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 아닌 “국회세종의사당 향해 달리자”
‘말(馬)’ 아닌 “국회세종의사당 향해 달리자”
  • 김선미
  • 승인 2020.05.06 15: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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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 세종시 화상경마장 유치 논란...행정도시 세종시가 왜?
경마 매출 수도권보다 지방 감소폭 커 세수 확보 매력 줄어 들어

충격적인 사행 도박시설 유치, 이춘희 시장님은 무슨 생각으로?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순간, 눈과 귀를 의심했다. 다른 지역도 아니고 행정수도는 물론 교육도시, 아동친화도시를 지향하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왜? 이미 여러 지역에서 주민들의 반대로 갈등만 일으키다 결국은 퇴짜를 맞은 사행 도박시설을 굳이 왜 세종에? 재선의 이춘희 세종시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세종시가 ‘화상경마장’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꽤나 충격적이다. 세종시가 ‘화상경마장’ 유치와 관련한 다른 지역들의 갈등을 모를 리 없고, 또 근래들어 유치에 성공한 전력이 없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상경마장 유치를 들고나와 분란을 일으키는지 그 속내를 헤아리기 어렵다.

대전, 부천 등 타 도시들은 기존에 있는 시설들도 이전하거나 폐쇄하는 마당에 세종시의 유치 검토는 미래지향적인 신생도시로서는 시대착오적이어도 너무 시대착오적이고 퇴행, 퇴영적이기까지 하다.

경마장 조성 순조롭게 진행되는 지역은 레츠런파크 경북 영천 유일

공식 명칭 ‘마권장외발매소’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화상경마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도박중독과 사행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정부와 마사회는 경마의 사행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경마는 말 산업 육성과 스포츠이며 건전한 여가활동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경마장은 속성상 도박성으로 인해 스포츠 시설보다는 도박 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경마장 조성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지자체는 경북 영천이 유일하다. 영천 경마장은 화상경마장이 아닌 말이 질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경마공원(레츠런파크‧Lets Run Park)이다. 경마중계를 스크린으로 보며 배팅하는 화상경마장과는 근본적으로 출발선이 다르다.

세수보다 3배 이상 탕진, 도박으로 인한 폐해에 비해 기여도 미미

지자체들이 화상경마장 유치에 군침을 흘리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방세수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다. 대전의 경우 대전경마장이 대전시에 납부한 지방세는 연 180억원에서 200억원 정도로 지금까지 3,500여 억원을 납부했다.

당장 단 한 푼의 세수확보가 아쉬운 지자체로서는 구미가 당길 법하다. 그러나 시민들이 화상경마장에서 탕진한 돈은 3배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확보라는 당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장외발매소 설치에 제동을 걸거나 소극적인 이유는 교통불편, 교육적 여건 저하, 상가 침체 등 주변 환경 침해도 주요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도박으로 인한 폐해에 비하면 기여도라는 것은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화상경마장 중독성 도박 유병률 높아, 차라리 레츠런파크 유치하시라

여러 조사와 통계에서 경마로 인한 도박중독성과 중독 유병률이 더 높은 화상경마장의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도박 중독성은 마약의 3배라는 연구도 있다.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자는 선진국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의 도박중독이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다른 곳도 아닌 감사원의 ‘사행산업 관련 도박문제 예방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이다.

화상 경마장은 최근까지 충남 금산군에서 유치를 검토했던 것으로 지역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화상 경마장은 최근까지 충남 금산군에서 유치를 검토했던 것으로 지역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또한 세수 확보의 매력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마가 합법 사행산업의 3분1 이상을 차지하는 등 가장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최근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 매출 감소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럴진대 세종시가 그래도 경마장을 유치하려거든 화상경마장이 아닌 차라리 “국민과 함께 달리는 행복한 질주!”를 선사할 레츠런파크를 유치하시라. 국립도서관, 호수공원, 국립수목원, 중앙공원에 ‘말 달리는’ 경마장이 함께 하면 지자체가 그토록 애호해 마지않는 ‘명품’ 랜드마크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사행‧도박세로 재정 충당 전, 누수‧낭비 없는지 재정 운영 점검부터

재정이 남아돌거나 넉넉한 지자체가 어디 있을까. 부족한 재정을 환영받지 못하는 도박시설로 충당하기 전, 시의 재정 운영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살림살이에 누수되거나 낭비는 없는지, 재정 운영의 부실함과 방만한 점은 없는지부터 꼼꼼하게 살펴 내집 살림하듯 쫀쫀하게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세종시의 제1과제는 화상경마장이 아닌 세종의사당 설치다. ‘말 달리자’가 아닌 “세종국회의사당을 향해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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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2020-05-07 10:12:19
경마장 설치, 절대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