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지도, 학생 눈높이를 합격가능선으로 낮추어라
대입지도, 학생 눈높이를 합격가능선으로 낮추어라
  • 김다욥
  • 승인 2020.07.12 06: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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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세종고 김다욥 교사, 대입지도 경력 공유 중요
학생생활기록부, 학급 부서활동 구체적으로 기록, 차별화
세종고 김다욥 교사

고등학교의 다양한 업무 중, 교사에게 가해지는 책임감이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다름 아닌 대입 업무일 것입니다. 제자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을 때와 진학하지 못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의 차이가 매우 극명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대입상담의 주체로서, 자신이 맡고 있는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타당성 있는 자료를 계속 탐색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습니다.

짧은 교직생활 6년 중, 첫 부임 때 맡았던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제외하고 5년 간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해 오고 있습니다. 대입 경험이 많으신 다른 여러 선배 교사들의 고충이 아닌, 초짜라고 할 수 있는 제 사견을 제시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처음 맡고자 하시는 저경력 선생님들에게, 제 생각을 나누고 고충을 공감해 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처음으로 입시를 경험했던 때는 2015년이었습니다. 2학년 때 가르쳤던 아이들을 데리고 첫 3학년 담임교사가 되었습니다. 입시지도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학생들의 대학 눈높이를 현실적 합격 가능선까지 낮추는 일이었습니다. 이 설득을 위해선 각 대학 별 등록금, 자취를 했을 시 소요되는 비용, 각 대학의 특색 프로그램 및 취업에 대한 정보 등을 모두 알아야만 했습니다.

초임 교사로서 이런 정보를 다 알 수 없었기에, 틈틈이 입시정보나 진로 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본 정보를 다른 학생들과 공유했습니다. 이 즈음에 활동하기 시작한 대입상담교사단에서, 선배 교사들의 상담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치뤘던 07 수능 입시의 분위기와 현재 대입의 분위기가 아주 다름을 실감했고, 수능 최저등급 달성 유무, 각 학교 별 교육과정의 중요성 등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토마토 수경재배하기 활동 결과물. 녹조가 왜 생기는지, 열매가 어떻게 열리는지, 어떤 빛의 파장을 잘 흡수하는지 등에 대해 고찰하고 결과물을 제출하는 활동과 연계할 수 있다.

또한 입시를 지도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단 한 문장이라도 학생의 합격 여부를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학년 생활기록부에 잠깐 기록된 학습부장 사례를 면접에 물어봤다는 학생부터, 제가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했던 유전병 관련 학습을 자기소개서에 썼더니 그대로 면접 질문이 들어왔다는 아이까지 사례가 다양했습니다. 때문에 학급 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꼭 개별화시켜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확고해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제가 근무하고 있던 학교에서는 흔히 말하는 자동봉진 중, 자율활동에 대하여 ‘학교에서 했던 것들’을 그대로 쓰는 기조였습니다. 예를 들어 소풍을 갔다, 운동회를 했다 같은 기록부터, ‘학급에서 학습부장을 맡아 자기주도학습의 분위기 형성에 기여함.’ 등과 같은, 매우 상투적인 표현들 말입니다.

심지어 당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방침의 예시사항에도 이러한 부분이 그대로 실려 있었습니다. 이러기보다는 학생이 학습부장으로서 했던 ‘구체적 사례’가 생활기록부에 표현되어 있다면, 학생이 그 기억을 잊었더라도 이를 되살려 면접을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도 리더십을 평가하는 부분에 있어 충분한 평가요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을 갔다.’는 기록이 아닌, ‘청소시간에 지저분해진 청소도구함 속 기름걸레를 다시 정리하는 모습이 세 차례 관찰됨.’ 으로 쓰는 것이 더 좋은 기록방법이라고 느낀 것입니다.

그래서 전 학교생활기록부 중 담임교사가 쓸 수 있는 자율, 진로활동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자칫 이름만 언급되고 지나가기 쉬운 학급 부서의 활동을 구체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습부의 경우, ‘2주마다 한 번씩 교과의 중요 개념에 대한 쪽지문제를 출제하고, 모범풀이를 잘 작성한 사람에게 상을 주기’, 봉사부의 경우 ‘나눔을 실천한 사례를 서로 공유하여 발표하기.’ 등과 같이 말입니다.

쉬는 시간에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한 인증샷.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 시간 외에도 열심히 공부하곤 한다.

