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영화 밖까지 소란..진영논리 불쏘시개
'82년생 김지영', 영화 밖까지 소란..진영논리 불쏘시개
  • 강병호
  • 승인 2019.11.16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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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칼럼] 영화 '82년생 김지영', 여성 차별과 아픔 대변
영화까지 진영논리에 끌어들어 상대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

<82년생 김지영>, 화제의 영화다. 원작 소설도 히트를 쳤다. 김도영 감독 연출, 지영(정유미), 공유(정대현) 주연이다. 정대현과 결혼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인 지영의 시댁은 보수적이다. 명절에 시댁에서 식사준비를 하던 지영은 친정어머니로 빙의해서 자기 아픔을 호소한다. 계속 지영은 마트에서 본 젊은 아가씨, 버스에서 본 여성, 대학시절 여자 선배를 통해 자기가 받은 가정과 사회에서의 차별과 아픔을 회상한다. 이것은 우리 시대 여성의 차별과 아픔을 대언이기도 하다.

영화 그리고 소설은 문제가 아니다. 상상력 뛰어난 베스트셀러고 잘 만들어진 콘텐츠다. 이 영화는 영화관 밖으로 소란을 끌고 왔다. 콘텐츠를 넘어 사회현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청년 대변인의 논평, 김나정 아나운서 감상평 논란 등이 유명하다.

한국에선 날짜를 2019년 11월 10일 순서로 적는다. 중국, 일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럽 가면 반대다. 10일 11월 2019년 같이 말이다. 필자도 영국에서 유학할 때 많이 헷갈렸다. 11월 9일인가 9월 11일인가? 한국에선 집단으로부터 시작해 개체로 내려가는 반면에 서구적 사고방식은 개체로부터 시작해서 집단으로 올라간다.

사진 출처 : 다음

한국에 중요한 시험은 객관식이 많다. 50여년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시험을 객관식으로 보았다. 객관식 답은 하나다. 오늘의 틀림이 내일은 맞을 수 있고 오늘의 맞음에도 틀림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진리도 객관식 앞에서 무시된다. 답은 오로지 하나다. 나머지는 무시된다.

필연적으로 한국인이 가진 문화유전자는 전체주의라는 바이러스에 약하다. 한국에서 진영논리가 광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편 가르기에 가장 간단한 방식이 성별, 남자 여자다. 쉽지만 단순하고 위험하고 일차원적이다.

알파고가 갑자기 나타나 바둑으로 사람을 이긴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지능형 로봇이 바둑 같은 취미를 넘어 오피스, 공장, 가정에서 인간을 대신할 것이다. 노동이 사라질 미래에 인간은 노동 기능보다 존재와 소통의 가치로 평가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다양한 개인은 개별적인 개체로 세심하게 평가 받고 존중되어야 한다.

모든 여자가 <82년 생 김지영> 같이 살아오지 않았다. 모든 남자가 여성의 가해자가 아니다. 공통분모만 있을 뿐이다. 남자이기 때문에 모든 생활양식이나 행동이 ‘마초’나 ‘한남’은 아니다. 남자 안에 어머니가 준 여성성도 있을 수 있다. 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희생양도 아니다. 하지만 소위 ‘극단적이고 전투적인’ 세력들은 이런 합리적 사고를 거부한다. 실상 이들은 페미니즘, 국가주의 같은 명분으로 권력으로 즐기고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집단이다.

사실 한국사회는 지금 광기다. 진영 논리라는 블랙홀이 모든 합리성을 깔아뭉갠다. 내편이면 어떤 범죄라도 ‘수호’해야 할 대상이 된다. 소위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상징된 핏발선 함성은 논리를 넘어 섬뜩한 광기를 보여준다.

개인 하나하나가 상황과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는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휴먼사회의 격랑을 넘지 못한다. 한국이 시대 변화를 넘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질 때 <82년생 김지영>까지 탈탈 털어 진영논리에 불쏘시개로 쓴 세력들은 그 몰락에 한 몫 단단히 했다고 역사가들은 회고할 것이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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