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칼럼]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요"
[최민호칼럼]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요"
  • 최민호
  • 승인 2020.05.3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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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의 아이스크림] 상명지통(喪明之痛)겪는 부모들
5월은 가정의 달, 실종 아동 부모들은 심정이 어떨까

아이스크림.

유 스크림.

최민호의 아이스크림!

한: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고마운 마음을 새기는 달입니다만, 5월 뿐이겠습니까. 가족이야 일평생을 함께하는 소중한 존재들이죠. 작가님께서도 5월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겠지요?

최: 그렇습니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행사도 많이 없었고, 만남도 많이 줄었지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요. 그런데 해마다 가정의 달일수록 더욱 마음이 아파지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돼요. 5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기분이 드는 분들이지요.

한: 이해가 갑니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분들, 어버이가 안 계시는 분들, 아이를 잃어버린 분들. 그런 사연이 있는 분들은 5월이 오면 더욱 가슴이 아프겠지요.

최: 한 감독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아닐까요? 부모님이나 자식, 그리고 아내 배우자 같은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이별할 때 아닐까요?

최: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가 가장 슬픈 일이겠지요. 사랑하는 사람 중에 누구를 잃었을 때 가장 슬플까요?

한: 부모님도 슬프지만 자식을 잃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속담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닌가요?

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상명지통(喪明之痛)이란 말이 있습니다.

눈이 멀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는 뜻인데요. 이 말은 큰 아들을 잃었을 때 쓰는 말입니다. 상명(喪明)이란 눈이 죽는다는 말이지요. 실명(失明)이란 말도 있습니다만, 실명은 시력을 잃었다는 뜻이지만 상명은 실명보다도 더 눈앞이 캄캄한 아픔이지요. 바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상명지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자식이 죽었을 때보다 더 슬프고 아플 때가 있다고 봅니다.

아담 월시

한: 언제인가요?

최: 자식을 길에서 잃어버린 때지요. 죽은 것이 아니고 실종되었을 때지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알 수 없이 하루아침에 눈앞에서 사라진 경우지요. 길에서 아이를 잃었다든가, 쇼핑하다 아니면, 축제장에 놀러 왔다가 아이가 없어지면 이보다 더 기막히고 눈앞이 캄캄한 경우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정말 그럴 거예요. 누구든지 아이들 키우다 보면 크건 작건 이런 경험이 한번쯤은 있지 않겠습니까? 저도 있었습니다만, 눈앞이 캄캄하지요. 정신이 없더라고요.

최: 그렇습니다. 그 슬픔은 한때로 끝나지를 않지요. 저는 경부 고속도로 달리다보면 플랙카드가 하나 걸려 있는 걸 봅니다. 평택부근에 걸려있는데요.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 주세요!!!’하는 현수막입니다.

벌써 2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제가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보았으니까요. 사연을 좀 알아보았더니, 송혜희라는 소녀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어 부모가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1999년 2월부터 지금까지요.

경찰에서도 그간 전국에 수배하고 수색을 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생사를 알 수 없고 10년의 공소시한이 지나 지금은 수사를 중단했다고 하는 군요.

최: 아, 그 현수막 저도 본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요.

한: 경찰이야 공소기간이 지나면 수색을 중단하겠지만, 부모는 그럴 수 없잖아요? 그 부모님이 아직도 딸을 애타게 찾고 있는 거지요. 더 가슴 아픈 일은 송양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되고 나서 찾다 찾다 못 찾으니 우울증에 걸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송 양의 아버지가 아직도 집을 떠나지 않고 딸의 방을 당시 그대로 해놓고는 전국을 트럭으로 돌아다니며 찾아다니고 있다는 거죠.

이 현수막은 평택 인근 뿐 만 아니라 서울시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요.

한: 아. 그런 것이었군요.

최: 아버지는 집뿐만 아니라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고 있는데 연전에 010 번호통합 정책에 반대하는 주요 사례로 송 양의 아버지 사례가 거론됐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입장에서 어떻게 전화번호를 바꿀 수 있겠어요?

더구나 몇년전에는 현수막을 교체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허리를 크게 다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 60만원을 받아 40만원을 현수막과 전단지 제작에 쓰고 있다는 군요.

