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국립행정대학원 설립 '오리무중'..왜?
세종시 국립행정대학원 설립 '오리무중'..왜?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9.23 16: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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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 마무리 1년여, 후속조치 전무
정부 대학원 설립 방향 두고 고민 빠진 게 아니냐는 분석 나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분원 설치' 또는 'KDI 활용 설립' 유력 관측도
4-2생활권 공동캠퍼스 개발계획 평면도
4-2생활권 공동캠퍼스 개발계획 평면도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국립행정대학원' 설립이 안개 속에 빠졌다.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이 끝난 지 1년여가 되어가도록 후속조치 등 구체화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자족기능 확충의 핵심으로 꼽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대학 유치전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립행정대학원 설립마저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용역 끝난지 1년..후속조치는 '지지부진'

국립행정대학원은 국내 특성에 맞은 정책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공공정책학, 국제관계학, 경제학 등 정책 전문가 양성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목표로 설립된다.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이나 프랑스 에나(ENA) 등이 해당국가에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입주 지역으로는 행복도시 집현리(4-2생활권) 교육연구용지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립행정대학원은 이춘희 세종시장의 공약사항이자,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되면서 설립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른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핵심 시설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다.

이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인제대 산학협력단에 의뢰, '설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마치는 등 대학원 설치에 속도를 내왔다. 용역에는 행복청을 비롯해 교육부와 국무조정실 세종시지원단, 인사혁신처, 세종시 등 관계기관이 모두 참여해 힘을 실었다.

지난해 4월 개최된 ‘국립행정대학원 설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 착수보고회 모습
지난해 4월 개최된 ‘국립행정대학원 설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 착수보고회 모습

연구용역에선 설립 방안을 비롯해 국내외 사례 분석, 공무원·정부기관·연구단체의 수요조사 등 설립에 필요작업이 면밀히 분석됐다.

하지만 왠일인지 연구용역이 끝난 지 1년여가 지나도록 설립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초 행복청은 용역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말까지 설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별도로 국립행정대학원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게다가 정부는 현재까지 주관부처도 정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복청 관계자는 "대학원 설립은 현재 부처 간 협의 단계"라며 "어느 부처가 주관할 지 정해지지 않았고, 구체화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설립 형태 두고 고민 빠졌나..국립신설, 서울대·KDI 주도?

이처럼 대학원 설립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지역사회에선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대학원 설립 방향을 두고 고민에 빠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인제대 산학협력단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설립방향으로 ▲국립으로 신설방안(정부주도 신설) ▲국립대학교 분원 설립방안(기존 행정대학원 위탁) ▲국책연구기관 활용 설립방안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중 최적의 대안을 '콕 집어' 내놓지는 않았다.

일단 국립 신설방안을 우선으로 둔 모습이다. 국립 신설의 당위성으로는 '변화하는 행정환경', '행정전문가 양성 및 공직자 역량 확대', '공무원 전문성 확대', '공약사항의 이행', '세종지역의 특수성' 등을 꼽았다.

특히 기존 공무원 대상 교육·훈련기관(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중앙교육연수원 등)이 비학위과정의 단기 실무교육위주 과정인데 반해, 상대적으로 장기간 교육과 다양한 교육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학위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장점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무원들의 전문교육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은 기존에도 국내·외 교육훈련을 통한 다양한 인재개발제도가 운영되고 있어서, 국립행정대학원이 설립될 경우 인사혁신처와의 긴밀한 협력 체제 구축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선 국립 신설의 경우 기존 공무원연수 교육기관과의 기능이 중첩됨에 따라, 정부가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이전 또는 분원 설치, 국책연구기관(KDI) 활용 설립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홈페이지 화면

실제 서울대는 국립행정대학원 설립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제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서울대 행정대학원은 ‘QS’ 세계대학 전공 평가에서 글로벌 TOP 20(2017년 15위, 2018년 18위)이내에 랭크되어 아시아 최고 수준의 행정대학원으로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는 국립행정대학원 설립 사전포석으로 세종시와 업무협약(MOU) 체결하는 등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상황. 앞으로 4-2생활권(집현리) 공동캠퍼스 부지에 전용 부지를 매입해 교육 및 연구시설을 조성하고 행정대학원 주관 하에 국가정책행정협동과정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국가정책행정협동과정은 행정대학원 주관 하에 대학 내 5개의 전문대학원(행정,보건, 국제, 환경, 융합과학기술)이 공동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또 행정대학원 소속 정보지식정책연구소의 세종시(산학연클러스터) 이전 추진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세종시 내 국립행정대학원 설립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KDI는 현재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고급 국제전문인력 양성 및 경제발전과정의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수행을 목표로 지난 1998년 3월 국제정책대학원을 개원, 운영 중이다. 정책학, 개발정책학, 공공관리학 등 3개의 석사과정과 정책학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 홈페이지 화면

이에 더해 국립행정대학원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대학원 산하의 별도 전문대학원 설치 방안’ 또는 ‘UST 형태의 출연연 정책대학원 신설’ 등 2가지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이중 경제인문사회연구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국가정책대학원’ 설립하는 방안을 우선 모델로 추진하고 있다. 경제‧인문사회분야 국책연구기관의 우수한 정책연구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경우, 기존 대학들이 양성하고 있는 행정 및 국정관리인력과 차별화되고 비교우위에 있는 인재양성‧훈련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립행정대학원 설립방향이 어떻게 정해질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용역을 수행한 인제대 산학협력단 측은 "각각의 대안에 따라 장단점이 상존하고 있어 국립행정대학원 설립 형태를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지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며 "여러 대안들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연계해 활용한다면 지속가능성과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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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9-09-24 09:10:52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는 세종 설치에 대해 추진하고 싶어하나 고대나 충대 같은 대학에서 반대를 심하게해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