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연기' 초유의 사태..세종 파라곤 아파트에 무슨 일이?
'준공 연기' 초유의 사태..세종 파라곤 아파트에 무슨 일이?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3.25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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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예정일 두 달여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곳곳 공사현장에 하자 투성이
입주 예정자들에게 사전 공지 없이 설계 도면과 다른 공사 진행으로 원성
인허가기관 세종시청 최종 판단 여부 주목..'아파트 하자문제 해결능력' 시험대
고운동에 건설되고 있는 '세종 파라곤 아파트' 전경

준공 예정일이 두 달여나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곳곳은 공사현장이다. 현재까지 접수된 크고 작은 하자만도 무려 4만여건에 달한다. 사용 승인(준공 승인)에만 열을 올린 채 하자처리는 등한시하는 건설사의 모습에 입주예정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세종시 고운동(1-1생활권)에 건설되는 '세종 파라곤 아파트' 이야기다. 이 아파트에선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2030년까지 약 20여만 세대의 아파트가 빠른 속도로 들어서는 '공동주택 천국 세종시'에서 하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촉박한 공사일정과 함께 하자민원이 넘쳐나면서 주민 원성이 유독 봇불을 이루고 있다.

세종 파라곤 아파트' 는 라인건설 시행으로 2016년 10월 분양해 라인건설과 동양건설산업이 공사를 맡아 총 998세대를 건설하고 있다. 전용면적 59㎡∼125㎡ 규모로 최저 6층, 최고 18층의 19개동 14가지 타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주일은 당초 지난 1월 31일이지만 현재까지도 준공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하주차장 공용 부분에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모습, 사진=입주예정자 제공

준공 지연의 일차적 원인은 공사가 지연된 데 따른 것이다.

세종시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기초공사 터파기 과정에서 현장 조사와 달리 지질이 연약해 공사 방식이 대폭 변경됐다. 당초 '매트 기초'로 계획됐지만 '파일 기초'로 바뀌었다. 매트 기초란 상부 구조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한장의 슬래브로 지지한 기초를 말한다. 하지만 약한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 구조물의 무게를 받치는 기둥을 박는 '파일기초'가 적용됐다.

문제는 전체적인 공사 일정이 쫓기면서 각종 하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정된 현장 전문가 점검(민관 합동조사)은 미비한 공사로 인해 이뤄지지도 못했다. 같은 달 예정됐던 사전점검도 수차례 연기되기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 1월 1일까지 사전점검에선 '미시공'과 '오시공'이 허다해 점검 자체가 무의미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접수된 하자는 무려 3만 9천여건에 달한다. 세대 당 평균 4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다른 아파트의 세대 당 평균 20건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다.

하자가 속출했지만 입주는 편법을 이용해 강행됐다. 준공전 '임시사용승인'이었다.

4차례에 걸쳐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입주한 세대는 최근(1월 31일부터 3월 18일)까지 모두 480여 세대(526세대 신청)에 달한다. 전체(998세대)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당초 입주예정일에 맞춰 이사 일정이 잡혀있던 세대들이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이뤄진 측면이 크다.

공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주가 진행되면서 입주민들의 불만도 커졌다. 한 입주민은 "하자 처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하면서 공사 분진과 먼지, 보수로 인한 재공사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절반 이상에 달하는 미입주 세대 역시 여전히 심각한 수준의 하자를 떠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입주민들은 공용부분 하자가 구조적 안전성을 따져봐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지하주차장 곳곳에 균열과 누수’, ‘바닥부 파손’ 등이 산재해 있고 ‘어두운 조도’, ‘환기문제’, ‘화재 시 대피로 문제’, ‘차량 통행로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는 구간 안전성 확보’ 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이다. 또한 배수로 역시 용량 부족으로 재검토가 필요하고, 크고 작은 개인 세대 하자 또한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세종 P 아파트' 는 고무로 계획됐던 층간소음재(왼쪽)가 214세대에 걸쳐 스티로폼 재질(오른쪽)로 하향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입주 예정자 제공

더 큰 문제는 입주 예정자들에게 사전 공지도 없이 설계 도면과 다른 공사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입주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층간소음재'다. 당초 고무로 계획됐던 층간소음재는 214세대에 걸쳐 스티로폼 재질로 하향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주민은 "내구성이 떨어지는 스티로폼은 장기적으로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면서 "시공사 측은 사과도 없고,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공식 통보도 없이 버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세대는 부부욕실이 견본주택과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유리가 설치된 견본주택과 달리 실제 공사에선 칸막이 구조로 바꿔 설치됐고, 모서리 마감부분을 어설프게 실리콘 처리한 급조공사로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밖에도 실내공사에 시공된 천연 대리석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전체적으로 부실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입주예정자는 "사설업체에 의뢰해 측정한 결과 기준치 3배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며 "준공승인 기준에 라돈에 대한 규제가 없어 시공사에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일부 세대의 경우 분양 당시 ‘빌트인냉장고’를 계약하고 금액까지 결제했지만, 설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냉장고 협력업체 측은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환불해준다는 말만 하고 연락 두절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인원은 17명으로 금액으로 7천만원에 달한다. 시공사는 "협력업체의 일"이라며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욕실이 견본주택의 통유리(왼쪽)와 다르게 칸막이 구조(오른쪽)로 바꿔 설치된 모습, 사진=입주 예정자 제공

상황이 이러한데도 시공사는 준공 승인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게 입주예정자들의 시각이다.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입주한 세대가 절반에 달하다보니 이를 기반으로 하자처리를 등한시 한 채, 일단 준공승인부터 받고 보자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시사용승인을 받은 입주민들은 하자 처리와는 별개로 준공승인이 나지 않아 담보대출 등이 제한되는 등 재산권 행사에 불편이 큰 상태다. 이에 따라 이미 입주한 주민들과 입주 예정인 주민들 간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입주한 주민들은 빠른 준공을, 입주하지 않은 주민들은 하자처리 선결 후 준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시공사가 '선분양 후시공'과 '임시사용승인' 제도를 교묘히 이용해 준공을 서두르려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상당수 입주예정자들은 계약 위반에 대한 부분과 하자 처리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준공승인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 입주예정자는 "시공사가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입주한 세대를 바탕으로 준공승인을 무리하게 받으려 하고 있다"면서 "인허가 기관인 시청에서도 건설사 압력에 끌려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세종의소리>는 지난 21일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 측에 하자처리 대책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욕실 시공 과정에서 모서리 마감부분을 어설프게 처리한 급조공사 모습, 사진=입주예정자 제공

이런 가운데 인허가기관인 세종시청의 '아파트 하자문제 해결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올 초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으로부터 주택 인·허가 업무를 이관 받은 세종시는 지난달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을 통해 하자 분쟁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동주택 준공 이전 품질과 관련된 분쟁을 사전 예방하고 주민 불편 없는 공동주택 건설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검수단은 ▲공동주택 구조, 안전, 방재 등 시공 상태 점검 ▲주요 결함과 하자 발생 원인의 시정 ▲공동주택 관련 법적·제도적 개선 권고 ▲공동주택 품질 관련 분쟁 원인과 대책의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시는 지난 19일 15세대에 검수단을 투입해 점검을 진행했고, 점검 결과를 시 고문변호사에게 의뢰해 준공 승인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검수단의 의견을 받아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상태"라며 "각종 하자에 대해 법적 기준이 없어 변호사의 판단을 받은 뒤 준공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측의 나몰라라식 행태에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시가 최종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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