자식을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사연이 얼마나 애달픈지 현수막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하지요.

한: 부모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만, 대구에서 도롱뇽 알 찾으러 산에 갔다가 행방불명이 된 개구리 소년 사건은 온 국민이 모르시는 분이 없지요. 안타깝게 나중에 유골로 부모 품에 왔습니다만. 정말 기가 막히다는 표현 밖에 할 말이 없어요.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 아이들 문제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개구리 소년 사건은 유명했지요. 1991년 사건이 발생했는데 11년만에 발견되었으니까요. 영화, 소설, 다큐등 모든 국민이 애타게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조차도 부모님 마음을 또 후벼파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미국에서도 1981년에 당시 유명 방송인이었던 존 월시라는 사람의 아들 아담 월시가 백화점에서 실종된 사건이 있었죠. 아버지 월시는 아들을 잃은 후 만사를 제치고 아이를 찾는 캠페인을 벌이고 노력을 했지만, 보름 후 아들이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이었죠.

결국 이것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고, 아버지 월시의 제안에 따라 미국에서는 2003년에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에 대처하는 방안을 법제화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드 아담’ 제도라는 것입니다. 아담은 바로 월시의 아들 이름을 딴 것이죠.

한: 자세히 설명 좀 해주시죠. 워낙 중요한 제도니까요.

최: 예. 다중이용시설에서 미아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에서 곧바로 실행하는 실종아동 수색프로그램이죠. 코드 아담이 적용되는 다중이용시설은

▲대규모 점포, 유원시설, 박물관ㆍ미술관, 지역축제장, 도시철도역사, 철도역사

▲버스ㆍ공항ㆍ항만터미널

▲5000석 이상 전문체육시설

▲1000석 이상 공연장

▲경마장, 경륜ㆍ경정장 등을 ‘실종예방지침’ 의무 준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4100여 곳에 이른다고 합니다.

-코드 아담 제도는 4단계로 운영되는데요.

1단계는 아이를 잃었으면 즉시 시설의 담당자에게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잃어버렸다고 생각되면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신고해야겠죠. 머뭇거리는 사이 아이는 직선으로 어딘가로 가버리니까요.

2단계는 시설에서는 즉각 안내방송과 경보를 발령하고 출입구를 봉쇄해야 합니다.

3단계는 집중적으로 아이를 수색합니다.

4단계는 수색 후 10분이 지났는데도 아이를 찾지 못했으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아동이 단순히 길을 잃은 것이 아니고 납치당했을 줄도 모르잖아요.

-이것이 코드 아담입니다. 아동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누구든지 알아두어야 할 정보입니다.

한: 아동을 잃었으면 우선 침착하게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사실 아이들은 부모를 찾는다고 돌아다니다 더 찾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 중요한 정보입니다.

-경찰에서는 실종 아동을 찾는 데 초기 10분이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아찾기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미아는 잃어버린 시점에서부터 12시간 안에 찾을 확률이 98%에 달하지만 48시간이 경과하면 1.3%로 뚝 떨어진다고 하는군요.

그렇기 때문에 잃어버린 즉시 신고하고 수색하고 협조해 주는 것이 생명입니다.

한: 코드 아담제가 상당히 효과가 있겠군요.

최: 그렇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코드 아담제가 실시된 것은 2014년부터인데요. 코드 아담 시행 이후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조치한 실종 건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찾는 확률도 높아지고 있고요.

-여기서 아동이라고 하면 14세까지가 아동이었다가 2014년 법이 바뀌어서 18세 미만의 아동도 아동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에 따라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 치매환자 등도 실종아동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지적장애인과 치매환자를 포함하면 실종 신고접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군요. 2018년에는 4만2천 건 이상이 접수되었다고 하는데 많은 숫자 아니겠습니까?

코드 아담

한: 우와. 생각보다 대단히 많군요.

사실 아동들이 실종되었으면 코드 아담 같은 사후조치도 중요합니다만, 사전에 예방하는데도 부모님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 맞습니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직원들에게 코드 아담제도에 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만 부모들도 마찬가지지요.

