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신설 위한 교육부 심사, 재수 삼수는 필수?
학교 신설 위한 교육부 심사, 재수 삼수는 필수?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0.09.03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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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투자심사委 통과 늦어져 학생·학부모만 피해, 불편 가중
최초심 통과 비율 낮고, 국회의원 부탁해야 겨우 통과 관행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최교진 교육감
지난 8월 11일 세종시교육청에서 언론브리핑을 하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과 최교진 세종교육감(왼쪽).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최초 심사에서 학교 신설을 통과시켜 주는 비율이 낮아, 개교 시기가 지연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원성을 사고 있다.

중앙투자심사는 지방교육 행정기관의 주요 투자사업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해 한정적인 투자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1995년부터 시행됐다.

2017년 교육행정학연구에 게재된 ‘지방교육재정 중앙투자심사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 신설에 관한 최초 심사 20건 중 재검토 및 부적정 비율이 14건, 70%였다.

이 논문은 지방교육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종합했을 때, 심사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주로 사업의 유형과 심사횟수이며 최초심이 아닌 경우 부적정의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도 “신설학교 건이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 번에 통과되기 어려워 재심, 삼심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착공일정이 늦어져 입주 전까지 개교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신축사업은 일반적으로 주변 학교로 분산배치가 가능하다거나, 공동주택이 덜 들어서서 설립 시기 조정과 같은 사유로 최초심에 재검토 의견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설학교의 경우 시·도교육청에 명확하게 분양공고 시점 이후로 신청하라고 통보하지만, 교육청이 (교육부를) 존중하지 않고 분양공고 이전에 의뢰서를 보내기 때문에 재검토 사유로 반송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시설의 투자심사를 신중하게 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심사 시기가 1년에 세 번이라 한두 번 떨어지면 이후에 통과되더라도 개교 시기가 늦어지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 된다.

지난달 31일 열린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세종시 새나루초등학교가 다섯 번째 도전에야 겨우 통과했지만 입주 시기에 맞춘 개교는 불가능하다.

세종시 6-3생활권 산울리초·중·고교는 줄줄이 탈락해 분양 후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세종시 아름동 아름중학교 증축은 5번이나 탈락한 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요청한 규칙 변경 이후 가능해졌다.

세종교육청은 2019년 아름중학교 증축 부적정 결정에 대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결정은 지역의 교육환경에 대한 교육감이 갖는 결정권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결정으로, 헌법이 정한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교육부를 ‘존중’하느라 이미 부지가 결정된 신설학교에 대한 심사를 분양 이후로 미루고, 입주가 임박해서야 서둘러 학교를 지을 수밖에 없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혁신학교·캠퍼스형 고등학교 등 미래사회에 알맞는 학교 형태를 세우려는 교육청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새나루초 심사를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 홍성국 국회의원(세종시갑)이 유은혜 교육부총리를 방문하고, 인천 영종하늘1중학교를 신설하기 위해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이 유 부총리를 만났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국회의원이 나서야 학교 신설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세 자녀를 키운다는 한 세종시민은 “세종시 첫마을에서 학생 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서 초등학교 2학년생이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기억이 생생한데, 교육부는 같은 도시에 살면서 학생이 타 도시보다 많은 세종시 상황을 보지 못하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반적으로 학생 수가 줄고 있어 학교를 신설하는 문제에 신중한 점은 이해할 수 있으나, 세종시는 전국 최고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학생 수가 계속 증가하는 도시이다.

중앙투자심사기준이 보다 지역 상황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이루어지면, 입주하고도 학교가 없어 먼 거리 통학과 인근 학교에 분산배치 되는 사태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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