 소상공인 배달수수료 절감을 위한 민관협력 배달앱 사업을 선보였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소상공인과 시민의 협조가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달 앱의 보급이 한정적인데다가 기존 배달앱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 정책에만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는 8일부터 세종시 민관협력 배달앱 사업에 선정된 6개 업체 중 준비된 ‘소문난샵’과 ‘먹깨비’의 시범운영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오후 한솔동 복합커뮤니티센터(정음관)에서 소상공인 대표와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소문난샵(㈜샵체인)의 김만걸 대표와 먹깨비(㈜먹깨비) 김주형 대표가 참석해 각 업체 앱의 특징과 소상공인에 돌아갈 혜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거대 업체와 맞서 지역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시키는 일인 만큼 점주와 소비자 시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배달업이 급격히 성장했으나 배달플랫폼을 두세 개의 대형업체가 선점하면서, 소상공인이 광고비와 각종 소비자 쿠폰 등 마케팅비용 등을 부담하는 불공정한 관행으로 점주의 수익 악화를 가져왔다.

이에 상인회를 중심으로 공공 배달앱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공공앱의 개발·확산의 어려움으로 세종시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 기존 업체를 대상으로 민관협력 배달앱을 운영해, 소상공인의 부담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민관협력 배달앱이란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존 민간 배달앱을 선정해 지역화폐를 선결제수단으로 장착해 소비자에게 지역화폐 활용의 이점을, 소상공인에게는 저렴한 배달수수료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정책이다. 

이번 세종시 민관협력 배달앱 사업에도 지역 소상공인은 해당 배달앱 가맹점으로 등록하면 별도 입점비나 광고비를 내지 않아도 되며, 소문난샵에게 중개수수료 0.9%, 먹깨비에게는 중개수수료 1.5%만 지불하면 된다.

소비자는 배달앱에서 음식 등을 주문하고 여민전 가맹점으로 등록한 업소에 한해 여민전으로 결제해 캐시백 10%를 받을 수 있다.

조상호 세종시경제부시장은 “배달앱은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솔선 동참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정착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세종 민관협력 배달앱 사용에 소상공인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참여를 독려했다.

8일 한솔동 정음관에서 조상호 세종시경제부시장이 배달앱의 정책 취지와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8일 한솔동 정음관에서 조상호 세종시경제부시장의 주재로 세종시 배달앱 설명회가 열렸다.

공공배달앱 개발·운영 방식보다 관리·운영의 전문성과 경쟁률을 높이는 시스템이지만, 이번에 도입된 민관협력 배달앱으로서는 기존에 대형 배달앱 업체의 벽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선 협력업체가 6개 선정돼 배달업체를 이용해야 할 소상공인과 일반 시민의 혼란이 가중됐다.

세종시는 별다른 인센티브를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제안서를 제출한 모든 업체를 받아들여 앱 준비나 시스템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업체까지 민관 협력업체로 모두 선정했다.

사실 대형업체가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민관협력앱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한 업체만 집중 홍보해도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려운데 6개의 배달 앱 중 하나를 사용하라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점주 모두 혼란스러운 입장이다.

ICT(정보통신기술)의 이해도가 제각기인 소상공인에게 알아서 민관협력앱을 선정해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충분히 고객이 축적된 대형업체를 버리고 신규 민관협력업체를 선택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담동의 한 상인은 “대형업체의 가맹비와 수수료가 부담되긴 하지만 당장 대형업체 앱을 해지하면 배달 주문이 끊겨, 쉽게 해지할 수 없다”며 “민관협력 앱의 설치와 이용을 위해 일을 이중으로 해야 해 솔직히 부담된다”고 말한다.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불편함과 혼란이 예견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배달앱을 사용해 지역 소상공인에게 배달수수료를 절감해준다는 당위성만으로는 쉽게 정착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화폐 여민전을 바로결제수단으로 사용해 포인트를 적립한다 해도 ▲새로운 앱에 회원등록 해야 함 ▲충분한 리뷰가 축적되지 않음 ▲인기 있는 맛집을 알 수 없음 ▲원하는 업체가 가맹점이 아님 등의 불편함으로 기존 대형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평소 배달앱을 많이 이용했다는 시민 김 모씨는 “신규 업체를 이용하기 위해선 앱을 새로 깔아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기존 대형업체 앱을 계속 사용할 것을 시사했다.

처음 구상했던 대로 민관협력 앱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세종시청에서 발행한 리플렛에서 밝힌 대로 “참여, 상생, 세종사랑의 공동체가치 실현에 시민들의 동참”뿐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요컨대 ▲초기 가맹점에 대한 과감한 홍보와 마케팅 비용 지원 ▲세종시 기업과 정부기관, 연구소 등에 세종시 배달앱 사용 협조 요청 ▲배달앱 이용자에게 여민전 포인트 지급 이상의 할인 ▲상인들에 대한 세종시 배달앱의 가입 인센티브 지급 등 실질적인 혜택과 홍보 노력 없이 거대 기업의 철옹성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종시청 기업지원과에서 만든 리플렛으로 세종시민에게
세종시청 기업지원과에서 만든 리플렛. 세종시민에게 "참여, 상생, 세종사랑의 공동체가치 실현에 시민들이 동참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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