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 세종시 아파트 분양가 결정 내막, 실수요자는 알 길이 없다
“너무 비싸!”... 세종시 아파트 분양가 결정 내막, 실수요자는 알 길이 없다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1.01.21 15: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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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분양가심사위 회의록 비공개 고수, 심사위원들에 ‘함구’ 서약서 받아
당첨된 후에야 회의록 열람 신청 가능... 건설업계도 “적정가격 도출엔 미흡”
밀실행정, 깜깜이 심사 의구심 해소 못해... 곳곳에서 “시 해명, 설득력 부족”
세종시 행복도시 지도 중 6-3생활권 일대. 지도 가운데 주황색으로 표시된 H3블록의 분양가가 세종시 사상 처음으로 1,300만원을 넘어섰지만, 이 가격이 결정된 배경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곳은 없다.

“1,300만원을 넘었다는 리첸시아 파밀리에 분양가를 보는 순간 ‘너무 비싸다’는 생각부터 들더라구요. 그런데 왜 그렇게 분양가를 올려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해 주는 곳은 없고…”

21일 만난 한 모씨(52·세종시 도담동)의 말이다.

세종시 사상 초유의 3.3㎡당 분양가가 1,300만원을 넘은 6-3생활권의 리첸시아 파밀리에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가격은 세종 안팎에서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3.3㎡당 분양가 1,309만원이라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지만, 이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설명은 없다.

분양가가 이렇게 정해진 사연을 유일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분양가심사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되지만, 세종시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분양가 심사위원 10명의 명단만 세종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을 뿐이다.

세종시의 이 같은 태도는 정부의 분양가 심사 투명성을 높이라는 기조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분양가 심사위원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 주택법을 정비했다. 핵심 내용은 분양가 심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 명단 및 안건 심의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종시의 이런 태도 고수는 ‘깜깜이’, ‘밀실행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대해 세종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시행령 69조를 보면, 분양가 안건 심의 회의록의 경우 입주자를 선정한 날 이후에 공개 요청이 있는 경우 열람의 방법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됐다”며 “이러한 구조상 일반인들에게 회의록 자료를 사전에 공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구조는 청약일정이 완료된 후 입주자로 선정된 본인이 관계기관을 직접 찾아가 회의록 열람을 신청해 보라는 식이다.

세종시는 국토부의 방침을 준수한다는 입장이지만, 청약 전 분양가가 적정한지 여부를 살펴보려는 시민들 입장에선 여전히 ‘깜깜이 심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구조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세종시는 분양가심사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에게 ‘심사 내용 비공개’의 서약을 받고 있다. 철저한 비공개 방침에 둘러싼 ‘밀실행정’으로 분양가격을 책정하는 체계로 비쳐진다.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된 배경에 대해 세종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6-3생활권 상업지역의 높은 택지가격과 기본형 건축비의 상승치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짧막한 답변에 그쳤다.

택지가격 상승과 기본형 건축비 인상은 전국 공동주택 개발지에 적용되는 공통적 요인이다. 

세종시 공동주택 시장의 평균 분양가격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3㎡당 1,000만~1,100만 원선을 유지하다가, 이번 ‘리첸시아 파밀리에’를 통해 1,300만 원대로 급등했다. 

택지가격·건축비 인상의 요인만으로 세종시 역대 최고 분양가격인 1,300만 원대를 받아들이라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설계공모를 통한 특화설계비 분양가격 책정 여부를 비롯해 분양가 상승을 이끈 주요 요건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고분양가 논란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깜깜이 심사’로 촉발된 이번 세종시의 고분양가 책정은 서민 주거안정이 아닌 건설사의 편의를 봐주는 밀실행정의 결과물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 컨소시엄이 당초 제시한 분양가격이 1,300만~1,400만 원 선으로 알고 있다”면서 “세종시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건설업체가 제시한 금액을 소폭 줄이긴 했지만, 실수요자들이 체감하기엔 여전히 높은 금액으로 적정 분양가를 도출하기 위한 세종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보이지는 않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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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2021-01-22 12:30:43
밀실행정의 단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