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학마을'은 과연 살아남을까
세종시 '학마을'은 과연 살아남을까
  • 임비호
  • 승인 2020.03.08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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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비호칼럼] 자연과 공존 선택 지표가 된 금남면 감성리 학마을
배설물 피해 감수하면서 보존해온 주민들, "사라지는 학...아쉽다"
세종시 금남면 감성리 학마을은 세종시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서식지 모습

7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중학교에 막 들어갔던 시기였는데 우표 수집이 친구들 사이에 유행이었다. 당시에 우표 수집이 또래의 재테크 수단이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얼마나 모았는지, 언제 그만두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추억으로 아직 뇌리에 분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천연기념물인 ‘학’ ‘두루미’ ‘황새’등이 우표 씨리즈이다. 이런 영향 때문이었는지 들녘을 지날 때 보이는 커다란 하얀 새을 보면 저것이 ‘학’인가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명색이 천연기념물인데 저리 흔할까라는 의문도 가지게 되었다.

세종시 금남면 감성리에 필자 생각과 같은 모습의 마을이 있다. 동네 이름이 ‘학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학마을 식당도 있다. 일반 사람들이 볼 때는 학처럼 커다란 하얀 새들이 파종기만 되면 집을 짓고 서식을 하니 귀한 복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으로 생각을 하였던 모양이다.

새들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들고, 적을 때는 흉년이 든다고 하여 마을 사람들은 이 새들을 잘 보호하였다고 한다. 마을이 조성된 것이 조선시대라고 하니 근 600년은 넘게 그렇게 생활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마을 회관 앞에 보면 학마을이 아니 다른 표지석이 있다. “감성리 백로 서식지-충청남도 지정 기념물(1989.4.20.)이라는 비석이다. 일반 사람들이 볼 때는 같아 보이는데 좀 자세히 보면 다른 조류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두루미(학)와 황새는 겨울 철새이고, 백로와 왜가리는 여름철새이다.

옛 연기군 시절 명소였던 학마을. 이 마을 뒷산에는 새하얗게 수놓은 백로로 인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일반적으로 여름에 논에 있거나 강가 낮은 곳에 있는 하얀 새들은 백로류들이다. 요사이는 기후변화 때문에 강이 얼지 않아 텃새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겨울 철새인 두루미(학)는 사실 겨울철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아니다. 장남들판에 두루미가 나타났다는 기사가 많은 사진작가와 탐조인들에게 큰 뉴스거리가 될 정도이니 말이다.

학마을 사람들은 왜 백로를 학이라고 불렀을까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조류를 분류하는 전문 지식이 없어서도 그렇겠지만 농경 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하기에 학처럼 귀한 조류로 생각하여 그리 한 것은 아닐까 한다.

농경 사회에 있어서 백로는 일종의 지표종이었다. 백로가 사는 동네는 사람도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했다. '백로가 깃들면 부자마을이 된다' '백로가 찾아오는 곳은 길지다'라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마을을 둘러친 야트막한 산에 숲이 우거져 있고, 마을 앞에는 너른 들과 일년 내내 마르지 않는 내가 있는 곳이라야 백로가 즐겨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백로가 서식한다는 말은 인간이 농경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다른 표현인 것이다.

마을 표지석

세종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로와 왜가리류들 포함하여 많은 조류들이 잘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전반적으로 높은 산이 없는 대신 구릉지들이 많고, 미호천과 금강 본류가 만나는 합강을 중심으로 습지가 조성되어 산새, 들새, 철새, 강가에서 사는 물새들이 쉽게 먹이를 구하고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요사이 감성리 ‘학마을’에 가게 되면 계속 보전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현재 세종시는 8만의 인구에서 80만을 지향하는 도시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의 개발과 인구의 유입은 자연 환경과 생물의 서식지를 잠식하고 그곳에 인공물을 짓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자연 조건을 배려하는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학마을’은 서서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개발할 곳과 보전할 곳을 분명히 구별 짓는 것이 필요하다. 개발이 꼭 야생동물과 생물의 서식지를 필요로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체 서식지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배려가 있을 때 세종시는 명품에 상응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아토피라는 현대병이 있다. 이 병명의 어원은 “알 수 없는”이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 이름에서 왔다고 한다. 자연과 상생하지 못하면 인간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또 다른 아토피를 접하게 될 것이다.

또한 더불어 생각할 것이 자연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일정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마을 사람들도 오랜 세월 동안 그냥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백로류의 배설물 피해 문제는 옛날부터 있었을 것이다. 학마을 동네 분들도 장독대에, 빨래에 배설물이 뿌렸다고 말을 한다. 그로인해 짜증이 났을 것이다.

학의 모습과 교원대 학복원지 (사진 오른쪽)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은 불편함보다 도리어 백로들이 계속 날아 올 수 있도록 서식지 아래 산성화 되는 토양을 조개껍질 등으로 중화시키는 활동을 하였다 한다. 이는 백로가 주는 생활 불편을 배려의 활동으로 돌리며 살았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지금은 농경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런 자세가 없는 한 우리 세종시는 화려한 회색도시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세종시는 서울의 무계획적인 개발을 극복하고자 수립된 도시이다. 자연과의 상생을 배려하지 않았던 서울은 현재 엄청난 사회적 고비용을 지불하는 도시가 되었다. 세종시도 서울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부터라도 확고한 자연 환경에 대한 배려가 있는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감성리 백로 서식지 보전은 그런 의미에서 세종시가 얼마나 자연과 상생 하는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임비호, 조치원 출생, 공주대 환경과학과 졸업, 세종 YMCA시민환경분과위원장(현), (전)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전)세종시 환경정책위원, (전)금강청 금강수계자문위원, 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전), 연기사랑청년회장(전),이메일 : bibo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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