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종시는 세종시민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
미래 세종시는 세종시민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
  • 김준식
  • 승인 2021.01.27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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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칼럼] 관 주도 협치에서 민간이 이끄는 협치로 전환해야...
제2기 시민주권회의, 모범적인 거버넌스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사회계약론을 주장하는 장 자크 루소는 '국민은 오직 선거 때만 자유롭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라고 하면서 대의 민주주의를 비판했다. 그러나 그도 어쩔 수 없이 '모든 시민은 그 스스로 또는 그 대표기관을 통하여 법률의 제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하여 대의민주주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는 민주주의가 가장 훌륭한 정치제도는 아니지만, 민주주의보다 더 좋은 제도가 없어 민주주의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런 모순을 가진 민주주의를 보완하려는 노력은 역사 속에서 꾸준히 있었고 그 대표적인 노력의 결과가 곧 시민참여, 주민참여이다.

시민참여 제도들은 국민투표, 주민투표, 발안제도, 배심원제, 소환제, 위원회 참여, 주민총회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참여제도를 포괄하는 협치(Governance)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협치(Governance)라는 말을 풀어 설명하면 ‘협치란 어떤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할 때 그 정책과 관련되는 이해당사자, 공직자, 전문가, 정치인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의논하여 결정하고 실행하는 운영체계이다’

그래서 요즘은 기업도, 국가도, 유엔도 이런 협치(Governance) 방식의 운영체계를 많이 사용한다. 요즘 기업 운영의 새로운 변수 ESG에 G가 바로 Governance를 뜻한다. UN은 1992년 유엔 환경 회의에서 ‘의제 21’을 채택하면서 UN 가입국 모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구환경과 지역 환경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국가 의제 21’과 ‘지방의제 21’을 만들 것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 반드시 주요 9그룹(NGO, 정부, 기업, 여성, 청소년, 노동자, 농민, 청년, 원주민)을 참여시키라고 하였다. 우리 한국도 바로 이런 협치(Governance) 방식으로 「국가 의제 21」과 「지방의제 21」을 만든 바 있다.

우리 세종시는 일찍이 「시민주권 특별자치시」를 시정의 중요 구호로 세우고 협치(Governance)를 시작했다. 세종시는 2018년에 시민들과 함께 「세종특별자치시 시민참여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2019~2020년에 「시민주권 회의」를 구성하여 운영했다. 제1기 세종시 시민주권 회의는 시정 각 부문에 해당하는 11개 분과와 기획위원회 그리고 시민 감동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해 왔다.

세종시 시민주권회의는 시민참여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오는 28일 개최한다. 사진은 시민모의주민총회 장면
세종시 시민주권회의 2기 출범을 앞두고 관 주도에서 명실공히 민간주도로 전환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사진은 시민모의주민총회 장면

특별히 시민 감동특별위원회는 그동안 시민들이 민원으로 제기해 왔던 현수막 정비, 과속방지턱 정비, 어린이 교통안전 등등 10가지 과제를 채택하여 한 과제당 6~8회의 집중토론과 현장 조사, 시민과의 만남 과정을 가지면서 대책을 세우고 직접 실행하는 성과를 냈다.

그중에서 2호 과제인 ‘가로수 관리’의 경우, 특위에서 마련한 해결방안에 따라 시청 앞 BRT 도로 등 10곳에 총 7,025그루의 가로수를 심었고, 4호 과제인 ‘시민이 힐링하는 친수공간’을 실현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꽃을 심고 가꾼 결과, 국가하천 유지관리실태 심사에서 1위(금강수계 20개 지자체 중)로 선정되어 포상금으로 국비 3억 원을 확보하였다.

또 5호 과제인 ‘어린이 교통 안전대책’의 경우,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 공익제보단 운영 등의 노력을 통해 어린이 교통사고가 지난해보다 50% 나 감소(10월 말 기준)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과들은 단순히 정치인 세종시장의 업적이라기보다 260여 명의 시민주권 회의에 참석한 각계각층 시민들의 성과이다.

나는 오는 1월 28일 새로 출범하는 「제2기 시민주권 회의」가 1기 성과를 딛고 정말 모범적인 협치(Governance)로 발전해 가기를 바란다.

제1기가 어쩔 수 없이 관이 주도하는 협치였다면, 제2기는 시민이 주도하는 협치가 되어야 한다. 각 분과 의제를 가능하면 위원회에서 선정하고 해당 과에서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여 민과 관이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면 좋겠다. 그리고 세종시장 이하 관련 공직자들, 그리고 세종시 의회도 시민주권 회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함께 토론하면서 세종시의 미래를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새롭게 참여하는 시민주권 회의 위원들도 평소 세종시민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하면서 시민들이 바라는 세종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찾아서 가능한 위원 개인의 의견들을 제안하기보다 시민들의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노력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의 세종시는 시민 없는 허허벌판 장남 평야에서 전문가와 공직자들이 만들었다면 이제 미래 세종시는 36만 시민들이 주도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 「시민주권 회의」는 바로 그 일을 하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

김준식 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대표, 세종 매니페스토 네트워크 자문위원, 다문화사회 이해 강사, 아시안 프렌즈 이사, 한국외국어대학 경제학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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