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은 죽어서 말하고 국가는 호국영령 잊지말아야..."
"국군은 죽어서 말하고 국가는 호국영령 잊지말아야..."
  • 최민호
  • 승인 2020.06.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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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의 아이스크림] 붉은 양귀비의 달-6월 '호국 보훈의 달'에 부쳐
조국위해 산화한 영령들에게 국가와 우리 모두는 행복의 빚지고 살아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국가의 의미를 되새기고 호국영령들의 소중한 가치를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사진은 대전현충원 전경

6월. 숙연한 달이다. 6·25가 있었는가 하면, 두 번에 걸친 서해, 연평해전이 있었던 달. 현충일이 있는 달이다.

‘현충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유럽에서는 현충일을 추모의 날(Remembrance day)라고 한다. 6월이 아닌 11월11일이다. 세계 제1차 대전이 끝난 날이다.

이 추모의 날은 1918년 제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영국의 조지 허니라는 사람의 제안으로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제1차 대전이 참화를 기억하며 그 희생자들을 기리고 다시는 전쟁을 경험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는 날이다.

매년 11월 11일 11시, 그들은 2분간 묵념을 하면서 전사자들을 추모한다. 처음에는 1분이었는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2분간 묵념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6월6일 10시부터 1분간 묵념을 한다. 우리나라가 현충일을 지정한 것은 1956년이다.

6월6일을 현충일로 지정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6.25가 6월에 발발했다는 점이 있고, 그리고 24절기 중 그해 망종일이 6월6일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예전에는 망종일에 보리를 거두고 모내기를 하면서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곤 했는데 고려 현종 때에는 '망종' 날에 거란과의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의 뼈를 집으로 봉송하여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한 것들이 다 연관이 되어 6월6일을 현충일로 정했다고 한다.

현충일은 그 나라의 역사만큼 각각 다르고 사연이 깊다.

영국이나 제1,2차 세계대전의 참전국들은 11월 11일 11시에 묵념을 하는데 붉은 개양귀비꽃을 현충일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양귀비 꽃의 붉은 빛깔이 피를 상징한다는 뜻도 있지만, 기실 직접적인 계기는 한 편의 '시' 때문이다.

제1차 대전 때 캐나다 군의관이었던 존 맥크래(John McCrae)는 전장에서 절친한 친구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슬픈 감정을 '개양귀비 들판에서(In Flanders Fields)'라는 시로 추모했는데, 이 시가 널리 알려지면서 양귀비꽃이 현충일의 상징이 된 것이라고 한다.

프란더스 들판의 개양귀비

그래서 현충일을 양귀비 데이(POPPY DAY)라고도 불린다. 양귀비꽃은 전쟁과 관련된 기금 마련의 상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한때 10달러 지폐 뒷면에 양귀비꽃, 참전용사들과 함께 이시가 써있기도 했다.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이 피었네,

줄줄이 서 있는 십자가들 사이에.

그 십자가는 우리가 누운 곳을 알려준다네.

하늘에는 종달새 힘차게 노래하며 날아오르건만

저 밑에 요란한 총소리 있어 그 노래 잘 들리지는 않네...”

<플랜더즈 들판에서>

플랜더즈 들판은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방에 있는 들판이다.

독일군의 포격으로 숨진 알렉시스 헬머(Alexis Helmer)라는 절친한 친구의 무덤을 찾았을 때, 그 들판 십자가 무덤들 사이로 양귀비 꽃이 온통 새빨갛게 피어있는 것을 보고 시로 읊은 것이라고 한다.

존 메크레 중령도 1차 대전 중 1918년 사망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11월 11일 외에 4월 25일을 안작(ANZAC)데이라 하여 또 하나의 현충일로 기념하고 있다.

ANZAC이란 “호주, 뉴질랜드의 연합군(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이라는 뜻이다.

두 나라는 1차 대전 중인 1915년 터키의 갈리폴리 상륙작전에서 장병들이 아주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이 날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침략국이었기 때문에 연합국 같은 참전용사들에 대한 추모일 또는 기념일이 별도로 없다고 한다. 침략군의 군인은 죽어서도 위로를 못받는가 보다. 다만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일인 1월 27일을 나치 학살자 애도일로 지키고 있다고는 한다.

