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칼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최민호 칼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최민호
  • 승인 2020.08.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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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의 아이스크림]일제시대 핍박받던 꽃, 이제는 영광의 상징
무궁화대훈장의 영예...방방곡곡에 무궁화 활짝피는 대한민국 그린다
나라 꽃 무궁화는 핍박받는 민족의 상징에서 이제는 무궁화대훈장 등 영광의 꽃이 됐다. 사진은 나라꽃 무궁화 전 모습
나라 꽃 무궁화는 핍박받는 민족의 상징에서 이제는 무궁화대훈장 등 영광의 꽃이 됐다. 사진은 나라꽃 무궁화 전시회 모습

8월이다.

여름 철 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광복절이 있는 8월이면 유난히 돋보이는 꽃이 있다. 그 꽃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무궁화다.

무궁화 꽃 이야기를 하자면 마음이 좀 짠해진다. 꽃인데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려있는 꽃이기 때문이다. 무궁화 꽃의 역사를 말하다보면 그것이 우리 민족의 역사를 말하는 것 같아서 늘 가슴이 아련해진다.

무궁화를 영어로 무엇이라고 하는가?

젊은 사람들이 영어 못하면 취직이 어렵다고 하고,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무궁화를 영어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래전에 공무원 교육원에서 우리나라 꽃 ‘무궁화’를 영어로 무어라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교육생이 100여명이 넘었고, 나름대로 엘리트 공무원들이었는데, 무궁화를 영어로 하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 무궁화라는 말을 직역해서 “Endless flower” 아니냐고 말한 사람이 있어 한참 웃기도 했다.

다른 꽃 이름은 영어로 많이 안다.

장미는 Rose, 해바라기는 Sun flower 등등...

아마 그 공무원들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 중에 무궁화를 영어로 무엇이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무궁화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Rose of sharon" 즉 ‘샤론의 장미’라고 쓰여 있다.

샤론이라면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지명 아닌가?

아름다운 이름 같다. 그런데 어떻게 무궁화가 "Rose of sharon"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샤론은 평화를 의미하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들판이고, 이 ‘샤론의 장미’는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샤론의 장미’가 왜 우리의 무궁화인가 하는 것이다.

그 쪽 지역에도 우리의 무궁화와 흡사한 꽃이 있고 그 꽃이 아름다워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 아니겠는가.

무궁화의 학명은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Hibiscus syriacus)다.

끝의 시리아쿠스(syriacus)는 시리아, 중동지방을 말한다. 그래서 그곳이 원산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무궁화의 원산지는 중국과 인도 쪽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아마도 처음 학명을 지은 칼 폰 린네가 무궁화를 시리아가 원산지로 잘못 알고 지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무궁화는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부탄에 가면 무궁화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곳곳에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도 무궁화 꽃과 나무를 보았다. 참으로 반가웠다.

하와이 여행들 많이 가지만, 하와이에 가면 무궁화가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어 깜짝 놀라곤 한다. 그 꽃이 바로 하와이 주화이다. 무궁화의 일종인 것이다.

그곳에서도 무궁화 꽃은 매우 아름다운 꽃으로 여기고 귀하게 대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무궁화 꽃을 진딧물이 많고 천덕꾸러기 꽃처럼 대접받곤 했다.

‘무궁화는 벌레가 많이 끼는 꽃이다. 피부에 닿으면 피부병이 생긴다. 꽃 색깔이 핏빛이다.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지조 없는 꽃이다’

이런 이미지마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막히고 슬픈 일이다.

일제 때의 일이었다.

히비스커스 차라고 하는 차가 있다. 고급 허브차로 최근 많이 유행하고 있다. 향과 색깔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 차가 무궁화 차다. 무궁화의 학명이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 아닌가?

그리스에서는 무궁화를 히비스쿠스 알데아(Hibiscus althaea)'라고 한다. 히브리어로 히비스쿠스(Hibiscus)는 신의 이름이라고 한다. 알데아(althaea)는 치료한다는 뜻이라 한다. 따라서 '히비스 신이 치료한다' 는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무궁화는 설사와 구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이 히비스커스 차가 고혈압, 우울증, 다이어트 효과, 콜레스테롤 감소효과가 높다하여 대단히 인기가 높다. 하와이 무궁화 꽃의 효능인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허비스커스 차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것이 무궁화의 일종이라른 것은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무궁화가 폄훼되었는지 알 수 있다.

하나의 꽃에 불과한 식물이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고통받고 핍박받은 사례가 있었을까 싶다. 무궁화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불태운 적도 있고 구석진 밭의 울타리삼아 심기도 했다.

꽃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박해를 받았을까?

일제가 식민지배의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박해한 것은 그만큼 무궁화가 우리민족과 일체시되는 민족의 꽃이라는 인식 때문 아닐까 한다.

무궁화 꽃을 우리나라 국화라 하지만 법적 근거는 없다. 관습적으로 나라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대개 국화는 그 나라 왕실이거나 지배귀족들의 문장 꽃이 자연스럽게 지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왕실이나 귀족의 문장도 아니고 누가 정한 것도 없다. 그저 국민들 마음속에 있는 대중적인 꽃인 것이다.

