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나래찻집에 놀러와~"
"얘들아! 나래찻집에 놀러와~"
  • 이미옥
  • 승인 2020.08.15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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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이미옥 나래유치원장...코로나 속에 문을 연 '나래찻집'
소통공간되면서 인성수업하는 새로운 장..."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이미옥 나래유치원장

갑작스럽게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바꿔놓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나 식당을 갈 때도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갑자기 주변에서 기침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괜스레 신경이 곤두선다. 사람 간의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있는 지금의 세태를 반영한 ‘언택트·자가격리·사회적 거리두기·집관’ 등의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

물론 내가 근무하는 유치원 교육현장에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피할 수가 없다. 원아·교직원·학부모 등 유치원 구성원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학부모는 등원전 원아 자가검진을 체크하고, 유치원에서는 사람과 사람사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하원시간이나 놀이터 이용시간 등을 조정했다. 급식실에는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하고 유치원 건물 내부는 물론 교육용 도구까지 전체 소독을 실시했다. 유치원 구성원 모두가 감염병으로부터 원아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루는 급식을 먹고 나오던 원아가 “코로나 미워~ 답답하단 말야” 이마를 찡그리며 발을 동동 거리는 것을 보았다. 내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원아들은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고, 예전처럼 선생님·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운 신체활동을 할 수 없었다. 어른들이 말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는 원아들에게도 적용되어 심리·정서적 스트레스 원인이 되고 있었다.

사람 간의 정을 잊어버리고 정서적으로 불안해질까봐 우려가 되었다. 원아들 정서안정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 고심하던 중 예전 지인에게 들었던 다도의 효과가 기억나 관련 자료를 찾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생활 속 거리유지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진행하는 다도수업이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지, 교사와 직원들을 귀찮게 하는건 아닌지,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염려되었다. 일단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교사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연구한 자료를 기반으로 다도 인성수업계획을 수립하였다.

원장실을 나래찻집으로 하고, 전통차와 약과를 준비하였고 마음을 다스리는 국악음악을 선정하여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되, 1회 수업에 4명~6명 그룹을 지어 15~20분씩 다도 인성수업을 진행했다. 기존 업무를 하면서, 매일 찻잔을 씻고, 차를 직접 준비하며 수업을 지속하는 것이 조금은 번거롭고 힘들었지만 2주가 지난 지금 소박하지만 소중한 몇가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나래찻집'으로 이름을 붙힌 전통 차마시기를 아이들에게 소통공간이 되면서 코로나에 지친 일상에 변화를 주고 있다.
'나래찻집'으로 이름을 붙힌 전통 차마시기를 아이들에게 소통공간이 되면서 코로나에 지친 일상에 변화를 주고 있다.

먼저, 원아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개개인의 성향을 조금은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원장선생님은 여기서 무슨일을 하세요?”, “원장선생님은 여기서 우리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고 행복하게 놀이하고 안전하게 유치원 다닐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고 책도 읽어” 말하니까 한아이가 팔을 펼치며 “그래서 이렇게 준비하신 거에요?”라고 말하자 무한 감동이 밀려왔다.

서로 전통차를 따라주며 대접하는 과정을 통해 한명 한명 원아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맞춤형 대화가 가능해졌다. 아이들은 자신을 알아봐 준 내게 친근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둘째, 교사들이 좀 더 내실 있는 학습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도 인성수업에 참여하는 시간 동안 교사는 평소보다 적은 인원으로 맞춤형 놀이 수업이 가능했고, 한명 한명 세심하게 관심을 표현해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원아들의 생활 습관이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 하루는 오미자차 수업을 진행하였다. “오미자는 5가지 맛이 나서 오미자라고 해요. 이 차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친구를 미워하는 마음도 없어지고, 음식을 골고루 먹어 건강하게 된다고 합니다. 맛이 어때요?” “윽~ 셔요~” “써요” “하얀 맛이 나요” 스스럼 없이 다양한 표정과 반응이 나왔다.

아이들이 보낸 초청장

아이들은 매우 솔직하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소중했다. 친구에게 정성스럽게 차를 따라 줄 때 조금 엎지르기도 하고, 너무 조심하느라 양손을 떠는 아이도 있었다. “원장선생님도 여기 차를 엎질렀네~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다시 하면 돼” “아~ 진짜네” 아이들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인성수업을 마치고 급식실에 내려가 보면 나물반찬도 김치도 먹었다고 여기저기서 자랑하는 목소리로 급식실이 떠들썩하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서툰 한글로 정성스럽게 쓴 초대장을 주었다. “원장선생님 열 두시에 초대하니다. 참빛1반이 초대하니다♡” 초대장을 받고 교실에 들어가자 ”원장선생님~ 여기 앉으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선생님은 피아노를 치시고 반 전체 아이들이 감사노래를 불러주었다. 온 마음이 따뜻해졌다.

모두가 untact 시대를 강조하며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도록 권유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나래유치원에서는 원장실 나래찻집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마음 간 거리를 좁히고, 서로에게 감동하며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있다. 물론, 그 속에서 생활속 방역지침은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얘들아! 나래찻집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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