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요. 취한 손님은 술집 주인이 나가라고 해요"
"호주는요. 취한 손님은 술집 주인이 나가라고 해요"
  • 조수창
  • 승인 2020.05.15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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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수창 전 세종시 균형개발국장...'코로나19와 술 문화'
만취할 때까지 먹는 한국 술문화 개선이 코로나19 극복의 지름길

<2018년 2월 호주로 연수를 떠난 조수창 전 세종시 균형개발국장이 한국의 코로나19 극복 과정을 보면서 그곳의 술문화와 한국을 비교한 글을 보내왔다. 연수를 떠날 때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틈틈이 세종시와 관련된 글을 써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잊지 않고 카톡으로 글을 보내왔다. 8월쯤 세종시로 복귀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양국의 서로 다른 술문화 속에서 코로나19극복의 지혜를 찾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왔다. 다음은 조 전 국장의 글 전문이다. 편집자 씀>

조수창 전 세종시 균형개발국장
조수창 전 세종시 균형개발국장

이태원 클럽이나 홍대 술집 등을 통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몇몇 지방정부에서 신속하게 유흥업소 영업을 제한함에 따라 주류업체가 매출감소로 울상이라고 한다.

반대로 호주에서는 술 소비가 크게 늘었다고 당국의 걱정이 크다. 알코올연구교육재단(FARE: Foundation for Alcohol Research and Education)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호주인 70%가 평소보다 술 섭취를 더 많이 하고 있고 30%는 매일 술을 마신다고 한다.

현재 호주는 술집이나 식당이 모두 문을 닫은 상태인데, 술 섭취가 급증했다는 것은 술 전문매장에서 개별적으로 술을 사서 집에서 마시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과음이 면역체계를 약화시키며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다 보니, 술 소비의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확진자가 제일 많은 미국, 영국 그리고 러시아가 더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술 판매가 준다고 걱정하는 것은 가정에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직장생활 중에 회식을 통해 술을 마시고 폐쇄된 공간에서 만취될 때까지 가보는 우리의 독특한 술 문화에 기인한다.

한편, 한국처럼 호주도 코로나19가 진정되자 들자 국가내각회의(National Cabinet)에서 단계적 제재완화 계획을 발표하였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연방총리, 주총리 등이 참여하는 국가내각회의가 수시로 개최되었는데, 5월 8일 3단계 제재완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에 따르면 7월말까지 마지막 단계인 3단계에 도달할 것을 목표로 하여 업종별 및 모임규모별로 제재가 완화되고 여행가능지역도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물론, 클럽이나 술집은 3단계가 되어야 운영이 가능하다.

호주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음주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호주의 경우 술을 서비스하는 것과 판매하는 것을 분리하여 업종별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고, 술집을 허가할 때도 지방의회, 경찰 및 커뮤니티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특히, 손님이 술이 취했거나 폭력적이거나 주류법을 위반하는 경우, 술집이나 식당에서는 손님을 가게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똑바로 걷지 못하거나 말을 잘 하지 못하면 술에 취한 것으로 간주되고, ‘가게에서 나가달라’는 점원의 말을 듣는 즉시 가게에서 50미터 밖으로 벗어나야 한다. 점원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가 된다.

최근 몇몇 식당에서 손님에게 지나치게 많은 술을 서비스하거나 취객을 방치하여 호주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사회문제로 비화되었다. 만취하도록 술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주류법 위반이고, 그에 따라 벌금 부과나 영업 정지 등 강력한 행정제재가 뒤따른다.

만취로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타인과 사회의 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에 술을 판매하는 업체에도 이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만취의 피해가 고스란히 다른 사람과 사회로 전가된다면 과음은 더 이상 개인의 취향이나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는 음주가 주로 직장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호주는 가정에서 술마시는 풍토가 만들어져 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우리나라는 음주가 주로 직장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호주는 가정에서 술마시는 풍토가 만들어져 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취하도록 술을 권하는 문화는 한국사회의 골칫거리였다. 이런 술 문화는 음주운전 사고는 물론이고 수많은 강력사건, 성희롱, 가정폭력 등의 원인이 된다. 코로나19보다 훨씬 많은 인명사고가 술 때문에 났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코로나19로 259명이 사망했지만, 작년 기준으로 음주운전 사고로만 295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가 느슨한 술 문화를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집단감염 재발은 물론이고 더 불행한 일들도 끝없이 이어질 게 뻔하다. 만취한 사람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나 건강한 시민의식을 도무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염병 저지에 온 국력을 기울이듯이 술 문화의 개선에 대해서도 선제적이고도 효과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마땅하다.

글을 마무리하자면, 전례 없는 유행병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느슨한 음주문화를 쇄신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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