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졸(卒)로 보지 마라”
"백성을 졸(卒)로 보지 마라”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2.02.29 12:06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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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 어느 공직자에게 드리는 편지...공직자는 4종류있어

L형!
그동안 별고 없으셨는지요? 산다는 게 다 그렇지만 형께서도 국록을 먹는 공직자로 바쁘게 지내리라고 봅니다. 시절인연이 우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때 공무원의 인기는 그저 그랬더랬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회가 하수상해서 그런지 아이들과 부모가 선호하는 직업 선두에 있다고 하더군요.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자부하는 제가 지난해 4년간 구청신문을 만드는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관청을 나올 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지닌 채 공직 생활을 회고해 보았습니다.

이제 저는 언론계로 돌아와 세종시에 위치한 한 인터넷신문 기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L형!
세상에 태어나 먹고 사는 직업도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피하고 싶어도 글 쓰고 말하는 직업이 나날의 저의 업(業)인가 봅니다. 때로는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다보니 피곤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으로 밤늦게까지 글을 쓰기도 합니다.

처음 언론계에서 관공서에 들어와 관리들과 어울리기까지 힘들었습니다. 직급에 따라 획일화된 구조 속에 창의성이 발휘되지 않는 개미들의 조직같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계장 위주로 똘똘 뭉쳐 밥 먹으러 갈 때도 직급별로 줄을 서서 가고, 지자체장 선거 여파로 파벌이 형성되어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왜 그리 불친절한지 악어의 얼굴을 연상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다보니 착한 공무원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어느 검사장이 청소년 행사에 와서 한말이 생각납니다.“우리사회에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나라가 곧 망할 것 같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이 51%는 되기 때문에 나라가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도 꿀벌, 개미, 거미, 파리 같은 4가지 종류가 있다고 봅니다"  

L형!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무원의 종류에 대해 4가지로 생각해봤습니다.

첫째는 꿀벌 같은 공무원입니다. 관을 찾은 서민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나라의 예산을 알뜰하게 쓰는 아주 착한 공무원입니다. 축제를 하면서 새벽같이 제일 먼저 나오고 말단 직원들에게도 존댓말을 하는 Y과장이 떠오릅니다. 능력도 갖춘 그런 분만 있으면 공직자들이 손가락질 받지 않지요.

둘째는 개미 같은 공무원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개미처럼 부지런히 자기 먹이를 위해 일을 합니다. 내 것 내가 잘 챙겨 먹는 비교적 상대에 따라 착해지는 공무원입니다. 야근수당 잘 챙기고 애경사 정확히 주고받기를 잘 하는 무해무득한 생활인입니다.

셋째는 거미 같은 공무원입니다. 항상 파벌을 중요시하여 상사의 눈치를 잘보고 인사철에 한 건 올리는 아주 질이 나쁜 공무원입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식으로 표리부동한 그가 좋아하는 취미는 화투입니다. 비비는 재주가 남달라 진급을 잘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부정도 잘 저지르고요.

넷째는 파리 같은 공무원입니다. 항상 이쪽저쪽 집적거리며 닥치는 대로 먹으려고 하는 지저분한 자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가 신문사 근무 시절에 어느 관공서 국장에게 충고했는데, 그 사람은 결국 돈 먹은 게 들켜서 감옥에 가게 됐지요.

 L형!
구태여 내가 공직자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에 기분이 상하셨을 줄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마음에 담고 있던 넉두리를 한다고 여기시고 이해해 주십시오.