이렇게 하니 학습부에 속해 있는 학생들의 과목 선호도가 잘 드러나고, 학습부 이외의 학생들도 모범풀이를 반복적으로 잘 작성한 사례가 있어 이를 표현하기 쉬웠습니다. 또한 반에서 ‘토마토 수경재배하기’와 같은 특색 활동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토마토를 키워보면서 광합성, 수질오염, 빛의 파장 등에 대한 다양한 범교과적 생각을 하게끔 반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마침 제가 가르치는 생명과학Ⅱ 부분에 이와 관련된 부분이 나오기에, 활동이 훨씬 효과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진로활동은 가장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이전 년도에 기록된 우리 반 아이들의 진로특기사항들은 ‘진로검사에서 어떤 유형이 나왔다.’, ‘~라는 진로에 대해 탐색했다.’ 등만 제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과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탐구 결과에서 혹시 변인통제를 잘 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한 번 더 고민해 보고 그 결과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물리2를 듣지 않았는데도 전자공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브레드보드를 권한 후, 만들어놓은 기기에 대한 회로도를 스스로 그려보라고 주문했습니다.

항공승무원을 하고 싶어 수업을 빼고 항공승무 학원을 가겠다는 학생에게는, 승무원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나 제2외국어, 국어에 대한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주지시킨 뒤, 실제 항공승무원들이 어떤 학과를 졸업했는지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이 학생은 영어영문학이나 불어불문을 전공한 학생들이 의외로 항공사에 많이 취직했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수업을 더 열심히 듣기 시작했습니다.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적을 때는 제가 일일이 모든 것을 다 기록할 수 없기에, 학생의 활동 결과물을 그때그때 사진을 찍어놓았다가 이후에 기록해 주는 형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가끔씩 지나가다가 아이들이 공부에 관해 토론하는 모습이 관찰되면 이를 칭찬하면서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일자를 확인하기도 쉽고, 학생이 활동한 것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본인이 지도했던 ‘닭 배아 관찰’ 과제연구. 비록 닭 배아에 호르몬을 처리하는 시도는 실패했으나, 호르몬의 영향을 심장박동 수로 정량화하려고 시도한 부분에서 의미가 있는 활동이다.

두루고등학교에서 재직하면서 지도했었던 발명품경진대회나 과제연구 또한 학생의 입시 지도에 있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했던 주제를 탐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의미가 깊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다른 이가 했던 주제라 할 지라도, 실험을 설계하고 변인을 통제하여 결과값을 유의미하게 정량화하는 능력을 표현해 낸다면 분명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이 비교과를 녹여내기 위해서는 3학년 담임교사 뿐 아니라 1,2학년 교과담당교사 및 동아리담당교사 모두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최선을 다해 돕고, 또한 이를 기록해야 함을 느꼈습니다.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매우 강조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담임교사가 적는 자율활동은 500자, 진로활동은 700자로 축소되었습니다. 동아리활동의 경우 정규동아리는 글자 수가 줄지 않았으나 자율동아리는 간단한 동아리 설명만 기재되는 것으로 제한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내가 과거에 해 왔던 방법만으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다채롭게 만들 수 없고, 수업의 방법을 다양화하는 것이 병행되어야만 대학입시를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계시는 선생님들은 모두 뛰어나신 분들이므로, 처음 고3 담임교사가 되시더라도 아이들을 잘 지도하실 역량이 있으십니다. 대학을 가는 학생들의 성적 분포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입상담프로그램에 그 자료가 다 제시되어 있고, 대학 정보는 검색만 하면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왜 똑같은 1.5등급 중 한 학생은 붙고, 다른 학생은 떨어지는지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가 학생을 어떻게 관찰하고 기록하느냐에 따라, ▲ 학교의 교육과정이 얼마나 탄탄하냐에 따라, ▲ 학생들이 주어진 수업에 어떤 의식을 가지고 따라오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중 교사는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선배교사와 후배교사가 모두 이 부분에 관한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갈 때, 세종 내 고등학교 환경은 더 좋아질 것입니다. 서울대를 몇 명이 입학했느냐로 성과를 따질 것이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진로에 적합한 학교와 학과의 입학을 돕는 것이 입시의 성과임을 여러분들, 또한 교육청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교육구성원들 모두가 행복한 세종을 위해 다 같이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을 말씀드리며,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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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정 2020-07-27 21:28:00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생기부로 고생하신다는 것을 소문으로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글을 읽으니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씀밖에 안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