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모 신축 아파트, '라돈 검출' 의혹 사실로..'파장'
세종시 모 신축 아파트, '라돈 검출' 의혹 사실로..'파장'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4.15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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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환경운동연합, 3세대 라돈 수치 측정 1세대에서 기준치 1.65배 초과
추가 측정 5세대 중 2~3세대도 기준치 최대 2~3배 훌쩍 넘겨 심각성
측정결과 토대로 전수조사 필요성, 대리석 자재 전면 교체 요구 커질 듯
지난달 준공한 세종시 고운동의 모 신축 아파트 일부 세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라돈 측정 모습

지난달 준공한 세종시 고운동(1-1생활권)의 A신축 아파트 일부 세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 등 생활 방사선에 대한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측정결과를 토대로 한 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종의소리>는 주민들의 건강권과 알권리 확보, 그리고 건설사의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입수한 측정 결과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3세대 중 1세대 기준치 초과 검출, 추가 5세대 중 2~3세대도 기준치 '훌쩍'  

세종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일부 주민들의 의뢰를 받아 A아파트 3세대에 대해 라돈 수치를 측정한 결과, 1세대에서 기준치(4피코큐리·pCi/ℓ=148베크렐·Bq/㎥)를 최대 1.65배 이상 초과한 라돈이 검출됐다.

특히, 대리석으로 마감 처리된 싱크대, 화장실, 거실 등에서 수치가 높게 측정됐다. 거실에선 6.58pCi/ℓ, 싱크대에선 6.19pCi/ℓ, 화장실은 5.04pCi/ℓ가 검출되어 기준치를 각각 1.65배, 1.55배, 1.26배 초과했다.

현재 라돈수치 권고 기준은 신축 공동주택은 200Bq/㎥(5.4Pci), 다중이용시설은 148Bq/㎥(4Pci)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오는 7월 1일부터는 개정된 ‘실내공기질관리법’이 적용됨에 따라 신축 공동주택도 다중이용시설과 마찬가지로 한층 강화된 148Bq/㎥이 적용된다.

기존 규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해당 아파트 라돈 검출 세대는 거실과 싱크대는 기준치의 1.21배, 1.14배를 웃돌았고, 화장실은 기준치에 근접한 수치를 보인 셈이다.

측정 결과가 기준치를 초과함에 따라 추가 측정한 세대에서는 결과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5세대 중 2~3세대 정도에서 기준치를 최대 2~3배나 훌쩍 넘긴 라돈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환경연합은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라돈이 검출된 세대는 브라질산 블랑코머핀·산타세실리아골드 등 천연 화강석이 사용된 특정 타입이었다. 블랑코머핀은 주방상판, 주방벽, 아일랜드식탁 등에, 산타세실리아골드는 파우더상판과 부부욕실 등에 사용됐다.

라돈 측정기
라돈 측정기

앞서 지난해 말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중흥S클래스 일부 아파트에서도 현관과 욕실 선반 등에 사용된 대리석에서 기준치 이상 라돈(230~250Bq/㎥)이 검출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운 바 있다. 이 아파트에 시공된 대리석 역시 A아파트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블랑코머핀이었다.

지난달 22일 준공된 A아파트는 당시 준공승인 과정에서 4만여건에 달하는 하자와 함께 라돈 검출 의혹을 제기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 측정 결과 라돈 검출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주민들의 대리석 교체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정확한 수치 측정을 위한 전수조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라돈 수치에 문제가 없다는 '시험성적서'를 준공 승인 과정에서 세종시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 측은 준공 승인 과정에서 향후 입주자대표회의와 공동으로 라돈 시험 테스트를 의뢰하겠다는 내용을 입주민들에게 약속한 뒤 준공승인을 받았다. 시공사의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생활 방사선 불안감 확산, 타 아파트 단지도 라돈 검출 '시끌'

라돈은 실생활하는 집 안에서 노출될 수 있는,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방사선을 내는 원소로 색이나 냄새, 맛이 없는 기체로 공기보다 약 8배 정도 무겁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 건물, 주택에서 농도가 높게 측정되고 특히 지하 공간의 경우 수치가 더욱 높은 경향이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라돈 등 생활 방사선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침대 매트리스나 대리석, 라텍스 등 생활용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잇따라 검출되고 있어 시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신축 아파트가 많은 세종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에는 세종시 소재 몇몇 아파트에서 기준치를 훌쩍 넘어서는 라돈이 검출되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세종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11월 3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어린이집, 경로당, 휘트니스센터 등 69곳의 라돈 수치를 측정한 결과, 10곳에서 기준치(4pCi/ℓ)를 초과하거나 기준치에 근접한 라돈이 검출된 바 있다.

대리석을 시공한 모 아파트 1층 주택 화장실에선 기준치의 4배가 넘는 16.9pCi/ℓ, 같은 단지 11층과 27층 주택 화장실에서도 각각 11.1 및 8.6 pCi/ℓ가 측정됐다. 이 주택의 침실에서도 11층은 4.3 pCi/ℓ, 27층은 4.7pCi/ 등이 검출됐다. 다른 단지 6층 두 가구의 아이방과 침실에서도 기준치를 0.8~2.2 pCi/ℓ초과한 라돈이 나왔다.

기준치 초과 라돈 검출되어도 건설사들 '나 몰라라', 왜?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다수 건설사들은 사실상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돈이 초과 검출되어도 개선이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다, 법적 강제성마저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버티면 그만'이란 이야기다.

게다가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에 따라 2018년 1월 1일 이후 사업승인 받은 공동주택의 경우 사용승인 받기 전 라돈 등을 포함한 실내공기질을 반드시 측정해야 하지만, 기존 아파트들의 경우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입주민들의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건설사들이 적극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중흥S클래스 아파트의 경우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흥건설은 지난해 이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되자 입주민들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대리석을 모두 철거하고 재시공한 바 있다.

고운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수입산 대리석의 경우 화장실과 주방, 현관, 거실 등의 마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 라돈 검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입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건설사 측이 라돈 검출 자재들을 전면 재시공하는 게 적극 나서야 한다”고 성토했다.

세종환경연합 관계자는 “라돈이 검출된 대리석은 원칙적으로 교체 요청을 할 것”이라며 “(건설사 측이) 만약 교체를 해 주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대책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실내공기 중 라돈 농도가 높을 경우 주기적인 환기가 중요하며 침대 등 제품에서 라돈 방출이 의심되는 경우 생활방사선안전센터(http://www.kins.re.kr, 1811-8336)로 신고하면 된다.

세종시청과 세종환경운동연합(044-863-1138)에선 라돈에 대한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실내라돈측정기’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에서는 무료측정을 지원한다. 세종환경운동연합 라돈안전센터(센터장 황상규)에서는 무료 라돈교육, 라돈측정기 대여, 라돈저감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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