얼마 전 ‘행정(行政)의 달인(達人)’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을 미화하는 정치인을 욕하는 원로를 만났습니다. 그 분의 표현에 의하면 행정의 달인은 보신주의(補身主義)의 최고 정점이며, 자신의 승진만을 위해 일을 처리하는 아주 나쁜 매국노라는 것입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저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장․차관, 그리고 지자체장, 정치가들과 모든 공직자에게 백성을 졸(卒)로 보지 말고 하늘처럼 대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중국의 요와 순임금이 천명(天命)을 받아 착한 정치를 한 것을 본받아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L형!
4년 동안 구정신문을 만들면서 미담만을 취재해 기사를 써서 모처럼 행복한 시절이었던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세종시에 들어와 보니 부패의 냄새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 나라의 장래가 걱정됩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세종시의 건설이 총체적 부실임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빙산의 일각이지만 그동안 암암리에 곪은 것이 조금 터진 꼴이지요. 감사원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여‘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 추진실태’ 점검 결과 공사집행과 보상분야 곳곳에서 누수현상이 발각됐다고 하네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개발공사(LH)가 죽이 맞아 잘 해먹은 거지요. LH는 세종시 토지조성 사업과정에서 총사업비를 늘리거나 유상공급면적을 축소하는 방법으로 조성원가를 과다 산정했고, 타당성이 부족한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사업을 추진해 땅값을 상승시키고 입주민 갈등을 유발시켰다고 지적받았다네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개발공사 비리 뿌리 뽑아야

감사원은 LH가 법적 근거도 없이 기반시설 유지관리비 명목으로 2010년에 4399억 원, 2011년에 3476억 원,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역사문화체험장 등 5개 시설의 건설비 5346억 원을 조성원가에 부당하게 포함시킨 것을 적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감독관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과다 산정된 조성원가를 그대로 인정하는 등 심의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바로 국민의 혈세를 빨아먹는 공공(公共)의 적(敵)이지요. 사정당국에서 수사하여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감사원에 적발된 예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행복도시∼대전 유성간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면서 방호울타리가 설치돼 컬러아스콘 포장이 불필요한 구간까지 일괄적으로 컬러아스콘을 시공해 7억 3000여만 원의 사업비 낭비를 초래했다네요. 또한 행복도시 예정지역 내에서 28개 생태통로를 조성 중인 LH는 지침상 7m 폭만 유지하면 되는데도 3개 생태통로를 50m로 건설해 70억 원을 낭비했으며, 향후 설치할 7개 통로에 대한 축소계획도 세우지 않아 최대 263억여 원의 예산낭비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지요.

L형!
세종시의 건설에서 보듯이 나라의 모든 사업이 제대로 되고 나라의 대들보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사정당국과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인사철에는 국립묘지에 묻혀있는 공직자 출신 귀신들도 벌떡 일어나 인사명단에 자기 이름이 없나 살펴본다고 합니다.

국민의 빚이 900조 원이나 되고 나라의 빚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국가의 장래가 걱정되는데, 국민의 혈세를 마구 써버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누가 말려주나요?

그것은 바로 국민 여러분입니다!

L형!
두서없는 저의 편지를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나날이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임진년 3월 1일

                                                                  신 도 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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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 2012-05-07 13:34:26
정우님이 두눈 부릅뜨고 말리고 있으니 잘 될 것입니다.

ㅎㅎㅎ 2012-03-14 09:48:16
꿀벌은 ....글쎄요...
표현할때 이익(단것)만 추구하고
힘든 일은 파하려하고
술집(여자=꽃) 자주 찾는 그런 사람 아닐까요?
=3=3=3=3=3...후다닥....

seobosss 2012-03-01 17:01:35
좋은글 감사합네다
꿀벌,개미,거미,파리가 곤충류로서 파충류의 밥이지지요 너무 비유를 잘햇내유
세상만사 공수래공수거로 왈가왈부 하지않고 백성을 졸(卒)로 보지 않고 선비로 받들겠습니다.

연기인 2012-03-01 13:49:28
행복도시건설한다고.조상대대로옥답을보상이라는미명아래.쥐꼬리만큼,헐값에빼앗고.조상들묘지는
사방에흩어놓고,옥천동이면쪽에,행복청관리님들.5천억.4천억이주머니쌈지돈이든가?/
쥐꼬리만한보상에.가족이라는울타리는풍지박산..그냥살게놔두지.신기자님.더욱소상이2탄을기대해요

세종 2012-02-29 17:49:06
재밌긴 한데, 못내 씁쓸합니다. 공가원가를 부풀려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었는데.. 반환은 되는 건지..
후소편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