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저희가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어요"
"글쎄요, 저희가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어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0.04.28 1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지역 중소기업 대표의 하소연...행복도시 연구소 부지 단독신청 탈락
"지역기업지원하고 외부 기업 유치해야 세종시 먹거리 문제 해결 가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행복도시 최초 도시첨단산업단지인 '세종테크밸리'의 1차 분양 결과 기업 20곳을 선정했다. <사진은 산학연클러스터 조감도>
세종시 한 기업인이 지역에 소재한 업체에 대한 홀대를 하소연했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행복청에서 조성 중인 산학연클러스터 조감도

얼마 전 세종시 전의에 소재한 한 기업인과 우연히 점심을 할 기회가 있었다.

가스, 수도 파이프와 이음장치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이 업체는 행복도시에 연구소 부지 신청을 했다가 어이없는 일을 당한 얘기를 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이 감히 행복도시 연구소 부지를 넘 보았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 대표가 얘기하는 지역은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4-2생활권에 연구소 부지였던 것 같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입주업체를 공모했는데 1차에서는 떨어졌다.

11월에 있었던 2차 모집에서 이 회사는 단독으로 신청했다. 게다가 부지 대금도 아예 50%는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경영 부실로 인한 공급자 측의 위험을 없애겠다는 담보나 다름없는 현금 지급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는 탈락했다. 문제는 그 이유를 모른다는 점이다. 문의를 해도 설명은 없었고 자체 분석을 해도 그런 조건이면 떨어질 이유가 없어 억울하고 답답해했다.

당초 우리나라는 없는 파이프 관련한 성능시험연구소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했다. 정기적인 제품 성능 검사를 위해 매년 해외 연구기관에다 주는 수억원의 돈이 아깝고 대학과 연계해 최고의 품질 보증 기관으로 만들면 다른 기업에도 혜택이 간다는 것이었다.

외화 절약을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곳에서 품질을 보증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一去兩得)이라는 기대 효과도 신청서에 기록했다. 하지만 결과는 앞 서 말한대로 탈락이었다.

이 회사 대표의 하소연은 계속 이어졌다. 탈락을 시킬 것이면 세종시 관내 업체는 안된다는 걸 자격조건으로 내걸든가 아니면 중소기업은 불가능하다는 걸 제한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 좋은 부지에 관내 작은 기업은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이유 외에는 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굴지의 대기업이 들어와야 명품도시 위상에 걸 맞는데 내 까짓 것에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는 판단이 심사에 작용을 했다는 말이다.

이 업체는 약 8년 전 세종시로 이사를 했다. 지역 업체를 우선하는 다른 시도와는 달리, 전국 각지에서 업체를 끌어들이는 통에 애를 먹었다. 회사 이전을 잘못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만큼 지역 찬스가 없었다. 그때도 그랬고 이번까지 겹치면서 결국 연구소 부지는 수도권으로 결정했다.

세종시에서 지금 현안 중 하나는 먹거리 만들기다. 먹거리는 상당 부분 기업이 만들어낸다. 그 기업은 외부에서도 와야 하고 내부에서도 역할을 더 해서 먹거리 파이를 키워야 한다. 즐탁동시(喞啄同時)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굴지의 업체가 세종시를 선택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세종시가 입지 조건이 썩 좋은 건 아니다. 그렇다면 관내 기업에게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외부에서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이 정답이다.

연구단지 부지에 지역의 중소기업 홀대는 분명 문제가 있다. 집토끼는 더 잘 키우고 산토끼를 잡는 경제 정책이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다. 허울보다는 실속이 우선되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