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간다, 공공임대!”
“내가 간다, 공공임대!”
  • 김선미
  • 승인 2020.12.19 12: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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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미친 집값’ 속에 등장한 ‘13평 공공임대 논란’ 유감

누가 봐도 공공임대 아닌 ‘누구나 살고싶은 집’으로 질적 전환 꾀해야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거대한 옥수수 2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 같은 쌍둥이 빌딩인 마리나 시티 타워. 세계 최고의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는 건축의 메카 시카고의 빌딩 숲에서도 독특한 외관과 혁신적 디자인으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 건축물 중 하나다.

버트 랜드 골드버그 애삭스가 1960년대에 설계한 이 쌍둥이 빌딩은 아마 건축에 문외한이어도 한번쯤은 사진으로 본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 여기에 웬 옥수수 빌딩이!” “아마 짝퉁인가 봐. 여기도 짝퉁 건축물이 있네.” 시카고 도심지를 한참 벗어난 외곽의 한적하고 낙후된 동네에서 만난 ‘옥수수 빌딩’을 빼박은 아파트는 당연히 마리나 시티 타워를 대놓고 베낀 유사품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그 건물은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였다. 정주 환경이 열악하고 건설비용이 낮은 서민 임대아파트 설계를 세계적인 건축가가 했다고?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아름답고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서민 임대아파트라니, 내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형용모순이나 마찬가지였다.

‘옥수수 빌딩’ 닮은 시카고 서민 임대아파트, 짝퉁인줄 알았는데 진품

이름있는 건축가의 설계라는 점도 놀라웠지만 더 눈에 띈 것은 쾌적해 보이는 주변 환경이었다. 넓은 뜰과 나무들, 무엇보다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 햇볕이 잘 들고 뜰이 내다보이는 1층에 자리했다는 점이었다. 공공미술품들도 곳곳에 놓여 있었다. 얼핏 보기에 서민 임대아파트가 아니라 고급 맨션처럼 보였다.

코로나19로 극한의 시간을 보냈던 한 해의 끝자락에 공공임대 아파트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일 마천루처럼 치솟는 아파트 가격에 영끌, 패닉 바잉이라는 신조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공공임대 주택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13평에서 4인 가족이 살 수 있다”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유감 표명과 반박 해명을 했으나 ‘13평 면적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고급 맨션처럼 보이는 임대주택과 사람 살 곳 못되는 공공임대 사이

급기야 과거 선거에서 공공임대를 늘려야 한다는 공약까지 내세웠던 한 야당 의원은 “니가 가라 공공임대”라며 저격,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문제의 공공임대는 전용면적이 13평이고 통상적인 분양면적(공급면적)은 21평이라고 한다.

발언의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의도적으로 비틀고 왜곡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행태야 어제오늘 일도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긴 하다. 하지만 도를 넘은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공공임대 주택 비하와 공격은 공공임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대통령 행사가 갖는 의미와 파장을 고려했을 때 좀 더 섬세하게 준비해 논란의 빌미를 만들지 말았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날마다 신기록을 세우며 대다수 국민들을 절망케 하는 부동산 정책은 비난이 아무리 혹독하다 해도 할 말이 없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도 넘은 비하 공격, 공공임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 노골적으로 드러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임대 주택을 확충하자는 것이 그토록 비난받을 사안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집이 없는 더 나아가 내 생애에는 집을 살 가망성이 없는 국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공공임대 주택 입주를 애타게 희망하며 줄을 서고 있다.

'옥수수 빌딩'으로 불리는 시카고 마리나 시티 타워를 설계한 건축가 골드버그 애삭스가 설계한 시카고시 외곽에 위치한 임대아파트
'옥수수 빌딩'으로 불리는 시카고 마리나 시티 타워를 설계한 건축가 골드버그 애삭스가 설계한 시카고시 외곽에 위치한 임대아파트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쟁률과 500만 명에 이르는 대기자가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주거공간 확보가 그만큼 절박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현실이 이럴진대 의도적이고 왜곡된 공공임대 비하와 공격은 오늘도 목 빠지게 입주를 고대하는 집 없는 기다리는 이들을 모욕하고 찬물을 끼얹는 행위나 다름없다.

집 문제만 나오면 할 말이 장강과 태산 같고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 나도 공공임대 주택 입주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내집 마련은 애저녁에 물 건너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임대라고 해도 정주 환경이 지금보다는 질적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성냥갑 같은 고만고만한 외관에 편복도, 획일화되고 무미건조한 누가 봐도 공공임대임이 뻔한 주택이 아닌 ‘누구라도 살고 싶은 집’으로서 공공임대 말이다.

오늘도 목 길게 빼고 공공임대 입주 고대하는, 집 없는 사람들 넘쳐나

대한민국 서울로 치면 한강이 바라다보이는, 요즘 유행어로 ‘뷰’가 좋은 곳에 들어선 60층짜리 주상복합 옥수수 빌딩은 고급 맨션이 아니라고 한다. 애초 마리나 시티 타워의 설립 목적은 중상층과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국의 임대주택과 우리의 공공임대 주택은 개념이 달라서 평면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공공임대에 사는 것이 휴거나 엘사라는 낙인이 아닌 보편적 주거복지가 되도록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집을 사지 않더라도 안정된 주거가 죽을 때까지 보장된다면 평생을 아등바등 내 소유의 집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리지 않아도 될 것 아닌가. 그러면 이 미친 집값도 조금은 정상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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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H 2020-12-29 14:50:50
이렇게 문재인 빨면 기분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