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구절판 음식...각각의 의미 있어"
"인생은 구절판 음식...각각의 의미 있어"
  • 강수인
  • 승인 2019.10.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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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 칼럼] 중심도 부분...각자 인생 나름의 멋으로 살아가야
"구절판이 다양성으로 맛을 더하듯이 인생도 그렇게 생각해야..."
각자의 인생은 구절판 음식처럼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중요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사진 출처 : 다음

며칠 전 저녁 딸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평소와 다르게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연예인으로서 탈코르셋을 추구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설리의 죽음은 사회학을 전공하는 딸아이에게도 몹시 충격적인 일이었다.

너무나 가까이에서 벌어진 죽음, 생각지도 못한 또래의 죽음 앞에서 삶과 죽음의 벼랑 끝에서 자신이 살고 있음을 실감하였던 것이다. 갑자기 가족과 친구들의 안녕을 당부하는 딸의 목소리가 무척 불안하고 안쓰러웠다.

사실 연예인이나 공인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건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죽음을 선택했을 때에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나을 거라는 스스로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직간접적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일 게다. 모두 사람들 사이의 일 말이다.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몸부림과 안간힘을 다했을까. 일로 잊어보려고도 하고 취미를 가져보기도 하고 인간관계와 상황을 바꾸어 보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결코 바뀌지 않았고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조그만 실오라기 같은 희망과 변화만 있다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은 공인이다. 그래서 세간의 중심에 서 있다고 사랑도 비난도 모두 감수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욕하고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용납되어야 하는가?

한국 음식 중에 구절판이라는 요리가 있다. 색깔도 다양하고 식재료도 식감도 자연 그대로의 맛과 멋을 살린 음식이라서 손님 접대 요리로 많이 이용되고 외국인에게도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요리는 오이, 당근, 표고버섯, 쇠고기, 계란, 목이버섯 등의 8가지 식재료를 채를 썰어 색의 조화에 따라 바깥쪽에 놓고 중앙은 밀가루를 이용하여 작고 동그란 밀전병을 부쳐 놓는다.

이 중앙에 놓인 밀전병은 바깥쪽의 어떠한 재료를 싸서 먹어도 입안에서 각자 식재료의 고유한 맛도 느끼게 해주고 맛의 깊이도 증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중앙에 놓인 밀전병을 무시하고 바깥쪽에 놓인 음식만을 먹으려면 힘들고 맛의 깊이도 떨어진다. 중앙부분에 놓여 진 밀전병은 비록 밀가루로 만든 것이지만 각각의 다양한 것들을 어우러지게 하고 극과 극을 연결시켜 주며 맛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준다.

결국 이때 구절판에서의 밀전병 역할은 전체를 아우르는 중심이라기보다 중간자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흔히 사람들은 빨강볼펜 4개와 파랑볼펜 1개 중에서 1개만을 선택해야 할 때에 튀지 않는 빨강볼펜을 선택하면서도 돋보이는 파랑볼펜이 되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가치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서로 서운할 것도 부러울 것도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때로는 색과 향이 좋은 당근채나 표고버섯채처럼, 때로는 소박하게 가운데 동그랗게 놓여 진 밀전병처럼 상황에 맞게 자신의 삶에 집중하면 된다. 인간에 대한 판단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데 나 또한 그 선을 넘나들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

 

강수인대전출생,대전여고,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우송대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우송대 Culinary MBA 석사, 박사과정,전)침례신학대학 영양사,전)카페 어니스 대표(창업),전)대전보건대 외래교수,현)우송대 외식조리학부 초빙교수,KBS, 아침마당(대전)패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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