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멈춰선 세종시 전기굴절버스, 대중교통중심도시 ‘흔들’
또 멈춰선 세종시 전기굴절버스, 대중교통중심도시 ‘흔들’
  • 곽우석 기자
  • 승인 2020.06.02 17:11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말 전기 굴절버스 차량 결함 발생, 운행 긴급 중단
지난 1월 도입 후 4~5차례 크고 작은 고장 시달려 운행 차질
면밀한 점검 및 체계적 운행 시스템 마련 요구, 도입 연착륙 주목
세종시를 운행하는 전기굴절버스가 대평동 충전소에서 배터리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

‘대중교통중심도시 세종’의 상징적 존재인 ‘전기굴절버스(Articulated bus)’.

친환경 대용량 차량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기굴절버스가 운행 4개월여 만에 멈춰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차량 인도 단계부터 기본적 결함이 노출된 데 이어, 또다시 커다란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굴절버스 운행여건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은 물론,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2일 <세종의소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전기 굴절버스 1대가 지난달 말경 시내를 주행하다 차량 결함으로 운행을 긴급 중단했다. 정식 운행을 개시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오송~반석 구간 990번 노선을 운행하던 이 버스는 오송역을 출발해 세종충남대병원 부근에서 고장을 일으켜 멈춰섰다. 긴급충전차량을 호출해 충전했으나, 버스는 움직일 수 없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뒤따라오던 다른 버스로 옮겨 타는 등 적잖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결함 원인은 ‘부품 과부하’였다. 세종교통공사에 따르면, 해당 버스는 보조배터리와 본 배터리를 연결해주는 ‘릴레이 부품’이 문제를 일으켰다. 차량 내부에 부착된 엘이디, 엘시디 안내판 등과 배터리 간 연결 호환성에 에러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이 버스는 현재 제작사인 현대자동차로부터 수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세종시를 운행하는 전기굴절버스가 대평동 충전소에서 배터리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
세종시를 운행하는 전기굴절버스가 대평동 충전소에서 배터리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

굴절버스 결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운전원들에 따르면, 지난 1월 도입된 4대의 굴절버스는 그간 4~5차례 가량의 크고 작은 고장에 시달리며 운행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990번 노선에 투입되는 버스에 고장이 집중됐다는 것. 순환형 노선인 900번과 달리, 하루 1회 65km 장거리 운행 후 차고지로 향하는 노선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주로 충전 또는 정비 중 고장이 발견되어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굴절버스는 정식 운행 전부터 적잖은 문제를 노출했다.

제작사로부터 차량을 인도받은 뒤 시범 운행을 하던 지난 1월에는 지붕 부위 우천 누수현상이 발생해 부랴부랴 긴급 점검을 받아야 했다. 차량 부품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어 배터리에 전기결함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결함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칫 운행도중 문제가 생겼을 경우 심각한 사고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높았다는 지적이다.

2020년 1월 시범 운행 도중, 지붕 부위 우천 누수현상으로 긴급 점검을 받고 있는 전기굴절버스 모습

충전시설이 완비되지 않은 점도 운행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오송~반석을 운행해는 990번 버스의 경우 오송역 전기 충전시설 완공이 늦어지면서 하루 1회 운행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운행에 필수적인 제반 시설 구축에 앞서 굴절버스를 긴급 투입한 것이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당초 시는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대중교통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도로인 ‘내부순환BRT’(900번) 노선에만 굴절버스를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대전시 반석역~세종시 정부세종청사~충청북도 오송(31.2km)을 잇는 광역 BRT(990번)에도 투입을 전격 결정했다. 광역 노선에 굴절버스를 운행하는 게 효율적이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입장을 따른 조치다.

하지만 당시 장거리 구간인 990번 노선에서 긴급 상황 발생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가 나왔고, 실제로 이는 차량 결함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운전원들의 설명이다.

전기굴절버스 모습
전기굴절버스 모습

무엇보다도 8억 9000여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차량에서 기초적인 결함이 반복되고 있어 문제다.

지난 2012년 시범운행을 통해 선보였던 굴절버스 '바이모달트램'이 잦은 고장으로 퇴출됐던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을 지 시민들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도담동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이제 막 출시된 최첨단 차량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운행 4개월여 만에 수차례 결함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향후 어떠한 긴급 상황이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면밀한 점검과 함께 체계적인 운행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굴절버스 도입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편 세종교통공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구입비 180억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4대를 시작으로 올해 8대 등 모두 12대의 굴절버스를 도입해 운행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선영 2020-06-03 11:05:17
그러게 애당초 지하철이나 트램으로 갔어야지. BRT는 그냥 버스자나.

brt 2020-06-03 09:18:29
전기굴절버스 정착이 쉽지않네.. 다른 대안도 딱히없는거같고 안타깝네

2020-06-02 21:17:36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다가
결국 지하철로 갈 듯함
예산만 축내고 인력낭비에
허송세월 다 보내고
행정수도? 글쎄 언제?
서울, 대전, 부산, 대구에 다 있는 지하철로 가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