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해밀초, 대자보 쓴 졸업생들에 마지막 알림장 ‘뭉클’
세종시 해밀초, 대자보 쓴 졸업생들에 마지막 알림장 ‘뭉클’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1.01.07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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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졸업식 싫다” 첫 졸업생인 6학년 학생 64명 요구로 강당서 대면 졸업식 거행
‘우리가 등교해야 하는 이유’ 대자보 붙여 “방역수칙 지킬 테니 선생님 보는 졸업식을”
‘남과 비교하면 남의 인생 부러워하다 나를 잃어’ 등 교사가 보낸 마지막 알림장 ‘감동’
세종시 해밀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교장실에 붙였던 대자보(왼쪽)와 5일 거행된 첫 졸업식 모습.

지난 5일 졸업식을 한 세종시 해밀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알림장이 공개돼 화제다.

다섯 항에 달하는 당부와, 마지막으로 진짜 하고 싶은 말로 구성된 알림장은 졸업 전 날 64명의 6학년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세종 해밀초등학교는 지난 해 9월 1일 개교해 총 64명의 6학년 학생이 전학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원격수업이 결정되자, 학생들은 교장실 앞에 ‘우리가 등교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 대자보에은 “이사/전학 서로 만난 지 2주일/한 달도 안 된 친구도 있다”며 “학교를 졸업하기까지 3주 남은 것도 모자란데, 3일 등교는 저희한테는 너무 속상합니다. 그러니 교장선생님! 저희를 한번 믿고 매일 등교를 허락해 주세요”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이어 “저희는 최악의 졸업식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서 “6학년 선생님과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어떤 선생님들이기에 학생들이 이런 대자보까지 적었을까?

졸업식 전 날 6학년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적어준 알림장을 보니 그 해답을 알 수 있었다.

사회관계망을 통해 알려진 마지막 알림장은 5개 항에 마지막에 꼭 해주고 싶은 말을 덧붙여 종례시간에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내용을 보면 ▲아프지 말고 늘 건강하기 특히 마음이 건강하기 ▲포기하지 않기(부모님과 선생님은 너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유혹이 찾아와도 제자리에만 돌아와 주렴) ▲남과 비교하지 않기(남과 비교하면 남의 인생을 부러워하다 나를 잃어버리지 말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부모님 마음 너무 아프게 하지 않기(나중에 분명히 후회해. 언제나 진정으로 내 편인 사람은 부모님인 것을 기억해) ▲나 자신을 사랑하기(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스스로 소홀히 하지 말기를... 나 자신을 보듬어주고 나 자신을 가장 아끼는 너희가 되길) 등이다.

선생님들은 “2020년은 당연한 줄 알았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된 한 해였으며, 선생님도 교실에 너희가 있는 게 당연한 줄 알았어”라고 2020년에 대한 소회를 전달했다.

유우석 해밀초등학교 교장은 “졸업생 한 명 한 명 졸업장을 전달해 주는 것이 영광이었다”며 “졸업생들이 모두 해밀중학교로 진학하게 돼, 해밀교육공동체에서 자주 볼 수 있어 짧은 만남을 가졌던 6학년 졸업생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고 첫 졸업식에 대한 감회를 말했다.

한편 최교진 세종시교육감도 마스크를 쓴 채 해밀초 첫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 64명과 일일이 주먹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해밀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유우식 교장선생님이 졸업생에게 하나 하나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세종 해밀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유우식 교장선생님이 졸업생에게 하나하나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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