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은 천생연분" 신랑 이정우군 우송대 직원, 신부 엄연람양 유학생 인연
‘천생연분(天生緣分) 내사랑’이라는 노래처럼 한국과 중국의 국경을 넘은 러브스토리가 아름다운 신혼부부를 탄생시켰다. 이정우군(29)군과 엄연람(嚴燕嵐; 중국발음 이엔이엔란. 25)양. 이들은 신부의 고향인 중국 소주에서 혼례를 올리고 부부(夫婦)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지난 2월 12일 신부 엄양의 고향인 중국 소주(蘇州)에서 신랑 이정우군의 아버지 이종구 세종시 동호개발(성원공인중개사무소) 대표와 모친 이춘매씨 등 한국의 일가친척 28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국경을 넘은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혹한의 겨울에 따뜻한 소식으로 양국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신랑 이정우군은 이종구씨의 장남으로 대전에서 대성고와 우송대 건강스포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대학직원으로 근무 중에 있다. 신부 엄연람양은 중국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부친 엄국명(嚴國明)씨와 모친 주건진(朱建珍)여사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공주처럼 고이고이 자란 규수이다.
이들의 인연은 엄양이 소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대학진학 고민 끝에 중국의 대학에서 한국 쪽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엄양은 한국 가수와 드라마 등에 호감을 갖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때마침 중국에서 열린 우송대학의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부모를 설득하여 6년 전에 우송대 무역학과에 진학한 것. 그녀는 이번 졸업식에 우송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는다.
이정우군은 평소 우송대학에서 유학생 관리 등의 전반적인 업무를 보고 있는데, 엄양과는 서로 호감을 느낄 정도로 안면만 있다가 2년 전 중국 남경대학에서 재회를 하면서 급격히 가까워지게 됐다.
엄양은 우송대를 졸업하고 2010년 1월에 남경대에서 열린 우송대 진학설명회에 대학원 진학원서를 쓰기 위해 참석했다. 그 자리에는 우송대 직원인 이군이 참석해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날 복도에서 우연히 이군을 마주친 엄양은 반가운 마음으로 “오빠”하며 불렀는데, 이군은 무심코 지나쳤다. 그날 저녁 엄양은 중국출신 우송대유학생 동창회에 참석했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의 사이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두 연인의 뜨거운 사랑은 급기야 이들이 사귄지 1년만인 2011년 12월 24일 중국 소주에서 한국의 신랑 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약혼식을 올렸다.신부 부친 "무남독녀 외동딸을 그렇게 시집 보내고 싶지 않다" 양국에서 결혼식 제의
중국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신부 부친 엄국명씨는 신랑의 부친 이종구씨에게 하나뿐인 딸을 그대로 내줄 수 없다며 중국에서 먼저 결혼식을 올리자고 제의해왔다. 이에 신랑측도 흔쾌히 수락하고 지난 12일 식을 올린 것. 원래 중국에서는 신랑측이 결혼 비용을 다 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부의 부친이 중국에서의 모든 비용을 대겠다고 제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측 일가친척 28명의 왕복 항공료에서부터 11일부터 14일까지의 체류비용 일체를 제공했다.
중국의 결혼식은 요즘 간소화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여전히 동네잔치로 요란했다. 3일간 먹고 마시고 웃고 폭죽 터뜨리며 동네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즐거워했다.
중국의 결혼식에는 동네주민들이 부조금 이외에 폐백에도 참석해 덕담과 함께 여행비를 신랑신부의 손에 쥐어주는 인정을 베풀었다. 또한 신랑신부와 가족을 태운 승용차 10여 대와 버스가 번호판에 백년호합(百年好合:백년해로와 같은 뜻)이란 글씨를 붙이고 소주시내를 카퍼레이드하는 호사도 누렸다.
중국에서 극진하게 대접을 받은 신랑측은 한국 유성에서 오는 3월 24일 중국측 사둔가족 30명을 초빙한 결혼식 걱정이 태산이다. 중국에서 받은 환대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신랑의 아버지 이종구씨는 “중국 가족들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위험하게 본다”며 서울 구경과 함께 우리나라의 안보가 튼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판문점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랑 이정우군은 “장인과 장모께서 친아들처럼 대해 주신다”며 “중국대륙의 성대한 결혼문화에 놀랐고, 한국에서 안내할 걱정에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그는 “언어는 잘 안 통하지만 양 가족이 서로 마음이 통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중국어를 배우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안부전화를 할 때 부인 엄양이 통역을 하기 때문이다.한국과 중국의 국경을 넘은 아름다운 한 쌍의 한국 결혼식은 3월 24일(토요일) 오후 12시 유성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