일본은 2차 대전이 끝난 날인 8월 15일을 전몰자 추도와 평화 기원의 날로 삼고 있지만 히로시마 원폭이 떨어진 8월 6일에 평화의 날 행사를 크게 한다. 나름대로 반성과 추모를 하고 있는 날이지만,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일본측의 석연찮은 태도 때문에 아쉽게도 우리 국민들의 감정은 곱게 삭혀지지 않는다.

미국의 현충일은 추모의 날(Memorial day)라고 하는데, 매년 5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행해진다. 남북전쟁중인 1868년 북군 출신 존 로건 장군이 장병들의 무덤에 꽃을 장식하라는 포고령을 내린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현충일에 미국은 수도인 워싱턴 D.C시내에서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까지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무명용사들의 무덤에 꽃을 바치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는 장군이든 사병이든 묘역의 면적이 동일하고, 현충일이 되면 약 29만개의 모든 묘의 비석에 동일한 성조기가 바쳐진다. 사람의 목숨의 가치란 계급에 관계없이 동등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신조때문이다.

무명용사의 묘에는 더욱더 특별한 존경심이 부여되고 있다. 직업군인들은 봉급과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지만 무명용사는 이름도 없이 고국에 생명을 바친, 보상은커녕 이름마저도 없는 희생자들이다. 그래서 이 분들에게 미국은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무명용사의 묘는 24시간 365일 경비를 서서 지키고 있다.

알링턴 묘지를 경비하는 병력은 대통령과 수도 워싱톤 D.C를 수호하는 육군 제3보병연대인데, 그중 무명용사의 묘를 지키는 병력은 올드 가드(old guard)라고 하여 특별히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미국 시민권자여야 하고, 남성의 경우 최소 178cm 이상 193cm이하, 국립묘지의 역사와 묘지들의 위치를 완벽하게 암기할 수 있을 지적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신원 상에 어떠한 흠이 있어도 안되는 명예로운 자이어야 한다.

이렇게 선발된 병력은, 묘를 지키는 시간에는 어떠한 날씨나 상황에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2~3시간 단위로 교대하는데 이 교대식은 엄숙하기로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몇 년 전에 폭풍우 속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조각처럼 경비를 서고 있는 올드 가드들의 사진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었다.

교대식을 할 때 이들은 24초간 묘를 향해 경례를 한다.

국가 원수에게 올리는 예포의 숫자다. 최고의 예우인 것이다.

올드가드들 또한 최고도의 엄격성을 가지고 근무하지만 어떠한 수당이나 보상도 없다. 목숨을 바친 무명용사를 지키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기는 것이다.

비오는 날의 올드 가드
비오는 날의 올드 가드

군복을 입고 귀국하는 병사에게 비행기 좌석을 양보하는 미국의 일반 시민이나, 범죄를 저지르고 사망한 군인 묘지에는 이름도, 비석도, 더구나 국기 계양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고 있는가 하면, 전사자의 유해는 재정상의 한도를 두지 않고 조국으로 되찾아오는 미국인들의 명예의 정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나라마다 아픈 전쟁의 상처는 지울 수 없고, 전쟁이 없는 평화를 절실하게 기원하게 되는 날이 현충일이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일어났을 경우에는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하고 그렇게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들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이 많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어렵지만, 현충일이 제정된 1956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64년간, 서울과 대전 현충원등 8개 국립묘지에 안장된 호국영령은 약 20만 위를 넘는다고 한다.

미국이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나고 현재까지 154년간 국립묘지에 묻혀있는 영령수가 약 29만 위라는 것가 비교해보면, 짧은 역사동안 약소국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조국을 위해 죽고, 상이군경으로, 고엽제환자로, 보훈대상자로, 그 유가족으로 살고 있는 이 땅의 은인들에게 우리 국민들은 행복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개양귀비 꽃을 노래하는 유럽에 ‘플랜더즈 들판에서’라는 시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우리의 시가 있다.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산 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이어지는 시를 계속 읽노라면 저절로 눈물이 고인다.

6월은 보훈의 달이다.

보훈은 정상적인 나라의, 정상적인 국민들의 도리요. 명예요. 사명이리라.

최민호의 아이스크림! (I Scream!)

최민호 제24회 행정고시합격,한국외국어대학 졸업,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단국대 행정학 박사,일본 동경대학 석사,전)충청남도 행정부지사,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행복청장,국무총리 비서실장,배재대 석좌교수,홍익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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