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간부 11명 자가격리 된 세종시... “시정 공백은 없어요”
시장·간부 11명 자가격리 된 세종시... “시정 공백은 없어요”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0.08.26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하위 간부 공무원이 결재·지휘권 행사... 수시로 전화·단톡방 통해 업무 협의·보고·지시 이뤄져
집에 격리된 간부 공무원들 “답답, 갑갑해” “교도소 갇힌 느낌” “가족 간에도 거리 두기에 애로”
세종시에서 1살짜리 영아가 코로나 19에 전염되는 등 24일 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세종시는 이춘희 시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 11명이 자가격리 조치된 상태이지만 행정 공백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세종시청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코로나19 확산을 경계하고 방문객의 출입 제한을 알리는 안내판.

지난 20일 열린 세종시 정례브리핑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전시 216번 확진자인 모 인터넷신문 기자가 참석한 것 때문에 이춘희 세종시장을 비롯해 세종시 공무원 11명이 현재 자가격리 된 상태다.

이 시장을 제외한 10명은 이용석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류제일 정책기획관 등 주로 국장·과장·계장급 간부 공무원들. 시장을 비롯한 국장·과장급 공무원들이 대거 격리된 만큼 적잖은 시민들은 시정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정의 당사자인 공무원들은 시정 공백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26일 만난 세종시청 공무원들은 “시정 공백은 거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시청 밖에서도 각종 정책·시책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논의하고, 지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세종시 공무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자가격리 상태에서도 업무를 봐야 할 경우 집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GVPN이라는 행정안전부의 내부 보안 프로그램에서 인증만 받으면, 세종시청 행정망에 접속할 수 있다.

이어 세종시청 행정망에 올라와 있는 각종 공문서를 열람할 수 있고, 부하 공무원이 기안한 공문서에 결재 등도 할 수 있다.

간부 공무원들이 자가격리 돼서 업무에서 배제되더라도, 바로 아래 간부 공무원에게 결재권이 넘어가기 때문에 행정 공백이 생기는 일은 없다는 것. 간부 공무원들도 연차를 내고 휴가를 가므로 이때 시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한다.

즉 시장, 실·국장 등 특정 간부 공무원이 업무라인에서 일시적으로 빠질 경우 결재·지휘권은 차하위 간부 공무원인 부시장, 과장·계장이 행사하도록 내부 규정이 꼼꼼하게 마련돼 있기 때문에 행정 공백 장기화 같은 현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차하위 간부 공무원이 판단을 잘못해 문제가 될 경우, 이후 감사에서 지적받게 되면 차하위 간부 공무원이 상응하는 책임을 지면 된다는 설명이다.

또 자가격리 상태에서도 전화 통화, 카카오톡 단체방 등을 이용해 수시로 협의와 논의, 보고 및 지시가 오가기 때문에 더더욱 업무 공백은 생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6층 규모의 세종시청 본청 중 브리핑룸·기자실·구내식당만 일시 폐쇄됐는데도 26일 돌아본 시청 내부는 복도를 오가는 공무원들도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조용히 일에만 몰두해서인지 내내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면 자가격리 된 세종시 공무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날 전화 통화로 접촉한 간부 공무원들의 첫마디는 “답답하다”, “힘들다”였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답답함, 갑갑증을 상당히 느끼고 있다는 것.

한 서기관은 전화를 받자마자 “한마디로 징역 살고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다른 서기관은 “방이 여럿 있는 아파트이지만 방 한 칸에 갇혀, 전화와 컴퓨터로 일하며 지낸다”고 말했다.

이 서기관은 이어 “아이들도 학교를 못가고 집에 있으니, 거실이나 다른 방에 가면 공부 등에 방해가 될까 봐 못 나간다.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셔야 하면 아내가 방문 앞에 내려놓은 다음 노크를 하고 돌아간다”면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혹시라도 하는 걱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해는 되지만 좀 힘들다. 밖에 나가 산책이라도 하고 싶지만, 스마트폰에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어서 동선이 바로 체크되기 때문에 꿈도 못 꾼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서기관은 “방 안에만 있다 보니 가끔 밖에 나가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주민들이 공무원임을 알아보면 ‘공무원이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했다’며 바로 사회문제가 돼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형사처벌 하라고 들고 일어나지 않겠나. 나가고 싶어도 꾹 눌러 참는다”고 말했다.

이춘희 시장을 비롯한 자가격리 된 세종시 공무원들은 오는 9월 3일 낮 12시에 자가격리 조치가 해제된다. 20일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역시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기자 33명도 같은 날 같은 시각 해제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