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는 날은 나눔 정신 실천, 정체감, 소속감 키운 전통적인 문화
날씨가 추워져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다. 이맘때쯤이면, 집집마다 김장으로 분주하기 마련이다.
김장철에 김장을 하는 것은 겨울채비의 첫걸음이다.
대개 입동에서 소설까지 김장을 한다고 하는데 올해로 말하자면 11월 7일이 입동이고 22일이 소설이니까 요즈음이 딱 김장철인 것 같다.
예전의 우리 어머니들은 겨울이 오는데 김장을 하지 않고, 장작이나 연탄을 들여놓지 않고서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겨울 내내 먹어야 할 김치와 연료를 마련하지 않고 추운 겨울을 날 수는 없으니까다.
요즘은 김장을 하지 않는 집도 꽤 많은 것 같다.
어디든 각종 김치를 파는 마트도 많고, 아파트가 우리 주거문화로 정착되고, 핵가족화 되면서 도시에서는 예전 같은 김장모습은 많이 없어지는 것도 같다.
예전에 김장철이 되면 대단했다. 배추나 젓갈을 파는 김장시장이 열리고, 김장날이면 온 가족 친지들이 모여 서로 품앗이로 김장을 해주고, 잔치 분위기로 즐겼다. 남녀노소가 있을 수 없다. 남자들은 배추 나르고, 무 채 썰고, 김장독 묻고, 여자들은 김칫 속 만들고 버무리고...
11월이면 김장하라고 김장보너스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도 지역마다 봉사단체에서 김장을 담가 외로운 이웃이나 가정에게 김치를 배달해주곤 한다.
우리의 따뜻하고 정겨운 미풍양속이다.
이 김장이 2013년 세계무형문화제로 유네스코에 등록되어 있는 것은 아시는지 모르겠다.
유네스코에서는 우리의 김장문화를 이렇게 평가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은 한국인들에게는 이웃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한편 그들 사이에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켰다”
한국 사람들은 해외에 사는 분들도 김장철이면 서로 모여 김장을 한다고 한다.
김장하는 날, 온 가족이 참여하여 배추를 절이고, 깍두기 무채 썰고, 온몸이 양념범벅이 되면서 힘들지만 웃고 즐기는 부산한 하루가 너무도 즐겁지 않은가. 돼지고기 수육에 겉절이 싸서 먹는 그 맛을 잊을 수는 없다.
유네스코에서는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협동하고 나누며 즐기는 것을 세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문화유산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김장을 해도 주부 혼자서 하거나 또는 일하는 사람을 사서 나홀로 김장을 한다면, 김장문화의 참 의미는 살아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고유의 공동체 사회에서 보여 온 품앗이나 두레 문화의 모습의 전형이 이 김장이라는 것에 담겨있는 것이다.
김장은 김치를 담근다는 뚯인데, 역사가 잘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다고 한다.
문헌상으로는 중국의 시경 등에도 기록되어 있어서 통일 신라시대 때부터라고도 하고,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순무 장아찌와 소금 절임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고려시대부터라고 하고도 하지만, 김치의 원조라는 것이 각종 채소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식품이라고 한다면 고대시대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줄잡아 약 3천년은 되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고추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지금의 빨갛고 매운 김치가 생겨났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배추김치를 '숭침저'라고 하면서, 무려 34가지의 절임채소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고 한다.
김치는 처음에 ‘침채(沈菜)’라고 했다고 한다. 채소를 소금에 가라앉혀 절인다는 뜻이다. 그 침채라는 말이 오랜 세월동안 발음이 변해서 딤채가 되고 다시 김채, 그리고 김치로 변했다고 한다.
김장이라는 말도 침장이라는 한자어로, 소금에 절여 저장한다는 말이, 발음이 변해 팀장이 되었다 딤장이 되고, 딤장이 김장이라는 말로 변했다고 한다.
사실 겨울이 있는 나라에서 음식을 저장해서 먹는 문화야 어느 나라든 있을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마탄자(Mattanza)라고 하는 소시지를 만들어 겨울 내내 먹는 문화가 있다고 하는데 마탄자를 만들기 위해 돼지를 잡는 그날은 마치 김장처럼 이웃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고 저장하고 잔치를 벌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돼지 뒷다리를 절여 만든 하몽은 유명한 음식이다.