제가 몇 년 전에 미국의 디즈니랜드에 갔었는데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겠어요? 그런데 미국인 부모들을 보니까 아이들의 몸과 부모 손목을 줄로 연결해서 묶고 다니고 있더라고요. 마치 애완견 끌고 다닐 때 줄로 묶고 다니는 것 같아 보여서 한편으로 우습게 생각되었는데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이들이라는 것이 천방지축 아니겠어요. 잠시 한 눈 팔면 큰일 날 수도 있지요.

그런 어린이 보호용 연결줄을 팔고 있었어요. 보기에는 우스웠지만, 수많은 다중들 속에서 내 아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부모님의 철저한 신경이 엿보였어요.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장애가 있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연락처가 적힌 목걸이, 팔찌, 이름표 등 인식표를 착용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만일을 대비해서 부모가 아동들의 키, 몸무게, 신체특징 같은 정보도 사전에 기록해두는 것도 중요하고요.

요즘은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 사진을 핸드폰으로 많이들 찍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아동들 사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지요.

한: 그렇습니다. '지문 사전등록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노인 등 스스로 거주지를 찾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지문과 사진, 연락처, 주소 등을 경찰청 실종자 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거라는데 미리미리 예방차원에서 필요한 일 아니겠습니까?

최: 물론입니다. 일반적으로 실종 신고에서 보호자 인계까지 평균 94시간이 걸리지만, 사전등록을 해두면 1시간 이내로 단축된다고 경찰청은 밝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실종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교육을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은 당황하면 알고 있던 정보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연습시켜야 할 것 같아요.

-수고롭고 귀찮기도 한 일이지만, 만일 내 아이를 잃었을 때 그 다음에 닥칠 지옥을 생각하면 소홀히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정말 그렇습니다. 실종된 아동 이야기는 끔찍합니다만, 잃어버렸던 아이를 찾는 것은 감동스러운 화제지요. 종종 이런 재회 사례가 사회를 울리기도 하지요?

-4살 때 길을 잃고 가족과 헤어진 사람이 실종 49년 만에 53세의 장년(壯年)이 되어 어머니와 재회한 기록이 방송된 적이 있지요. 국내에서는 실종된 사람이 가족과 상봉한 사례 중 실종기간이 가장 길었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데요.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찾는 어머니의 노력이 결국 경찰에서 실종된 어린이의 귀 모습과 어른이 된 아들의 귀 모습이 비슷하여 DNA검사를 한 결과 자식임을 확인하였다는 이야기가 2018년에 방송되었었죠.

50년만의 모자 상봉이라니 정말 기적이 아닐까 합니다만, 50년간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실종아동전문기관'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복지부에서 위탁하여 운영하는 기관인데요. 이 기관에서 DNA 검사를 통해 아버지와 혈연관계를 확인하여 찾아주었다고 합니다.

-실종아동전문기관은 매년 실종아동 전단 수만부를 제작해 전국 경찰서와 시·군·구청, 주민센터, 어린이 보호시설 등 전국 5,900여곳에 배포하고 있고,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 '미싱차일드'(Missing Child)도 무료로 보급 중이라고 합니다.

한: 불행 중 다행입니다. 49년 동안 부모가 자식을 잃고 얼마나 외롭고 죄책감이 들었을까요. 자식도 얼마나 고생이 됐겠습니까?

아무튼 이제 여름철이 다가오면 야외로 아동들과 외출할 기회가 많아지는데요. 어린 아동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님,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하는 자녀가 길을 잃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잃어버렸을 때 즉시 대처하는 요령을 잘 알아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작가님 오늘의 아이스크림은 무엇으로 하겠습니까?

최: 가정의 달 5월에 특히 쇼핑센터나 놀이시설 같은데서 ‘실종된 아동을 찾습니다’라는 방송을 들으면 즉시 협조하고 함께 찾아주는 훈훈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아이스크림은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요.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한: 좋습니다. 함께 외칠까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요.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최민호 제24회 행정고시합격,한국외국어대학 졸업,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단국대 행정학 박사,일본 동경대학 석사,전)충청남도 행정부지사,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행복청장,국무총리 비서실장,배재대 석좌교수,홍익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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