세계 각국이 자기나라의 상징 꽃으로 국화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잉글랜드는 장미, 네덜란드는 튜울립, 일본은 국화(菊花)...

한 개의 특정의 꽃을 가진 나라도 있고 여러 꽃을 상징으로 삼는 나라도 있다. 법으로 정한 나라도 있고 아닌 나라도 있다. 미국은 연방국가라 주화(州花)는 있어도 연방화는 없고, 중국도 모란이나 매화를 국가 상징화로 고려하고 있지만, 정한 것은 없다고 한다.

북한은 예전에는 진달래라는 설도 있었지만, 지금은 김일성이 좋아했다는 목란이 국화다.

무슨 꽃으로 국화를 정하느냐는 그 나라의 역사나 국민들의 정서, 그리고 그 나라에 자생하는 친밀감이 있는 꽃으로 정하게 마련일 것이다.

그 중에서 스코틀랜드 국화인 엉겅퀴가 매우 인상에 남아 있다.

엉겅퀴는 꽃은 꽃이지만 사실 잡초에 가깝다. 그 가시며 억센 줄기며 별로 귀한 꽃은 아니다. 그런데 스크틀랜드는 이 꽃을 나라를 구한 꽃이라 보고 있다. 왜냐하면 중세 때 바이킹들이 스코틀랜드를 침범할 때 야간에 이 엉겅퀴 가시에 찔려 비명을 지르른 것을 국민들이 듣고 바이킹을 물리쳤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국민들에게는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나라를 구한 이 엉겅퀴보다 아름다운 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화(國花)다.

무궁화가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깃들인 것은 역사가 대단히 오래되었다.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언급된 가장 오래된 것은 신라 때 최치원이 당나라에 보내는 문서에서(사불허북국거상표(謝不許北國居上表)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 무궁화의 나라)이라고 자칭했다는 기록이 라 한다.

이 기록으로 본다면 우리가 스스로 무궁화를 나라의 대표적인 꽃으로 생각한 역사가 최소 천이백년은 된다.

한문으로는 무궁화를 근화(槿花)라고 하는데, 고려시대의 ‘고려도경’이라는 책에는 우리나라를 ‘근역삼천리’ 라 칭한 기록이 보인다. 이 말에서 ‘무궁화 삼천리’라는 말이 나온 것이라 한다.

그만큼 민족의 생활 속에 가장 가까이 있던 꽃이라는 말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인 박해도 받았을 것이다.

세종시가 ‘세종의 무궁화를 찾아라’를 주제로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사진 공모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장군면에 거주하는 전만배씨가 40여년동안 애지중지 키워 온 무궁화 모습>
세종시 장군면에 거주하는 전만배씨가 40여년동안 애지중지 키워 온 무궁화 모습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궁화를 귀하고 좋은 꽃으로 보았다.

조선시대 과거에 장원급제하면 임금이 어사화로 머리에 꽂아 준 종이꽃이 무궁화 꽃이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무궁화를 군자의 기상을 지닌 꽃이라 하고, '아침에 꽃이 피고 저녁에 꽃이 지는 훈화'로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지조가 있는 꽃으로 예찬했었다.

무궁화는 아침에 핀 꽃은 저녁에 지고, 다시 아침에 피고 해서 매일 새로운 꽃이 핀다. 7월부터 늦게는 10월까지 핀다. 그렇게 해서 한해에 2, 3천개의 꽃을 피운다고 한다.

마치 유구한 역사를 살아오면서 매일 매일 새로운 꽃을 피우며 지속되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애환과 닮지 않았는가?

무궁화의 꽃말이 영원함, 아름다움, 순수함이지만, 색도 은은하고 꽃이 오래 가서 우리 민족이 무궁하게 발전하라는 뜻을 담아 ‘무궁화’라고 하는 것 아닐까?

무궁화는 이제 영광을 뜻하는 꽃이 되었다.

국가원수에게만 수여하는 훈장이 있다. 무궁화 대훈장이다.

대통령 휘장, 청와대 문양, 국회의원 뱃지, 법원의 문장, 그리고 경찰관, 국군의 장교계급장 등에 무궁화 꽃문양을 쓰고 있다.

무궁화는 고귀하고 높은 품격을 표시하는 문양이다.

무궁화는 색깔로 구분한다. 순백색의 배달계, 중앙에 무늬가 있는 단심계, 가장자리에 무늬가 있는 아사달계, 세 종류다.

오늘 아침에도 집 울안에 무궁화가 활짝 피었다.

광복절이 있는 8월이다.

무궁화의 아름다운 꽃과 색깔과 의미를 생각하며 무궁화가 전국 방방곡곡, 무궁무진하게 활짝 피는 대한민국을 그려 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아이스크림!(I scream!)

최민호 제24회 행정고시합격,한국외국어대학 졸업,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단국대 행정학 박사,일본 동경대학 석사,전)충청남도 행정부지사,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행복청장,국무총리 비서실장,배재대 석좌교수,홍익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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