핀란드 같은 북구쪽 나라도 무나 당근 오이 같은 것을 식초를 사용해서 절이는 피클 같은 음식이 있다고 하고, 독일 북쪽에서는 그린 빈(Green Beans)이라고 하는 콩과 돼지고기 햄을 소금으로 절여놓고 겨우내 먹는다고 한다.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장문화가 젊은 층들 사이에는 옛날이야기처럼 멀어져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계문화유산이 되면서 김장 체험이 오히려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도 같다.
지금까지 유네스코 지정 무형유산 중 음식과 관련된 것은 프랑스의 미식술, 그리스와 스페인 등 4개 나라의 지중해 요리, 멕시코 전통 요리, 터키의 케시케키(제사음식) 등 총 4건이었는데 2013년 일본의 '와쇼쿠, 즉, 일본의 전통식문화'와 한국의 '김장문화'가 등재돼 지금까지 모두 6건이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희귀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치가 한국의 독특한 음식으로 각광을 받는 것도 새로운 트랜드 같다.
김치를 프랑스의 와인처럼 고급음식 문화로 세계적으로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서양에서는 예를 들어 와인같은 경우 빈티지라는 것을 부여해서 몇 년도, 어디 산, 무슨 와인이니 하면서 엄청난 고급문화로 승격시켜 세계시장에 내놓고 있지 않은가?
와인 셀러라고 하는 와인만을 위한 특별한 냉장고도 개발하였다.
김치를 생각해볼 때 와인처럼 브랜드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지역 김치인가 산지에 따라 맛이 다르고 젓갈을 어떻게 썼느냐가 또 맛을 좌우한다.
몇 년간 숙성했느냐에 따라 그 깊은 맛도 다르고, 레드와인이 있고 화이트 와인이 있듯이 김치에도 빨간 김치가 있고 백김치가 있다.
탄산이 들어있는 스파클링 와인이 있듯이 김치에도 톡 쏘는 맛의 동치미가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사람들 가정에는 냉장고가 두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김치냉장고다 하는 사실을 매우 신기해하는 것을 봤다.
세계 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300여종의 김치가 있다고 한다.
배추김치만 해도, 백김치, 보쌈김치, 양배추김치, 씨도리김치, 얼갈이김치 그리고 궁중젓국지라는 김치가 있고, 무김치만 해도 깍두기, 총각김치, 숙김치, 서거리김치, 채김치, 비늘김치, 석류김치, 무청김치, 나박김치, 무말랭이김치, 무오가리김치...
끝이 없다.
수도 없이 많은 이런 김치를 어느 온도에 보관하고 발효시키느냐에 맛과 영양이 달라진다.
김장철 김치에는 ‘류코노스톡’이라는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어 이 시기 김치가 가장 맛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갓 담근 김치는 4~5일간 발효한 뒤 김치 냉장고에 넣어야 싱싱하고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김치는 맛과 종류에 따라 전 세계의 어느 음식과도 어울릴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스테이크 먹을 때 아삭거리는 흰 양배추 김치 어떤가? 고급 샐러드 아닌가?
김치에는 좋은 의미에서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오래 산 외국인들이 김치에 맛들이면 안 먹을 수가 없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좋은 의미에서 확실한 시장성이 있다는 말이겠다.
진심으로 김치를 종류별로 빈티지 별로 맛과 취향을 구분하여 브랜드화시켜 세계시장에 도전해보는 젊은이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손맛이나, 입맛에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체계화하고 표준화하면서 우리 고유의 김치 맛을 잃지 않게 보전하는 노력을 하면 김치시장도 세계에 장대하게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치냉장고도 함께 팔면서 말이다.
김장철이다.
매콤하고 아삭거리는 군침도는 김장김치 담그면서 가족 친지 이웃 모두 왁자지껄 맛있는 김치 속 맛보면서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란다.
아이스크림! (I scream!)
최민호 제24회 행정고시합격,한국외국어대학 졸업,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단국대 행정학 박사,일본 동경대학 석사,전)충청남도 행정부지사,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행복청장,국무총리 비서실장,배재대 석좌교수,홍익대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