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팬플룻’ 선율, 세종시민 사로잡다
마법의 ‘팬플룻’ 선율, 세종시민 사로잡다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9.06.09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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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여성과 아이들'이 행복한 세종 만드는 팬플룻 연주가 박윤경씨
피아노, 바이올린, 클래식기타 등 9종 악기 섭렵...깊은 소리에 반해 공부
팬플룻 연주가 박윤경씨는 영혼을 빨아들이는 소리에 반해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혼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어요.”

“깊은 소리, 맑은 울림이 가슴깊이 스며들어요. 산들바람처럼 불어오다 은색의 폭포수처럼 쏟아져요.”

팬플룻 연주를 듣는 관객들이 감미로운 소리를 표현하는 말이다.

야외공연장 또는 실내공연에서 원시적이며 낯설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피리소리를 듣는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팬플룻 연주의 주인공은 바로 박윤경(54)씨다.

지난 7일 오후 2시 약속한 장소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발길을 옮기고 있을 즈음 어디선가 마음을 잡아끄는 시냇물같은 연주소리가 들려왔다.

세종시 보람동 스마트 허브2 지하 1층에 있는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팬플룻 연주소리였다. 팬플룻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박윤경씨를 그곳에서 만났다. 

박씨가 팬플룻 연주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08년. 대학에서 문화, 예술, 경영을 공부하고 어려서부터 피아노 공부를 했고 개인레슨으로 바이올린, 클래식기타와 함께 팬플룻을 배웠다. 깊은 음감과 우리의 전통악기와 흡사한 점이 매력을 느끼게 했다. 1995년부터 대전에서 음악학원을 하다 2년 전 딸아이 교육을 위해 보람동으로 이사해 살고 있다.

“2004년경부터 국내단체에서 오카리나 연주자로 활동했어요. 이탈리아 전통악기인 오카리나를 배우기 위해 전문연주자 과정인 마스터클래스를 공부했어요. 오카리나는 19세기 초 시작된 악기인데 흙으로 새 모양으로 빚어서 만들어요. 이탈리아에선 집집마다 오카리나를 굽고 있을 정도로 유행하는 악기예요.”

박씨는 현재 세종시에서 ‘오카리나 팬플룻 총연합회’ 세종 동부지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오카리나와 팬플룻은 생활문화악기로 같은 국제지부가 만들어져 있다. 

그는 2012년부터 대전예술의 전당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시작했고 2016년 홍성군 주최 ‘국제오카리나 콩쿨’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중국난징, 대만, 이탈리아 국제페스티발에서 공연도 가졌다.

세월호 추모5주기에 팬풀룻을 연주하는모습
세월호 추모 5주기에 팬플룻 연주로 슬픔을 위로하는 박윤경씨

'유 레이즈 미 업', '아모르 파티'..청충 사로잡다

이야기는 다시 팬플룻으로 돌아왔다.

“팬플룻은 고대 그리스어로 ‘시링가’라고 하는데 깊은 소리를 내어 클래식, 가요 등 다양한 연주를 할 수 있는 감성적인 악기입니다. 파이프 오르간의 가장 오래된 조상으로 그리스 신화의 반수신(半獸神) 판신에서 이름이 유래했어요. 모차르트의 가극 마적(魔笛)에서는 파파게노의 피리라고도 해요.”

팬플룻으로 주로 어떤 연주를 하는지 잠깐 청해 들었다.

“'외로운 양치기' '유 레이즈 미 업'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이 있고 김현자의 ‘아모르-파티’도 자주 연주하는 곡이예요.”

잠간동안 선보인 연주에는 마법의 바람이 실려 있었다. 연주하는 모습 또한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을 연상케 했다.

음악에는 무지한이지만 인류가 고대부터 그토록 오랜 동안 팬플룻과 그 연주자들을 사랑해온 이유와 모차르트 ‘마술피리’ 새잡이 노래의 영감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는 주민센터와 교육청 동아리에서 팬플룻 지도강사로 일하면서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박윤경 선생과 시민연주가들이 아름별 축제에서 합주를 통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달 28일에는 세종호수공원 수변무대에서 ‘만원의 행복’이라는 주제로 ‘제2회 오카리나 팬플룻 대향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연주자가 각기 1만원을 내어 공연비용으로 사용하고 남는 돈은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는 공연이에요.”

듣기에 약간은 어리둥절한 느낌이 들었다. 공연에서 연주자는 당연히 약간이라도 보수를 받아야 마땅한데, 공연자가 돈을 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오카리나나 팬플룻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연주무대를 펼치고 봉사활동도 하자는 취지이지요. 작년에는 80여명이 참가했고 올해는 120명 정도 참가할 예정이에요. 1만원으로 그렇게 큰 행복을 사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됐다. 돈벌이를 위한 연주가 아니고 자신의 실력을 공연무대에서 시민들에게 자랑도 해보고 봉사도 하는 일이니 그 만큼 가치 있는 일이 아니냐는 반문이었다.

박 지부장은 지난 5월 1일부터 세종교육청 주관으로 ‘학교 등굣길 콘서트’도 시작했다. 그동안 연동초, 세종여고 등 여러 학교 앞에서 등굣길 학생들에게 오카리나와 팬플룻 연주를 들려주는 일이다.

“등굣길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등교하는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면 너무 마음이 기쁘고 어떤 아이들은 한 쪽에 앉아서 연주를 듣는 아이들도 있어요. 퇴직한 교원분들도 같이 연주를 하는데 재직할 때 느끼지 못한 감정이 든다고 해요. 학교에서 요청이 오면 찾아가서 몇일씩 연주를 들려줘요.”

가을 아침 활짝 핀 코스모스처럼 참으로 신선하고 멋있는 발상이었다. 우리는 먼 여행길이나 일상에서 길거리 악사의 연주를 들으면 공연장에서 느끼지 못한 향수를 맛보게 된다. 등교하는 학생들도 매일 허겁지겁 등교하던 교문에서 조급한 마음을 달래주는 음악을 듣는다면 아이들 인성이 한 층 더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학교등굣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박윤경선생과 시민연주가들
학교등굣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박윤경선생과 시민연주가들

여성과 아이들이 진정 행복한 도시 꿈꾸다

‘마법의 피리’ 를 불고 있는 박 지부장은 2017년부터 ‘세종가족 오케스트라 숲’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세종시 14가족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에요. 매주 토요일 오후에 고운동 복컴에 모여서 연습하는데 작년 11월 교육청 대강당에서 ‘제1회 정기연주회’를 가졌고 올해 2회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요즈음은 한 집에 아이가 한 둘 뿐이라서 키우는데 어려움이 많다. 초등과 중고등아이들이 함께 모이니까 아이 키우는 노하우도 서로 공유하고 다른 엄마끼리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도록 모임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대가족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아이를 한 명 밖에 키우지 않는 엄마는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고 당황하기 일쑤다. 그런데 이렇게 크고 작은 아이들이 함께 모이고 엄마끼리 경험을 공유하게 되면 그만큼 아이 키우는데 장점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박 지부장은 팬플룻만 마법처럼 잘 부는 것이 아니었다. 세종에서 봉사활동을 일상 생활화하며 음악활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불어주는 ‘피리의 명인’이었다.

가족 모두가 행복한 세종가족오케스트라단
가족 모두가 행복한 세종가족오케스트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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