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됐을까
한글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됐을까
  • 최민호
  • 승인 2020.10.09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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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의 아이스크림] 문자 해독률 높이고 문맹율 낮춰
한글은 우리문화의 힘줄, 이 글로 나라의 힘 길러야...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휴일이다.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공휴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자기나라 글자가 만들어진 날을 기념하는 날이 있을까?

인간의 말과 노래 중 어느 것이 먼저일까?

당연히 말이 먼저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노래가 먼저라고 한다.

말이 생겨나기 전에 사람들끼리 음의 고저와 장단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곤 했다는 것이다. 양치기 소년이나 타잔같이 아아아∼ 오오오∼하는 모음으로 자기의 감정이나 의사를 전하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자음이 생겨나서 말이 성립되었다고 한다.

새가 노래한다고 하지 않던가? 늑대가 말은 못해도 울음소리로 의사를 전달하지 않던가?

그런 식으로 모음으로 노래 부르듯 의사를 전하다가 말이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모음으로만 노래를 하는 경우가 있다. 허밍(humming)이라는 것이다. 가사는 없고 타잔처럼 ‘아아아∼’하는 것으로만 작곡되어 있는 노래도 있다. 그리그(Edvard Grieg)의 솔베이지 노래나 라흐마니노프( Sergei Vasil'evich Rachmaninov)가곡집 작품 34의 끝 제14곡처럼 모음으로만 노래하는 곡을 보칼리즈(vocalise)라고 한다. 훌륭한 노래다.

전혀 가사가 없어도 감정이 전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음이 생기면서 의사가 훨씬 더 명확하게 전해질 수 있었다. 그것을 말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말이 정교해져도 글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다.

말이 발달하고 다음에 발달한 것이 글, 즉 문자다.

글자가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인류의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했다. 문화를 계승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의 구분은 문자가 생기기 전과 후의 차이 아니겠는가?

문자가 없었다면 인간의 지혜가 축적될 수 없었고, 문명이라는 것도 없었을 것이다.

마치 공기의 존재처럼, 우리가 잊고 살지만 우리에게 문자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역사상 인류가 사용하여 온 언어는 약 7천 종류 이상이었다고 한다.

*소멸된 것으로 확인된 언어만도 140여종이다.

현재 지구상의 인간은 77억이라고 하는데 이 인간 중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138종이라고 한다.

가장 많은 언어로 영어가 약 14억, 중국어가 10억명 정도이다. 한국어는 약 7천만이 사용하고 있는 세계에서 14-15번째로 사용자가 많은 대언어다.

인간이 두발로 걸어가는 호모에렉투스가 탄생한 것이 250만년 전이라 하고 언어를 사용한 것은 약 10만년에서 5만년 전이라고 한다.

세계 최초의 문자는 기원전 3천5백년 경에 발생했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자라고 한다. 쐐기모양의 설형문자다.

그 후 역사적으로 약 4백 종의 문자가 사용되었는데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는 30종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글은 그 중 하나다. 문자 역사상 가장 최신이자 최근에 발명된 문자다. 그래서 가장 현대적인 문자다. 그래서 한글은 여러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아주 독특한 문자라는 것이다. 대개 문자의 분류에는 유럽의 페니키아 문자나 중국의 갑골문자, 그리고 아랍어의 아람문자등이 있는데 문자도 문화현상이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글은 어느 문자체계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문자이다. 그렇지만 한글의 위대성은 고립된 독자성이 아니라, 신숙주 성삼문 정인지등 당대 최고의 지성이 중국을 오가며 산스크리트어, 파스파문자, 티베트문자, 굽타문자, 나아가 렙차문자까지 연구하여 그 결정체를 집적시켜 만든 독창성이라는 것이다. 표음문자는 인류의 문자 체계중 가장 나중에 발달된 문자체계이다. 다시 말해 한글은 고도로 연구된 독창적 문자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 가장 늦게 발명된 문자임과 동시에 그 제자 원리가 문서로 명확히 나타나 있고, 누가 만들었는지 근원이 분명한 현존하는 유일한 문자라는 것이다. 몽고의 파스파 문자는 파스파라고 하는 라마승이 만든 문자지만 오래전에 사문화되었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들었다는 근거가 분명한 희귀한 문자인 것이다.

