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세종시 문화관광해설, 너무 자랑스러워요”
김윤희, “세종시 문화관광해설, 너무 자랑스러워요”
  • 황우진 기자
  • 승인 2020.10.1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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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김윤희 세종시 문화관광해설사... "세종 알리는 게 보람"
영어전담... 외국인들에게 세종시 소개, 자부심 느끼는 직업
세종시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세종의 문화와 역사를 영어로 설명하는 김윤희 문화관광해설사는 직업의 보람을 이곳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를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제가 대학 4년을 미국에서 다녔고, 아이들도 미국에서 공부했지만 미국문화는 허접해요. 품위 있는 우리문화, 고궁이 있고 전통의 향기 가득한 우리문화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코로나, 잦은 태풍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가을 하늘은 유난히도 맑고 청명하다.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세종시를 세계 각국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람, 김윤희(61) 세종시 문화·관광해설사를 지난 10일 오후 한솔동 한 까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경기 수원이예요. 수원여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가 대학을 진학했어요. 네바다 주립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는데, 4년간 장학금으로 다녔어요. 저는 특별히 공부를 잘 하는 사람도 아닌데 미국 대학 1, 2학년 과정이 우리나라 고 3과정 정도였어요.”

세종시 영어해설사로 활동하는 김씨의 이력은 특이하게 수학전공자였다. 이미 우리나라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운 수학을 미국 대학에서 다시 배우다 보니 자신은 공부를 잘하는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비도 벌고 진짜 현지영어를 배우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 또 다시 미국행...

“한국에서 유학 온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초년 인생은 아주 순탄했어요. 남편은 공주대학에 교수로 자리를 잡았고, 저는 대전에서 2녀1남의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로 살았어요.”

그러나 그의 중년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남편이 2009년 학술세미나로 부산에 출장 가서 심근경색 돌연사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면서 그의 인생길은 격랑의 풍파에 휩쓸렸다.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남편을 따라가고 싶은 생각뿐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더 이상 살 자신이 없어서 세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그때 막내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벌써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치대 본과 1학년에 다니고 있어요.”

세종시를 찾은 외국인들이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김윤희 해설사(사진 맨 오른쪽)와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과의 갑작스런 사별, 어떤 풍파가 이보다 더 큰 아픔이 있을까!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으며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김씨는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며 3년 세월을 보냈는데, 2012년 공주대학교에서 제의가 왔어요. 공주대학에 ‘글로벌센터’를 만들어 학생이 영어로 수업 받는 1년 과정 커리큘럼이 개설되는데 초빙강사로 일해 줄 수 있는냐는 제안이었어요.”

세종에서 하나님이 주신 또 다른 삶을 시작하다

김씨는 아이들과 논의하여 큰딸에게 두 아이를 맡기고 공주대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중에 2014년 세종시에서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세종시에서 영어문화관광 해설사를 모집하는 공고가 났어요. 평소 해보고 싶은 일이었고 새로 출범한 세종시에 대한 기대감도 커서 응모를 해서 지금은 세종시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게 됐어요.”

김씨의 평범치 않은 인생 여정을 들으며 세종시에서 해설사로 일하며 어느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 물었다.

“세종시가 개최하는 국제포럼에서 각국 귀빈들 해설을 맡았는데 모두 다 세종시를 아주 부러워했어요. 특히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시장님은 세종시 건설, 교통체계, 물 문제에 아주 부러움을 표시했어요. 세종시 건설 시작 때는 자신들을 방문해 롤 모델로 배워갔는데 세종시가 자신들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어요.”

세종시 문화 관광해설사들이 장욱진 화백 생가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 해설사는 공식적인 해설 일정 이외에도 쇼핑, 로컬푸드 방문 해설, 공주백제문화재 해설 등 다양한 해설 활동으로 자신의 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세종시 문화관광해설은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여러 가지 궁금증을 물었다.

“세종시 문화관광해설은 비암사 고찰, 홍판서댁, 장욱진 화백 생가, 호수공원,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대통령기록관 등에서 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에게 해설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 문화의 정신을 잘 설명하는 것이라서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이야기 말미에 머뭇거리며 털어놓은 그의 또 다른 큰 시련은 2019년 뇌종양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뇌종양 판정을 받고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했어요. 애들이 아빠를 잃은 지 10년 만에 또다시 너무나 커다란 충격을 주어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하나님 뜻이거니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어요.”

그렇게도 커다란 시련을 견뎌내며 그래도 다시 해설사로 나선 그의 마음에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의 아픈 몸보다 자식이 마음 아플까 걱정하는 어버이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희망이 없어지는 순간 암흑이어요. 어려움이 있을 때 인생의 폭과 깊이가 깊어지고 삶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생각돼요.”

인터뷰 마지막까지 그는 자신이 희망을 놓지 않고 투병할 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을 자신의 주변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김 해설사의 건강이 하루빨리 완쾌되고 그의 유창한 영어해설로 세종시가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도시가 되기를 세종시민과 한마음으로 기원한다.

김윤희 해설사의 단란한 가족사진. 2014년 큰딸이 한국에서 미국인과 전통혼례를 치렀다
김윤희 해설사의 단란한 가족사진. 2014년 큰딸이 한국에서 미국인과 전통혼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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