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 의한 의사들을 위한 나라(?)
의사에 의한 의사들을 위한 나라(?)
  • 김선미
  • 승인 2020.09.09 10:2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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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 가장 납득 어려운 집단, 전공의의 선배이자 스승인 의대 교수들
감염병 사태 의료계 파업의 역설, 공공의료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 알게 해

히포크라테스 선서, 슈바이처의 헌신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한 집단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민낯을 드러낸 적이 있는가? 히포크라테스 선서, 슈바이처와 같은 헌신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평범한 대다수에게 요구하기에는 너무나 고결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냥 평균적 사고와 평균적 행동만으로도 충분했다.

꼭 20년 전 일이다. 의약분업 강행에 반대한 대한의사협회의 파업 투쟁으로 전공의들까지 파업에 동참하던 때였다. 아버지는 관상동맥이 막혀 스텐트삽입을 해야 했다. 전공의가 없어 ‘교수 두 명’이 시술을 했다고 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응급상황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의사 가운을 벗은 전공의들 대신 ‘교수님 두 분’이 대처해준 것에 지금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있다. 그때 타이밍을 놓쳤으면 어쩔 뻔 했을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의사가운 벗어던진 전공의 대신 ‘교수님 두 분’이 응급처치

응급실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119 구조대에 실려온 환자가 가족없이 홀로 수술실로 들어간 뒤 2시간쯤 후에는 멀쩡해진 모습으로 가족을 맞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 가족들은 알까? 가족이 없었던 그 2시간여 동안 한 생명을 구해내기 위해 의료진들이 얼마나 다급하고 절박하게 움직였는지 말이다. 가족도 아닌 내가 다 감사했다.

어느 집단에나 있게 마련인 탐욕으로 뭉친 비윤리적인 일부가 아무리 분탕질을 치며 의료계 전체를 욕먹게 해도 대다수는 직업윤리를 준수하며 성실하게 현장을 지킨다. 국민들이 의사 얼굴만 봐도 안도하며 신뢰를 거두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 와중에 벌어진 이번 의료계 파업은 실망을 넘어 국민적 공분을 사며 의료계에 대한 신뢰를 밑바닥부터 흔들고 있다.

민낯 드러낸 의료계 파업, 의사 얼굴만 봐도 안도하던 신뢰 흔들다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치닫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이유가 있고, 정부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해도 그렇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가 왜 이렇게 문제가 되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파란과 우여곡절 끝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파업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와의 지난 4일 5개 항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 내용을 보면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 굴복으로 비춰질 정도로 의협의 주장을 거의 다 수용했다. 이같은 정부의 백기투항에 반발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전공의들이 겨우 진료현장으로 복귀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뇌관이 남아 있다.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다. 전공의들과 의협은 합의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합의 파기를 들고 나왔다. 국시를 거부한 학생들을 구제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겁박도 이런 겁박이 없다.

정부 여당의 백기투항에도 의대생 구제 이유로 합의 파기 시사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의협이 대표권을 갖고 여당과 협상을 했으면 의료계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는 진작 정리했어야 한다. 그런 시도는 제대로 하지 않고 내부 반발에 부딪히자 의대생 구제를 내세워 또다시 환자를 볼모로 잡고 국민인질극을 벌이겠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의사국가시험은 의료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미 한 차례 연기했다. 재신청은 두 번이나 연기했다. 천재지변도 아닌데 어느 국가시험이 자의로 시험을 거부한 수험생들에게 읍소하며 재응시 기회까지 주는지 모르겠다. 이 기회마저 박차고는 또 다시 구제책을 마련하라고 하는 것은 정말 경우가 아니다. 왜 의사 집단만 이런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설득력도 정당성도 찾기 어렵다.

다른 파업현장처럼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는 점이 의사 집단으로 하여금 무소불위의 특권의식을 갖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통할지는 모르겠다. 의사 앞에서 환자는 철저히 약자인 ‘을’이 될 수밖에 없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세종시에는 코로나 선별 검사소가 세종충남대병원과 조치원읍 세종보건소 등 두 곳이 있다. 사진은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선별진료소.
코로나 19 감염병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뤄진 의료계 파업은 국민들로부터 인내의 한계를 드러내게 만들었다. 사진은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선별진료소 모습, 기사 내 특정사실과 무관함

대체 인력없는 의료계 무소불위의 특권의식,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이번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에서 가장 화가 나고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은 의협도 전공의도 전문의도 의대생도 아니다. 어른으로서 파국을 막고 중재해야 할, 그러나 파업에 동조하며 힘을 실어준, 그들의 스승이자 선배인 의대 교수들이다.

의대 교수들은 교육현장에서 제자들에게 의사윤리를 교육하기는 하는 걸까? 설마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가운을 벗고 환자 곁을 떠나도 된다고 가르치지는 않겠지만, 어떤 경우라도 환자 곁을 떠나면 안 된다고는 가르치지 않는 것 같다.

적어도 자신들이 현재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불똥이 튀지 않도록 너희는 공부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기라고 설득했어야 마땅했다. 결과적으로 제자들만 사지로 몰아넣은 꼴이다. 물론 의대생들도 성인으로 스스로 판단한 만큼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의대 교육현장의 의사윤리는 어디로? 제자들만 사지로 몰아넣은 꼴

한밤중 다급하게 ‘코드 블루(Code Blue)’를 외치는 방송이 적막감을 깬다. 입원기간 내내 병원에 울려 퍼졌던 절박함이 담긴 호출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이 시점, 정말 누구에게 심폐소생술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평상시도 아니고 국가적 재난 상황인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사태에 의사들이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바람에 역설적으로 공공의료가 왜 필요한지, 의사가 왜 더 많이 수급되어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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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 2020-09-09 15:38:53
세종시 아파트 특공 분양 하는거 보면 의사가 아니라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나라가 훨씬 설득력 있는데~~

마인 2020-09-09 11:37:27
의대생과 협의가 우선이다! 아니 코로나 진료 열심히 하고있던 의료진들 건드린 것은 정부와 특정기업인 네이버 아닌가? 수년간 힘들게 공부해서 의사를 목표로 삼은 학생들도 생각 해야지! 돈 주고 구입한 면허도 아니고...얼마 안에 플라잉카도 나온다! 그거 나오면 전 국토 어디든 못 가는 빨리 못 가는 장소 없다! 의사는 실력이 있어야 하고 인간은 실력있는 의사를 찾아가고 싶은게 기본 심리다! 가벼운 진료는 가까운 병원에 가면 되지만. 네이버야 원격의료를 하더라도 의사들 동의가 있어야 하고 원격의료 수익도 모두 다 의사들에게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