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언어장애인 ‘지팡이’ 되고 싶어요"
"청각언어장애인 ‘지팡이’ 되고 싶어요"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3.04.10 23:44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유재옥 수화통역사, 장애인 인권·고용문제 해결 시급

유재옥 수화통역사는 “일반인들도 수화 몇 마디쯤은 할 줄 알아야 한다” 며 “위급한 상황 시 간단한 수화로 청각언어장애인들은 큰 안정과 도움을 얻는다” 고 강조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수화를 할 줄 안다면 청각언어장애인들은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닙니다."

유재옥 수화통역사(39)는 자신의 '인생모토' 를 이같이 설명하며 “장애인과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려는 비장애인의 적극적자세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들도 수화 몇 마디쯤은 할 줄 알아야 한다” 며 “위급한 상황 시 간단한 수화로 청각언어장애인들은 큰 안정과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조치원읍 ‘세종시 수화통역센터’ 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수화경력 16년차의 베테랑이다. 그를 최근 본 것은 지난 1월 세종시의회 본회의장. 쉴 새 없는 손짓으로 통역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 카메라에 담곤 했었다. 이후 3·1절 기념식, 농아인 협회장 취임식 등 공식 행사일정에 자주 눈에 띄었다. 그는 청각언어장애인의 통역지원 서비스 및 봉사활동으로 항상 분주하다. 주말에도 쉬는 날이 별로 없다는 그에게 몇 번의 전화 끝에 10일 오후 3시 세종시 수화통역센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시의회의 요청으로 올해 1월부터 본회의장 수화통역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어요. 회의가 길어지면 힘들어서 수화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항상 두 명이 교대로 투입됩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부터 장애인을 배려하는 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근황을 묻는 기자에게 “요즘 하루 평균 20건 정도 크고 작은 통역, 안내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면서 “오늘부터 수화교육을 시작하는데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며 활짝 웃었다.

- 세종시 수화통역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가.
“주 업무는 역시 수화통역서비스다. 청각언어장애인을 대상으로 취업알선, 자원봉사, 여가교육지원, 영상전화서비스, 수화교육, 운전자교육 등의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센터장과 2명의 수화통역사, 1명의 중계통역사가 근무하고 있다. 요즘 통역서비스 등의 업무가 많아 인원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 수화 통역에서 하는 일은.
“수화통역은 간단한 것부터 다양하다. 시장·관공서 이용안내부터 법률적인 도움까지 실생활에 필요하면 전부 하고 있다. 특히 병원이나 경찰서 안내에 중점을 두고 지원하려 애쓴다. 경찰서 통역 시에는 수화의 불완전함을 보강하기 위해 CCTV와 문서를 통해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기도 한다.”

-‘중계통역사’ 는 생소한데 어떤 직업인가.
“자연식수화와 문법식수화를 통역해 주는 것이 중계통역이다. 자연식 수화란 수화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 손짓, 발짓 등을 이용해 의사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수화를 이용하더라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다면 중계통역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 사회복지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또 수화를 배우게 된 계기는.
“평소에 사회복지에 대해 관심은 많았는데 부모님이 극구 반대하셨다. 그래서 대학전공도 엉뚱한 정보통신학 이다. 졸업 후부터 사회복지관련 일을 시작했다. 1997년부터 대전 대화동에 위치한 ‘정화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때쯤 거리를 지나가다 수화교육에 대한 안내 전단지를 우연히 보았다. 바로 배우기 시작하여 2001년 수화 통역사 자격증을 땄다. 이후 2003년 공주대에서 사회복지사 대학원을 수료했다. 세종시 수화통역센터에서는 2011년부터 일하고 있다.”

-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거나 인상 깊었던 일은.
“지난해 세종시청 개청식 무렵이었다. 기관에서 진행하는 행사에는 수화통역을 반드시 대동하게 돼있는데 세종시 쪽의 요청이 없었다. 당시 TV중계가 되는 상황이라 방송에 나오는 방송통역사가 있어 현장통역이 따로 필요한 줄 담당자가 몰랐던 것이다. 행사 전날 시청에서 지원요청이 와 급하게 준비하여 무사히 끝마친 기억이 난다. 또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에 수화통역을 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I love you' 포즈를 취하는 정다운 중계통역사, 유재옥·김윤희 수화통역사 <사진 왼쪽부터>
- 장애인에 대한 대책이 아직도 미비한 점이 많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로써 세종시의 장애인 복지 현황은 어떠한가.
“타 지역과 비교해 장애인 지원시설이나 정책이 크게 뒤떨어지는 상황이다. 수화 경연대회, 장애인 취업박람회, 청각언어장애인특수학교, 장애인 단기보호센터 등 필요한 행사나 시설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필요한 것이 장애인 고용센터와 성폭력대책 전담기구다. 장애인 인권과 고용문제는 현 우리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 세종시 수화통역센터에 추진 중인 사업은. 
“올해 세종시 ‘수화 페스티벌’을 6월 중으로 진행하려 한다. 사업계획안을 제출하고 준비하는 중이다. 수화 마임·뮤지컬·콩트·연극 등 수화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한다. 수화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끝마쳐 ‘수화경연대회’ 를 개최할 수 있는 동기를 이끌고 싶다.”

- 앞으로 계획은.
“5년 안에 첫마을 등 지역에 수화통역센터 분소를 내는 것이 장기적인 계획이다. 예정지역 입주가 본격화 하면 인구가 늘고 수화통역 수요도 상당할 거라 예상한다. 세종시의 청각언어장애인 모두 골고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싶다.”

유재옥 수화통역사는 청각언어장애인들에 대한 서비스를 갈망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들이 수화통역을 이용하고 싶은데 통역센터를 몰라서 이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 지적하며 “이용자와 통역센터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는 “희망복지지원단을 통한 통합복지관리의 보강이 절실하다” 고 말하며 “늘, 언제든지 장애인들을 돕고, 그들이 편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수화첫걸음’ 책을 선물하며 수화배우기를 권했다. 기자에게도 간단한 수화를 가르쳐주었다.  “안녕하세요. 기다리시면 수화통역사를 불러드리겠습니다” 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봉사 2013-06-18 16:31:31
세분의 아름다운 미소와 봉사활동에 찬사를 보냅니다
작은 봉사의 보람을 맛 보았지만 그 맛은 어느것과 비교할수 없는
보람으로 자리를 차지 하였을때 가슴 뿌듯함을 느끼곤 하지요
예쁜여우님 공감 합니다
넘 이쁘네요.....

예뿐여우 2013-06-18 14:01:02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아름다운 표정에서 나오네요
남을 위한 봉사가 곧 나를 위한 봉사......

환한 미소
넘 좋습니다.

동행 2013-04-11 15:35:52
항상 존경하고 있습니다.. 보이지않는 곳에서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봉사하는 님들이 존경스럽고 사랑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