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택의 함정'에 빠진 건 아닌지?"
"정부, '선택의 함정'에 빠진 건 아닌지?"
  • 최민호
  • 승인 2020.07.18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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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의 아이스크림] 선택의 함정에 빠지다
부동산 정책 자기 확신 반복하며 장담에 의구심

현대인은 매일 150가지의 선택을 하여야 한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고 아침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옷은 어떤 색깔의 무슨 옷을 입어야 하는지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매순간 선택을 강요받는다.

우리는 이런 수많은 선택에 얼마나 적합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며 살고 있을까?

인간의 뇌는 유혹에 약해서 뇌가 명령하는바 대로, 다시 말해 끌리는 대로 선택하였다 하여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심리학자들은 종종 지적한다.

오히려 뇌는 우리를 편향된 판단으로 이끌어 합리성을 저버리고 엉뚱한 쪽으로 판단하게 하여 낭패로 이끄는 수가 많다고 한다.

이를 ‘선택의 함정’에 빠졌다고 말한다.

마이클 모부신

콜롬비아 대학의 교수인 마이클 모부신 (Michael Mauboussin)은 ‘두 번 생각하라(Think twice)’라는 책에서 ‘왜 똑똑한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할까’라는 의문에 인간은 철저하게 자기 주관적인 사고를 하면서 세 가지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자신을 보통의 평균인들보다 더 똑똑하다는 확신에 빠지기 쉬운 착각이다. ‘긍정적 착각’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자신이 하는 행위의 미래는 다른 사람의 미래보다 더 밝다는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낙관적 착각’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우연한 사고도 자신이 알아서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제의 착각’이라고 한다.

이런 착각에 빠지면 자기의 믿음을 의심없이 그대로 따르는 것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자기확신편향’이라고 말한다.

자기확신편향이 유난히 강한 사람이 중요한 결정을 한다면 ‘선택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만일 이런 자기확신편향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집단 판단을 한다면 그렇게 내려진 판단은 그 집단 구성원 또는 연관성 있는 다른 집단을 커다란 위험에 빠뜨릴 개연성은 대단히 클 것이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이런 자기확신편향을 가진 사람들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볼 때,

자신들은 뭔가가 다르고 낫다는 생각에 젖어있다는 것이고,

어떤 문제에 있어서 남들이 이미 다 아는 문제임에도 자신이 볼 때에는 관점이 다른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들의 확신편향에 빠지고, 결국은 계획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자신만의 우월감에 빠져 자신들이 반드시 옳고, 결국은 옳게 될 것이라는 확신감에 젖어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오만함과 편견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선택의 함정’에 깊이 빠져 결과적으로 큰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말 것이다.

인간은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 학자는 많다.

‘행동경제학’을 창시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인지편향’이라는 단어를 도입하면서, 기존 경제학자들이, 인간은 합리적이고 자신이 직면한 여러 선택을 두고 이해득실을 정확하게 따진 다음 행동으로 옮긴다고 전제한 믿음을 부인했다.

인간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명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의 마음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도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선택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을 줄이는 것일 것이다.

 트버스키

트버스키는 사람들의 이런 자기확신편향 즉,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 객관적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네 가지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첫째, 이미 경험한 다른 사람의 통찰을 활용하라.

둘째, 판단의 과정보다는 판단의 결과를 중시하라.

셋째, 객관적인 자료와 결과에 의해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추정하되, 낙관적인 예측은 금물이다.

넷째, 예측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세부적인 조정을 하라.

라는 것이다.

그렇다.

대체로 우리들 보통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한다.

유리한 것만 보고 불리한 것은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다양한 대안을 고려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책 표지로 책 내용을 판단하는 직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시야가 좁다는 뜻의 ‘터널 비전(tunnel vision)’이라고 말한다.

보통의 일반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자 쉽게 빠지게 되는 경향일 것이다.

이런 터널 비전으로는 ‘선택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터널 비전과 자기확신편향으로 인해 ‘선택의 함정’에 빠져 버린 주인공이 한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정책입안자들이라면 어떻겠는가?

국가의 안보와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정책 책임자라면 어떻겠는가?

상상만 해도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최근에 이런 ‘선택의 함정’을 가까이에서 보는 듯하다.

핵 문제에 관한 북한과의 관계에서 갑자기 돌변한 저들의 모습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염려스럽기도 하면서 그간 우리 정부가 자기확신편향에 빠져 선택의 함정에 빠졌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부동산 정책을 수 십 차례 번복하면서 성공의 자기 확신을 반복해서 장담하고 있는 것을 보며 의구심이 들곤 한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그간 자신들을 보통의 평균인들보다 더 똑똑하다는 확신에 빠진 착각은 없었는지,

자신들 행위의 미래는 다른 사람들의 미래보다 더 밝다는 착각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우연한 사고도 자신이 알아서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미 경험했던 다른 사람들의 통찰을 활용하는데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결과보다는 그때그때의 과정에 치중했던 것은 아닌지,

객관적인 자료와 결과를 간과하고 낙관적인 예측만 했던 것은 아닌지, 예측의 타당성을 평가하면서 세부적인 조정에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마침내 ‘터널 비전’으로 이런 정책들을 세우고 추진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트버스키의 권고사항이 자꾸 떠올려지는 것이다.

하루에 150개의 선택을 하여야 하는 현대 생활에서 선택에도 경중이 있고, 우선순위가 있을 것이다. 오만과 편견에 의한 자기확신편향에 사로잡혀 오로지 하나로만 매진하는 선택을 하는 일은 개개인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닐 것이다.

아이스크림!(I scream!)

최민호 제24회 행정고시합격,한국외국어대학 졸업,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단국대 행정학 박사,일본 동경대학 석사,전)충청남도 행정부지사,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행복청장,국무총리 비서실장,배재대 석좌교수,홍익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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