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날... 과연 신경 써야 할까?
손 없는 날... 과연 신경 써야 할까?
  • 이경도
  • 승인 2021.02.0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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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도칼럼] 가난했던 시절, 손님은 부담감 때문에 두려워
손없는 날은 곧 손님이 없는 날... 대접하고 감당하기 힘들어

흔히들 이사를 할 경우 ‘손 없는 날’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따지는 사람은 이사를 계획할 때 당연히 볼 것이고 안 따지는 사람도 한번쯤 검색해보기도 한다.

그러면 이 ‘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손(損)은 손님을 뜻한다. 객(客)과 같은 의미인 것이다. 손 없는 날의 손은 일(日)의 날짜에 따라 4방위로 돌아다니면서 인간에게 해로움을 끼치는 귀신을 뜻한다. 그럼 귀신을 보고 왜 ‘손’이라는 말을 했을까?

옛날 매우 궁핍했던 시절에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면 반가운 마음이 들지만 이면에는 먹을 것의 궁핍함으로 인한 두려운 마음도 컸다. 그래서 힘들게 대접하고 감당해야 할 상황을 ‘손’이라 지칭하였다.

손이란 살(殺)의 성격을 가진 금(金)의 기운이 운행하는 방위가 흉함을 인간사에 끼친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에는 신라시대 불교의 유입과 함께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쪽

음력을 기준으로 하며 방위마다 해당하는 날짜가 있어 피해야 하며, 끝수가 9나 0에 해당하는 날은 어디든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다. 예부터 손이 있는 방위로는 이사, 장례, 혼인, 승선, 수렵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해로움을 입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반대로 방위에 따른 날짜를 피하거나 손 없는 날을 택한다면 꺼릴 것이 없는 것이다.

지금도 이 손 없는 날이 달력에 표시되거나 집안의 어르신들이 손 없는 날을 짚어주시며 택일을 해주신다. 지금도 손 없는 날에는 이사가 비교적 많은 편이며 이사 비용 또한 더 비싸기도 하다.

아직도 손 없는 날에는 이사 예약이 어렵다고 하는 걸로 봐서는 생활민속에 아직 남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서구화, 도시화가 가속된 시대를 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지만 지키지 않으면 왠지 찜찜함에 의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크게 신경 쓸 것 없는 이론이다. 오행적으로 금기(金氣)의 운행으로 인해 살(殺)의 영향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이는 금(金)이라는 오행의 매우 편협한 해석에서 나온 이론일 뿐이다.

잠깐 금(金)의 속성을 소개하면, 금(金)이라는 오행은 계절상 가을과 같아 모든 만물이 수그러들고 잎새가 떨어지는 단절과 죽음의 기운이다. 하지만 나무에서 잎새만 떨어지나? 열매도 같이 떨어진다. 다 익은 열매가 더 이상 나무에 붙어있지 못할 시기가 오면 인간은 먹을 것이 생기는 것이다.

가을에 추수를 하며 벼는 죽지만 인간과 가축에게는 그만큼 먹을 것이 풍족해지는 것이다. 계절 중에서 거두어들이는 가을이 없다면 인류는 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다.

무언가 죽는다는 것은 바로 재탄생을 위한 씨앗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다. 열매는 씨앗이며 이 씨앗은 봄이 오면 여지없이 다시 살아난다. 그러니 손이 있다는 말은 무언가 묵은 것이 떨어져나가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손이 있다는 말은 새로운 관계를 위해 기존의 것을 털어버리는 홀가분함이다.

'손없는 날'은 손님이 없는 날로 어려웠던 시절, 손님이 오면 대접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손없는 날'은 손님이 없는 날로 어려웠던 시절, 손님이 오면 대접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손이 있다는 말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는 자리라는 말이다. 그리고 손 없는 날에 움직이면 영향을 받고 안 움직인다고 안 받는 것이 아닌 것이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이런 것이고 사실 손이 있고 없고를 따지기에는 이론이 터무니없이 궁색하다. 명리학 이론으로 아무리 좋게 봐주고 싶어도 도저히 손들어 줄 수 없는 이론이다. 이사는 굳이 비싼 날에 하지 말고 편한 날짜에 그냥 움직이면 된다.

모든 오행의 기운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로움과 해로움을 동반하고 있다. 손 있고 없고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사를 하든 혼인 날짜를 잡든 제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경도, 명리학 석사, 목원대 음악대 관현악과 졸업(클래식 기타 전공), 공주대 동양학과 역리학 전공, 세종,대전에서 명리학 강의 및 연주활동(현),
이메일 : lkdlkd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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