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카페 일 보람 느끼는 장애인, 눈시울 붉히게.."
"힘든 카페 일 보람 느끼는 장애인, 눈시울 붉히게.."
  • 강수인
  • 승인 2019.04.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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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칼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돌이켜 본 아름다운 기억
대전kbs 아침마당 방송화면 캡춰 : 4월 19일 방영

봄, 여름, 겨울이 다 공존하는 4월의 변덕스러운 날씨.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또한 다양해졌다. 성급하게 반팔을 입은 사람부터 아직 얇은 패딩을 입은 사람까지. 4월을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도 제각각 다 다를 것이다.

며칠 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여 모 방송의 아침프로(아침마당)에 패널로 참석했었다. 방송의 주인공은 충남도청 내에 있는 희망카페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었다. 그들이 겪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가슴이 울컥함을 느꼈다.

사실 비장애인인 일반인들도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냥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것과는 비교하기 힘들만큼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예전에 창업했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낯선 에스프레소 머신, 장시간의 근무, 낮은 처우로 인한 직원들의 잦은 교체 등으로 카페 경영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한다. 더구나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들이 재미있고 보람 있다는 그들의 말에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들에겐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일자리이기에 말이다.

10여 년 전에 미국에서 우리 첫아이가 학교 다닐 적 일이 생각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을 앞둔 딸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중학교에서 바로 진행하는 밴드에 가입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피아노와 리코더 정도만 배웠던 아이가 다른 악기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 아이들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악기를 배웠으리라 생각했지만 미국 아이들도 다 똑같은 처지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래도 아이에게 익히기 쉽겠다는 풀룻을 중고악기 가게에서 서둘러 사고 몇 주를 보냈다. 그리고 3월을 시작하고 두어 달 쯤 지났을까.

학교에서 초대장이 왔다. 저녁에 학부모를 모시고 밴드 콘서트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학교 안의 농구장 같은 체육시설 중앙에 의자를 배치하고 각양각색의 정장에 가까운 옷을 입은 아이들이 악기를 조율하고 있었는데 얼굴과 몸짓에는 긴장감과 자긍심이 가득해 보였다.

생애 첫 악기를 가지고 중학교 선생님들에게 꾸준히 배운 실력을 함께 어우러져 선보이는 시간이었다. 선생님들도 한곡씩 돌아가면서 지휘하였고 지휘하는 손끝에 맞춰 학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감동적인 음악을 선사하였다. 가족들은 아이들의 장엄한 음악 선물에 기립 박수로 화답했던 그날의 가슴 벅찬 저녁 밤의 기억이 지금도 너무 생생하다.

다양한 인종과 악기, 서투른 실력이 하나의 소리로 모아지고 지휘자인 선생님도 학생들도 아마추어였지만 그곳에는 분명 해냈다는 감동이 있었다.

중학교 벤드콘서트 장면 : 큰 아이가 중학교 시절, 밴드콘서트에서 학우들과 같이 공연하던 모습, 뒷 좌석에 부모들이 참관하는 장면이 무슨 인기 대형공연을 관람하는 기분이었다.

미국은 장애인에 대한 특수교육이 발달한 나라다. 고등교육까지 국가가 나서서 등교에서 하교까지 1대1로 맞춤형 교육을 한다.

일반 학급에 소속된 학생들도 이러한 환경에 너무 익숙해져서 장애 학생과의 교육을 다양함으로 인식하고 있다. 장애자는 일반 아동이나 여성보다 더 우선 배려해야할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가치가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살아가는 모습도 그러하다. 서로 할 수 있는 것이 다르고 타고 난 것도 다르다. 장애인이든지 비장애인이든지, 어떤 사람도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차별받고 선입견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각자는 부족한 부분도 있고 잘하는 부분도 가지고 있다. 세상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부족함을 서로 채워 주고 서로의 존재감으로 따뜻해지고 자존감을 느끼는 ‘인생이라는 음악’을 완성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더 간절해지는 어느 날이다.

 

강수인, 대전 출생, 대전여고, 충남대(식품영양학과) 졸업, 우송대 Culinary MBA 석사, 우송대 외식산업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바리스타 1급, 침례신학대 영양사, 대전보건대, 우송대 외식조리학부 초빙교수,이메일 : eskang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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