셋째는 인간의 구강구조를 활용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학적인 문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수한 문자라는 것이다.

만일 한글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가 되어 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세종대왕이 얼마나 고마운 분인지 생각할수록 고마운 마음이 드는 이유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한글의 제자 원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1940년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한글을 만든 원리를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세종실록에 한글을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한글의 제자원리가 밝혀진 것이다.

한글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아마도 다른 나라의 문화적 식민지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문자가 없으니, 다른 나라 문자로 우리말을 표기해야 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서서히 우리말도 상실해 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체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면에서 선진국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자나 영어로 우리말을 표기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국민들의 지식 해득과 전달력은 형편없이 낮을 것이고 거기에 우리의 자존심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은가?

한글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글자 해독율은 98.3%에 달한다.

세계 177개국 중 17위 (24개국 공동순위:UNDP보고)이다.

더구나 IT산업이 발달하면서 한글 사용 인구가 더 많아지고 있다. 한글은 중국의 한자나 일본의 가나, 심지어 영어 알파벳에 비해서 키보드를 치기에 최적화된 문자라서 한글로 담겨진 정보들이 대단한 속도로 축적되어, 인터넷에서 한글 사용자의 순위는 세계 10위라고 한다.

컴퓨터 시대에 우리말의 키보드 입력을 한자(漢字)로 한다고 생각해 보자.

중국이나 일본은 자기나라 문서를 작성하면서도 영어로 입력하고 한자로 변환하는 세 단계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가. 한글은 소리나는대로 입력하면 문서가 된다. IT시대에 한글은 어느 문자보다도 편리하다.

영어에서 A라는 모음은 여러 가지로 발음된다. 아도 있고. 에이도 있고 애도 있다. 한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한글은 글자 하나에 하나의 발음이라서 들리는 대로 입력하면 문서가 된다.

그래서 미래의 음성인식기술에 있어 한글은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한다.

조선어학회 사건은 한글을 지켜내기위한 대표적인 저항운동이었다.
조선어학회 사건은 한글을 지켜내기위한 대표적인 저항운동이었다.

2009년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에 이어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의 중심 지역인 과달카날주와 말라이타주가 한글을 표기문자로 도입한 것은 한글의 수월성을 국제적으로 입증된 것이라 할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매콜리라는 언어학자는 10월9일이면 꼭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한글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 펄벅여사는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말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들어 주신 것이 얼마나 고맙고 위대한 일이었는지 그 감사함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일에는 악마가 끼듯이 한글도 수난을 많이 겪었다.

때어날 때부터 최만리를 비롯한 기득권층의 반대에 부딪쳤었다.

한글을 언문이라하여 아녀자나 상민이 쓰는 글자로 천대받았다.

일제시대 때는 그 수난이 최고조에 달했다.

1938년 일제는 일본어 교육 및 사용을 의무화하라는 훈령을 내리고, 1941년에는 '조선 사상범 예방 구금령'이 발령한다.

이 때 함경남도 함흥 영생고등여학교 소속의 여학생 박영옥이 조선어로 대화를 하자 체포하여 조선어학회 소속 한글학자 정태진이 서울에서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하여 1943년 4월까지 총 33인의 한글학자들을 체포하였고, 모진 고문 등을 당한 끝에 16인은 '내란죄'를 죄명삼아 함흥형무소로 수감되고, 한글학자였던 이윤재, 한징은 옥사(獄死)하였다.

1945년 해방이 된 후 1957년에야 한글학회에 의해 “우리말 큰 사전”의 편찬 사업이 완료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켜온 한글이 지금은 세계속으로 뿌리를 내리며 미래세대의 문자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글과 한글날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문자를 제정한 날이 기록되어 있고, 이 날을 공휴일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는 나라, 한국, 그리고 한글...

한글날 노래가사처럼 한글은 우리 문화의 터전이다.

그리고 그 가사처럼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길러야 하겠다.

한글은 우리 문화의 힘줄이다.

아이스크림!(I scream!)

최민호 제24회 행정고시합격,한국외국어대학 졸업,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단국대 행정학 박사,일본 동경대학 석사,전)충청남도 행정부지사,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행복청장,국무총리 비서실장,배재대 석좌교수,홍익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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